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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씨발!!!”
있는 힘껏 욕설을 뱉어내고는 앞을 바라보았다.
몇미터 앞에 널부러진 여자는 즉사했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멍청한 녀석이 다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멈추지 못하고 지나가던 여자를 그대로 들이 받고 만 것이다.
모처럼 기분 좋게 마신 술 때문에 조금 흥분해서 속도를 내라고 다그친게 화근이었다.
화를 내서인지 아니면 사고 충격 때문인지 현기증이 났지만 멍하니 있을 시간은 없었다.
“야! 정신차려! 우리 지금 좆됐어 새끼야!”
녀석은 운전대를 꽉잡은채 덜덜 떨며 대답했다.
“뭐야. 뭐 어떻게 된거야?”
“사고난거지 뭐가 어떻게야. 됐고, 내려. 수습해야 될거아니야.”
녀석의 멍청한 소리에 다시한번 열이 뻗치는걸 느끼는 사이,
녀석은 이제야 상황파악이 된 듯 겁에질린 얼굴로 앞을 가리켰다.
“야.. 저, 저 여자 뭐야?”
“몰라, 이새끼야. 뒤졌나봐.”
“죽었어?”
“그럼 죽었지 살았겠냐? 아 이거 어떻게 하지....”
“경찰 부를까?”
난 곧바로 소리를 빽 질렀다.
“경찰? 너 진짜 뒤지고 싶냐? 아가리 닥치고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녀석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입을 벙긋 거렸지만 더 말하진 않았다.
“일단 차에 실어.”
“아니..”
“빨리!!!”
난 주저하는 녀석을 몰아세우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외상 같은건 보이지 않았기에 특별히 끔찍한 모습은 아니었다.
다만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는 여자의 얼굴엔 고통이 가득했다.
눈조차 감지 못한 채 쓰러진 그 여자 모습 때문에 기분은 더더욱 나빠졌다.
잠시 여자의 얼굴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녀석이 떨리는 손으로 여자를 끌어다 트렁크에 실었다.
내 지시로 주변을 대강 수습하고 차에 오른 녀석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이제 어떻게 해?”
나 역시 고민에 빠졌다.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지자 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뭐? 왜? 또 뭐가 문젠데.”
“역시... 그냥 경찰을 부르자.”
“하... 이 새끼가 깜빵가고 싶어서 환장했나,
네놈은 어떤지 몰라도 난 그딴 쓰레기 같은덴 갈 생각이 전혀 없거든?
내가 네깟놈 때문에 그런데서 시간 버려야겠어?
안되지. 절대로 안되지. 그러니까 자수는 꿈도 꾸지마.”
평소 내 말이라면 고분고분하던 녀석이지만 이번엔 조금 반항을 했다.
“아니... 애초에 너 때문....이잖아.
술먹자고 한것도, 대리 부르지 말고 그냥 가자고 한것도...
기분 꿀꿀하니 속도좀 내보라고 한것도... 네가 자꾸 시키니까...”
녀석의 소심한 반항에 난 또다시 열불이 나는 걸 느끼며 녀석에게 소리쳤다.
“하 이새끼 봐라. 너 언제부터 나한테 그딴식으로 말대꾸 했냐?
왜? 사람한번 죽여 보니까 눈에 뵈는게 없냐?
이제 나같은건 우습게 보인다 이거지?
어? 아주 존나 기세가 등등하네 이 새끼가.”
녀석은 약간 기가 죽은 듯 했지만 입을 다물지는 않았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 생각엔, 괜히 덮으려다가 나중에 큰일 생기는것보단 그냥 자수해서 잘 해결해보는게....”
“아니 근데 이 새끼가 또 말귀를 못알아 쳐먹네.
네놈 생각은 하나도 안궁금 하다고. 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시키는대로해.
알지? 넌 내가 시키는대로 하게끔 되어있어. 옛날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거고.
평생 내 손바닥 안에서 놀아날 팔자라고.
그러니까 어줍잖은 생각 말고 그냥 내말대로 해. 알았어?
.......일단 가. 가다보면 뭐가 있겠지.”
고민하던 녀석은 결국 차를 출발시켰다.
난 작게 비웃음을 흘렸다. 역시 이놈은 절대 날 거역할 수 없다.
차가 이동하는 동안 생각에 잠겼다.
어설프게 숨겨버리느니 그냥 으슥한 곳에 버리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조금만 더 가면 가파른 절벽이 있었다.
“계속 가. 가다보면 절벽 나오는거 알지? 거기에 던져버려.
그러면 아무도 못 찾겠지.
어떤 정신나간놈이 절벽 아래를 뒤지고 있겠냐?”
한껏 기가 죽어서인지 이번엔 군소리 없이 내말에 따랐다.
상황이 대강 정리되는 듯 하자 난 다시금 여유를 되찾았다.
“불.”
녀석은 곧장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연기 때문에 콜록거리는 녀석이 신경을 거스르긴 했지만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끙끙대며 시체를 절벽 아래로 던져버린 녀석은 집으로 돌아갈 때 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거봐. 됐잖아. 내말대로 하면 다 된다니까.
이제 집에가서 발 쭉 뻗고 자면돼.
내말듣기 잘했지?”
하지만 완벽한 계획일거란 내 생각이 무색하게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쿵쿵쿵’
문을 두드리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경찰들의 목소리를 듣자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망할 새끼들. 어떻게 알고 여기 까지 왔냐.”
차마 문을 열지 못하고 웅크린채 떨고있던 녀석은 내 말을 듣고 결국은 폭발했다.
“너 때문이야! 이게 다 너때문이라고! 네가 다 망쳤어!”
전에 없이 큰소리 치며 대드는 녀석을 보자 화가 난다기 보다는 헛웃음이 나왔다.
“너만 아니었어도 사고 같은건 안났어. 아니 애초에 음주운전 같은것도 안했을거야!
그 망할놈의 술도 너 아니었음 입에도 안댔어.
이제 진짜 지긋지긋해.
담배냄새도 싫고 술도 싫고 네 목소리도 싫어!
그러니까 날 내버려둬. 이제 네말은 안들어....
그냥 벌 받을래. 그리고 다시 시작할거야.”
난 코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이게 정신 못차리네. 지금까지 뭐들었어.
넌 내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
네가 태어날때부터 그렇게 정해진거라니까?
너도 알잖아. 절대로 나한테서 못벗어나.”
녀석은 머리를 감싸안고 흐느끼며 말했다.
“그냥 사라져. 내 눈앞에서 사라져.... 제발...”
녀석의 쩔쩔 매는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고는 녀석에게 속삭였다.
“사라지다니 어떻게? 내가 가고 싶어도 못가. 왠지 알아?”
녀석은 내말을 듣지 않으려는 듯 귀를 막았다.
하지만 고작 귀를 막는다고 녀석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내 목소리가 안들릴리 없었다.
난 느긋하게 이어서 말했다.
“모를 리가 없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내가 누군지.
뭐라고 부를래?
머릿속에서 들리는 악마의 속삭임?
네 안에 숨겨져 있는 나쁜 자아?
아니면 뭐 어두운 인격?
뭐든 좋지만, 난 이렇게 부를래.
네놈의 본성.
네놈이 꽁꽁 숨겨둔 진짜 네 추악한 마음.
너랑 나는 구분할 필요가 없어.
니가 나고 내가 너니까.
그래서 넌 날 절대 무시 못해. 뭐든 내말대로 할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착한척 고상한척 연기 하지말고 그냥 받아들여.”
녀석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난 아랑곳 하지 않고 지금 이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하면 좋을까?
감옥같이 거지같은 곳에는 1초도 있기 싫으니까 어떻게든 빠져나가야겠지.
일단 창문으로 가자. 다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뛰어내려서 도망가.
뭐해? 시간 없어. 빨리!”
녀석은 여전히 흐느끼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비척비척 창문으로 걸어갔다.
역시 녀석은 내말을 절대 거스를 수 없다.
사람의 본성이란건 거스를 수 없는 법이니까.
By. neptun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