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밉던 그 사람 내가 미워하게된 이유를 1인칭 본인 시점으로 장황히 서술해 이메일 띄우고 퇴근해써요
어젯밤 할아부지랑 간만에 통화했는데 백내장에 귀도 멀어가시고 영상통화 해도 워낙 노쇠하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하셨는데 돈 많이 벌어 갈게요 하는 말에,
돈이야 있다가 없고 없다가 있는건데 혼자 그 먼데서 여자애라 걱정도 되는데 잘 사냐. 돈 걱정 말고 힘드면 집에 와서 살아. 요새 젊은 아이들 취직하기 힘들다고는 하는데 그랴도 니가 부모가 없냐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냐. 몸만 건강하게 니가 잘 생각해서 너한테 도움되는대로 살고 힘들면 이 할아버지한테 연락해.
하시는데 밤새 울다 잠들었.... ㅠㅠ
저 쉰밥에 간장 찍어먹고 급식비 호출 석달 연속 당하고 영하20도에 냉수샤워하며 알콜중독 아부지와 우울증 어무니와 비행청소년 동생하고 꾸역꾸역 살았거든요.. 근데 울 할아버지는 알부자셔요 ㅋㅋㅋㅋ 절대 죽기 전에는 손 못대게 해두셨고 아부지도 열세살에 독립해서 집에 손 한 번 안벌리고 크셨고..
암튼 내가 다해줄께 울 손주딸 건강하기나 해라!!!! 이러시는 거 같아서 눈물이 막 났어요 ㅠㅠㅠ
술한잔 하니 그간의 타향 설움이 막... ㅠㅠㅠㅠ
아므튼 그랬어요.
내가 갈곳없는 애도 아닌데 미련히 꾸역꾸역 참지 말자싶어서 아주 긴 메일 띄우고 퇴근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