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대충 딴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는지 아닌지 애매한 거 같지만 하여튼 있음)
마비에서의 호감도 시스템에서 가장 싫었던 것은
대화/아르바이트/선물 등등 하여튼 뭐라도 친분을 많이 쌓아놔도,
대충 3일 정도 지나면 다 까먹고 누구세요가 된다는 점입니다.
설정상 밀레시안이랑 에린 원주민들이랑 시간선이 다르니 어쩌니 했던 거 같은데...
신 여신강림 나오기도 전에 꽤나 예전에(몇 년 전인지도 기억이 안 나네요 이젠)
G3에서 수호의 부적을 만드는 퀘스트로 이어진 NPC는(여캐는 아이던, 남캐는 에반)
호감도 상태랑 상관 없이 클릭하면 첫 마디로
"...xxx씨? xxx씨 맞죠?" 이런 식으로 앞에 한 마디씩 붙여서 말해줬었습니다.
신 여신강림 이후로 이게 사라져서 제작진한테 띠꺼움을 느꼈었습니다.
근데 이렇게 설정상 이러한 제약이 있음에도, 그걸 잘 이용해서 좋은 이야기로 만든 게 하나 있죠.
사실 예전에 한 번 올렸었던 건데ㅎ
응급치료 1랭 스킬 올릴 시 짧게 수행하는 퀘스트입니다.
G3에서의 수호의 부적과 이어지는 강화된 수호의 부적을 NPC에게 만들어주는 이야기입니다.
(이 퀘스트는 플레이어의 성별을 가리지 않고, 에반과 아이던 중 고를 수 있습니다.)
나를 잘 잊어버린다는 그런 제약이 있는 설정에 부합하면서도 잘 녹여낸,
어떻게 보면 더 애틋한 느낌이 들게도 할 수 있어서 지금도 굉장히 잘 만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야기의 품질은 그것을 만드는 작가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근데 닉 때문에 영 몰입이 안 되신다고요?
그래 아주 죽여주는 곳이지
품격이 다 나가 뒤진 거 같은데?
너 나 멕이는 거지 그치?
얘! 딴 겜으로 간다고 몰입이 잘 되는 건 아니란다!
뭐? 별에서 온...아니 별에 선택???
뭐? 팔라딘???
너네 자꾸 밀레시안 생각나게 할래???????????
로스트아크 주인공의 호구력은 길가에 허수아비도 님아 좀 도와주셈-> 응 그래
수준이라서 실로 밀레시안과 맞먹는 가슴이 옹졸해지는 자존심 강한 두 호구들의 대결입니다.
그래도 굳이 차이점을 두자면....
밀레시안은 성별과 나이도 맘대로 바꿀 수 있지만(안 바꾸는 분들도 많지만)
로스트아크 주인공은 성별/직업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몰입감이 굉장히 다를 수 있습니다.
본편 이야기도, 호감도 관련 이야기 부분도 대부분은 남캐를 기반으로 맞춰져 있어서
물론 조금씩 다르게는 되어 있지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발생하냐면...
어우씨 인슐린 좀 줘봐 하이퍼 스윗하자너 컼컼컼컼
(대충 친구이자 주군이자 남편감인 NPC, 고백멘트가 '넌 우리 엄마 닮았어'인게 좀 깨지만)
근데 문제는 남캐로 해도 이렇게 말해요..................................
(듣기로는 "자네가 남자만 아니었다면..." 정도로 대사 아주 살짝만 바뀌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어...물론 그런 걸 좋아하시는 분도 있겠지만(ㅋㅋㅎㅎ!)
좀 어색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 게임은 NPC가 플레이어를 덮쳐요.
아 이런 식으로 어떤 망할 똥통의 구더기같은 노랑곱슬 찌꺼기가
뒤에서 기습을 한다는 의미 아니냐구요?
아닙니다.
후방주의
스탑워치로 재보니 5초 이상.....
기자들:뭐임??????????대체 뭐임??????????????????????????
이야기가 대개 남캐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이런 의미입니다.
몰입감에 뭔가 좀....? 하는 그런 게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 그보다...보통 마비에서의 그거라고 해봐야 썸이 될락말락 하는 정도인데
제 개인적 취향으로는 '그런 은근한 맛' 이 더 좋거든요.
이게 유저의 2차 창작적인 거랑 공식에서 때려박는 거랑 와닿는 무게감이 달라요!
그래서 저는 마비노기의 호감도 시스템이 막연하게 별로라고만 생각했었지만
꼭 그렇지많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더 재밌는 이야기들 넣어줬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