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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선 ‘억’ 소리 여기선 곡소리? 각 도시 사장님들의 ‘다른’
게시물ID : corona19_66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arcy
추천 : 1
조회수 : 72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21/09/20 10: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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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출처에 있는 링크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사진들과 함께 훨씬 읽기 편하게 편집되어 있습니다.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5&art_id=202109101503251#csidxaec76e3bd5b41cfbf89902d3518d74c


코로나19 사태가 19개월째를 맞았다. “살려달라”는 550만 자영업자들의 절규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일까. 주간경향이 인터뷰한 파리, 도쿄, 애틀랜타, 토론토의 식당 사장님들은 “정부지원금 덕에 버틸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당연했던 여러 도시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00만원을 빌리면 이자가 20만원. 충남 천안에서 대형 카페를 운영하는 허희영씨(45)는 올해 끝내 사채에 손을 댔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곤두박질쳐 최근엔 ‘반의반 토막’이 났다. 폐업을 하면 각종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담보 잡힌 아파트가 넘어갈 것이 뻔했다. 아홉 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고시원에 갈 수는 없었다. 불법 사금융 전단지를 보고 급하게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돌려막기’를 반복한 결과 현재 그의 사채는 1억원이 넘는다.

코로나19 사태 19개월째. 550만 자영업자들이 “살려달라”며 절규하고 있다. 호프전문점, 주점, 노래방, 식당들이 줄줄이 스러지는 가운데 폐업조차 어려운 자영업자들도 있다. 폐업하면 갚아야 하는 대출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지난 1년간 자영업자들이 빌린 돈은 130조원에 이른다(한국은행 가계부채 DB).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신종 감염병이 초래한 ‘천재지변’인 걸까. 나랏돈을 풀어 시민의 경제활동을 보호한 사례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간경향이 지난 8월 27일부터 2주간 전화와 e메일로 인터뷰한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미국 애틀랜타, 캐나다 토론토의 식당 사장님들(한국 교민)은 1인당 1억~2억원의 코로나19 지원금을 받았다. 허희영씨는 같은 기간 600만원을 받았다. “자영업자가 말라죽어가는 현실”은 감염병의 비극이 아니라 정책의 비극이다.

프랑스, 일본, 미국, 캐나다는 코로나19 재정지출에 많게는 국내총생산(GDP)의 25.4%, 적게는 9.6%를 투입했다. 한국의 지출규모는 4.5%였다. 재정을 아끼니 자영업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정부의 방역시스템은 자영업자의 영업을 옥죄며 굴러갔다. 그들의 ‘감내’가 장기화해서일까. 잇따른 차량시위도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국회에서 한 자영업자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잘못이 있으니 매를 맞겠지’라고 판단하는 무심한 관전자 입장이 돼 가는 것 아닌가.”(곽아름씨)

자영업자의 아픔은 당연하지 않다. 어느 누구의 고통도 ‘관전 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 파리, 도쿄, 애틀랜타, 토론토의 식당 사장님들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들은 “자영업자가 파산하면 고용은 줄고 미래의 국가 부담은 더 늘어난다. 자영업자 지원은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위한 효율적 선택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파리 사장님 “1억원 받았습니다”

프랑스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진 것은 지난해 3월부터다. 당시 정부는 전국 상점에 봉쇄령을 내렸다. 파리에서 23년간 한식당을 운영해온 이모씨(66) 역시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그는 이때만 해도 “200일 넘게 쉬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수준에 따라, 봉쇄령이 풀릴 때도 있었지만 이내 재발령되기 일쑤였다. 지난해는 사실상 내내 ‘휴업’ 상태였다.

지난해 봄 이씨의 식당엔 7명의 직원이 있었다. 식당 휴업으로 일을 쉬게 된 직원의 급여는 국가가 책임졌다. 직원들은 정부로부터 매달 기존 실수령액 84%를 받았다. 이씨가 추가로 내야 하는 돈은 없었다.

정부는 봉쇄기간에도 ‘포장판매’는 허용했다. 이씨 역시 포장영업을 고민했다. 만약 직원이 나와 일하게 된다면, 사업주는 나머지 16%를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그만큼의 돈을 더 받자고 일하러 나오겠다는 직원은 별로 없었다.

결국 포장판매도 못 하게 됐지만, 생활고에 신음할 만큼의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다. 지난해 3월부터 월 1500유로(약 207만원)씩 받았기 때문이다. 가장 골칫거리인 임대료는 국가보증 대출을 4만유로(약 5500만원)를 받아 해결했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에게 기존 매출액의 최대 30%까지 융자 지원을 했다.

정부의 지원이 있었지만, 프랑스의 자영업자들도 고통이 컸다. 이씨는 “셧다운이 잦다 보니 지난해 가을엔 매물로 나온 가게들이 많았고, 돈 많은 업자는 싸게 나온 매물을 주우러 다니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했다.

게다가 당시 프랑스에선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해 10월 28일 또 한 번의 대대적 봉쇄가 불가피하다는 담화를 발표한다. 대신 이때부터는 정부 지원규모가 더 커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씨와 같은 ‘사장님’들은 월 1만유로씩(1381만원) 받기 시작했다. 이 지원금은 거리 두기를 전제로 영업이 정상화된 올해 5월 즈음까지 이어졌다.

올 초여름, 파리의 거리는 예년의 모습을 찾아갔다. 이씨도 5월 하순부터는 영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다만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100석이 넘는 좌석수를 줄여야 했다. 정부는 이 시기의 매출 손실분도 지원했다. 그는 5~6월간 대략 3500유로(480만원)를 받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씨가 지원받은 금액은 약 8만2000유로(1억1300만원)다. 프랑스와 한국의 물가차이를 고려해 빅맥지수(유럽은 한국의 1.26배)로 보정해봐도 9000만원 수준이 된다.

폐업조차 어려운 한국 사장님

“다른 식당들도 최소 1억원씩은 다 받았다”고 말하는 이씨에게 재정악화 우려 목소리는 없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영업자가 폐업하고 파산할 경우 국가는 그들의 삶을 돌볼 의무가 있기 때문에 더 큰 비용이 나갈 수도 있다”며 “세금을 낸 것만큼 공화국 시민의 권위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씨는 오히려 곤경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지켜보고만 있는 한국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는 “자영업자는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고용한 사람들이고, 이익이 발생하면 각종 세금을 내고 온갖 부담을 진다”면서 “이들의 몰락을 구경만 하고 있는 국가는 존립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사장님들은 얼만큼의 지원금을 받았을까. 파리의 이씨와 유사한 규모(약 100석)로 식당을 운영하는 한국 인천의 이영재씨(59) 사례를 살펴봤다. 그는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200만원(새희망자금), 올봄 300만원(버팀목자금) 그리고 최근 900만원(희망회복자금)을 지급받았다. 합하면 1400만원이다. ‘파리 사장님’이 받은 지원금의 약 15%다.

2019년 창업할 당시 6억원의 자금을 대출 없이 마련했던 이영재씨는 얼마 전 집을 담보로 1억원의 빚을 냈다.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고 각종 대출을 끌어모아 5000만원을 만들었지만 벅찼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의 소상공인 대출지원도 있었으나 이씨는 2000만원밖에 대출받지 못했다.

한때 11명에 달하던 직원은 4명으로 줄었다. 정부는 휴직자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했지만 빚으로 버티는 그는 사업주 몫이 부담스러워 신청하지 않았다.

이영재씨는 “한국은 코로나19 충격이 크지 않아 재정을 더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홍남기 부총리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인생을 부정당하는 모멸감 같은 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의 창업자금 6억원은 “새벽 1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나며” 치열하게 직장생활을 했다는 증거였다. 그는 최근 가게를 내놨다. 권리금이라도 받고, 빨리 폐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식당에 쏟아부은 6억원은 증발하고, 빚을 떠안게 되겠지만 더는 추락할 수 없었다.

“만약 2년 전에 제가 그 6억원을 가지고, 대출을 더 받아 아파트를 몇채 사서 굴렸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저는 그런 불로소득이 싫어서, 땀 흘리며 일하고 싶어서 가게를 열었는데 제 생각이 틀렸나 봅니다.”(이영재씨)

애틀랜타 사장님은 2억원

GDP의 25.4%를 코로나19 대응에 쏟아부은 미국의 자영업자들 사정은 어떨까. 6년간 애틀랜타에서 일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씨 부부의 사례를 살펴봤다.

애틀랜타의 김씨 역시 파리의 이씨처럼 코로나19 하면 ‘락다운 충격’부터 떠오른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정부의 봉쇄 발표 이후 매장영업이 중단됐다. 테이블 위에 의자를 모두 올려 “다이닝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시”했다. 김씨 부부는 대신 포장영업에 집중했다. 12명에 달하던 직원도 4명으로 줄였다. 코로나19로 실업급여가 강화됐기 때문에 반발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정부의 지원금은 그해 6월부터 나왔다. ‘급여보호프로그램(PPP)’에 따라 약 3개월간의 락다운에 상응하는 지원금 6만달러를 받았다. PPP 자원금은 일단 대출 형태로 지급되지만 직원고용과 사업장 유지에 사용했음을 증명하면 모두 탕감된다. 무상지원이나 마찬가지다.

김씨는 6만달러를 두달 반 동안 모두 소진했는데 대략 4만달러는 직원 월급에, 2만달러는 임대료와 관리비에 썼다고 했다. ‘급여보호’를 위한 지원금인데 이 돈으로 임대료까지 내도 되는 걸까. 김씨는 “직원을 고용하려면 일단 식당을 유지해야 하니까, PPP 지원금으로 렌트비와 유틸리티 비용 지출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PPP지원은 한차례에 그치지 않았다. 김씨네 식당은 올 상반기에도 한 번 더 6만달러(2차 PPP 지원금)를 받았다. PPP 외에 레스토랑 회생 자금(RRF)지원도 있었다. 김씨 부부가 받은 RRF 지원금은 대략 6만달러였다. 나아가 한국으로 따지면 군청 격인 카운티로부터는 1만5000달러를, 주정부로부터는 5만달러를 지원받았다.

코로나19 이후 김씨 부부가 자영업자로서 받은 지원금은 모두 24만5000달러다. 한화로는 약 2억8500만원이다. 미국과 한국의 물가차이를 고려해 빅맥지수(미국은 한국의 1.4배)로 보정하면, 약 2억원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허희영씨가 받은 지원금을 살펴보자. 대형 카페를 운영하는 그는 김씨 부부와 업종은 다르지만 기존 고용 규모(11명)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허씨는 올봄 200만원(버팀목자금)을 받고 최근 희망회복자금으로 400만원을 받았다. ‘애틀랜타 사장님’(2억원)의 3%다.

한국은 미국의 PPP처럼 ‘일하는 직원’에 대한 급여지원은 없었다. 대신 휴직자의 수당 상당액을 지원(고용유지지원금)했다. 허씨는 이 지원금으로 직원 2명을 휴직케 했지만 6개월 만에 중단했다. 사채를 쓰는 마당에 사업주 몫을 계속 부담할 수는 없었다. 잠시나마 받았던 고용유지지원금은 1600만원 수준. 이 지원금까지 합한다 해도 애틀랜타 사장님이 받은 지원금의 10분의 1이다.

‘부정수급’ 부작용도 있지만…

물론 대규모 재정을 지출한 국가에선 부작용이 없지 않았다. 미국은 물론 캐나다(GDP 대비 15.9% 지출)에서도 ‘부정수급’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한화로 따지면 약 1억4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은 캐나다 토론토의 라면가게 자영업자 김모씨는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 허위로 직원을 만들거나 매출액을 떨어뜨리기 위해 현금만 받는 사업장 등 각종 부정수급 사례가 나온다”면서도, 그럼에도 재정정책 자체는 “매우 신속히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규모가 있는 식당의 경우 대개 25만~30만캐나다달러(2억3000만~2억7000만원)를 받았다”며 “15만캐나다달러를 받은 저는 지원폭이 낮은 수준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정부가 (부정수급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경제가 굴러가도록 만드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도 정책이 의회에서 막히는 일은 있지만, 이번 코로나19 지원 정책은 한차례도 의회에서 거부된 적이 없습니다. 정부의 신속하고 전폭적인 지원 덕에 소상공인이 점포 문을 닫거나 파산한 경우는 적어도 제 주변엔 한사람도 없습니다.”(토론토 자영업자 김모씨) 충분한 액수의 긴급수혈이 가장 효율적인 대응책이라는 점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찔끔 지원금’만 덧대다가 폐업이 속출한 올해에 이르러서야 ‘정당한 보상’ 논의가 시작됐다. ‘골든타임’이 한참 지났다. 손실보상법이 국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올 7월 이후의 손실분만 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코로나19 기간 전체에 대해 보상을 하면)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은 환수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난색을 표해 결국 이들의 의견이 관철됐기 때문이다. 2019년 연매출이 6억5000원이었으나, 이제까지 600만원을 지원받은 허씨는 정부의 ‘환수’ 논리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여당은 지난해의 손실보상도 (법안에) 넣겠다고 했다가, 결국은 지키지 못했다”면서 “처음부터 희망고문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도쿄 야키니쿠 사장님은 4억2000만원

코로나19 국면에서 한국의 K방역은 여러모로 일본보다 앞서 있었다. 최근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50만명을 돌파했다. 한국(27만명)의 6배에 달한다. 그러나 재정지출 규모 면에서는 일본이 한국보다 나았다. 일본은 GDP의 16.5%를 풀었다. 한국(GDP 4.5%)의 4배다.

일본 도쿄에서 야키니쿠 가게 2곳을 운영 중인 김형재씨(55)의 사례를 보자. 야키니쿠는 한국의 갈비와 유사한 음식이다. 도쿄 스카이트리 인근에 본점, 마츠야역 근처에 분점이 있다. 본점은 벌써 문을 연 지 27년이 됐다. 제대하고 일본에 유학 갔다 눌러앉았다. 타지에서 장사해 번 돈으로 두 자녀를 키웠다.

도쿄는 아직 ‘긴급사태’ 선포 지역이다. 일본은 도쿄에서만 8월 한때 5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이달 말까지 긴급사태 상황은 이어진다. 긴급사태가 발효되면 밤 8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하고, “원래 야키니쿠와 맥주, 레몬사와 하이볼을 판매하는데” 술도 팔 수 없다. 그는 여러 재난을 겪었지만 코로나19는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라고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때보다 장사가 더 어렵다”고 장사하는 이들끼리 이야기한다.

본점은 테이블 9개에 59.5㎡(18평), 분점은 66.1㎡(20평) 규모다.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만 총 14명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직원을 한명도 줄이지 않았다. 매출 감소폭은 27년 중 가장 컸지만, 올초부터 일종의 방역 협력금 형태로 가게당 하루 최대 10만엔(약 105만원·긴급사태 선포시 지급)까지 지급돼 그래도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본점은 상한선인 10만엔, 분점은 8만엔을 받는다. 2019년 매출액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출 감소액을 비교해 책정한 액수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된 방역 협력금을 합치면 4000만엔(약 4억2300만원·식당 2곳 합산)이다. “신청하면 지급까지 3개월씩 걸리지만 그래도 주는 게 다행”이다. 2020년 4월에는 무이자·무담보 융자 지원을 해준다고 하길래 만약을 대비해 8000만엔(약 8억4600만원)을 빌려놨다. 2023년부터 갚아나가면 된다.

일본 도쿄의 신오쿠보에서 냉면집을 8년째 운영하는 차종일씨(53)가 받은 지원금도 “한국과 비교하면 진짜 천만다행으로 버틸 수 있는” 만큼 나왔다. 그는 1993년 일본으로 넘어와 20년간 회사생활을 하다, 한국에서 냉면집을 하는 어머니의 가게를 일본 분점으로 열었다. 좌석은 35석. 일본 손님이 더 많다. 7년간 꾸준히 매출이 늘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나서 매출이 2019년 대비 60%가량 줄었다.

매출 감소를 지원하는 범위는 넓다. 지원금 총액도 문 닫을 걱정까진 안 해도 될 만큼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지금까지 받은 지원금은 1770만엔(1억9000만원). 항목별로 따져보면 월세지원금(6개월·170만엔·1792만원), 방역 협력 서약서를 쓰고 받는 지원금(1400만엔·1억4900만원) 등이 나왔다. 3000만엔(3억1700만원)의 융자도 받았는데 그중 500만엔의 이자는 구에서 지원해준다. 나머지 2500만엔은 연이율이 1.3~1.6%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배달·포장용 물품까지 지원했다. 차씨는 일회용 용기, 젓가락, 메뉴판 제작비(액수 68만엔·720만원)를 지원받았다.

일본의 자영업자 지원에는 여러 배경이 있다. 일본은 올림픽 개최(7월)와 선거(9월) 일정 때문에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다. 올림픽 개최 기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선 안 됐고, 적절한 자영업자 지원은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컸다. 반면 악조건도 있었다. 일본은 2020년, 11년 만에 세수입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부동산 세수 등이 늘어 오히려 코로나19 국면에서 세수가 증가한 한국과는 정반대였다. 지원금만 받고 아예 문을 열지 않는 가게도 종종 보였지만,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에 불만 여론은 커지지 않았다.

한국 자영업자들이 묻는다

“한 어르신이 평생 모은 돈 10억원에, 대출 10억원을 받아 볼링장을 차리셨대요. 영업이 잘 되다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다고 합니다. 임대료를 못 내 끝내 폐업했는데, 대출금 10억원을 어떻게 갚아요.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셨대요. 얼마 전 그분 가족에게서 들은 얘기입니다.”

지난 2월 국회 앞에서 삭발했던 허씨는 “번호를 어떻게들 아는지 자꾸 전화가 걸려온다”고 했다. 주로 자영업자나 그 가족들이 사연을 털어놓고 “대신 싸워달라”고 부탁하는 전화다.

앞장서 싸우다 보니 허씨는 공무원들과도 얘기할 기회가 몇차례 있었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코로나19 아니었어도 폐업할 가게였을지 모르는데 왜 지원하냐는 거죠. 그런데 자영업자가 왜 많아졌을까요. 50대에 회사에서 잘렸는데 받아줄 곳 없으니까 가게를 차리는 거잖아요. 그게 그분들 책임인가요. 이런 구조를 방치한 정부 잘못은 없는 건가요. 비명 한번 못 질러보고 돌아가신 자영업자들의 얘기는 왜 언론에는 잘 나오지도 않나요.”

허씨의 질문에 한국사회는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한국의 국가채무는 GDP의 48.7%(지난해 기준)로, 선진국들(미국 133%, 프랑스 116%, 일본 225%)의 절반이 안 된다. 그럼에도 국가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보도는 계속되고 있다. 전대미문의 신종 감염병 사태에서 국가 재정을 아낀 선택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송윤경·김원진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5&art_id=202109101503251#csidxaec76e3bd5b41cfbf89902d3518d7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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