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흔히들 기술발전과 수많은 아이디어 상품들, 장난감, 아동용 TV프로그램 등으로 인해
육아가 더 쉬워졌을 거라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과거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육아가 어려워졌죠.
고작 몇십년 전만 해도 자식은 낳으면 낳을 수록 이득이 되는 존재였습니다.
자신의 가업을 물려 줄,
자신의 노후를 보장해줄,
치안이 낮은 사회에서 외부위협에서 함께 힘을 합쳐 대응할 존재이자
어려서부터 사용할 수 있는 노동력이며,
나이차 나는 동생들을 돌볼 육아도우미였고,
십대에 이미 자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산업구조가 단순했죠.
게다가 아이를 돌보는 데 손도 덜 갔습니다.
아이들은 같은 아이들과 들판에서 뛰어놀았고 해질무렵에 늦게 들어왔으며
자연의 수많은 생물이 장난감이었죠.
혹은 어린나이부터 일터에 나가 일을 했습니다.
부모가 아이와 놀아준다는 개념도 지금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어른이 하는 일(농경, 축산, 채집 등 1차산업)을 옆에서 졸졸 쫓아다니며 보게 하고
때론 간단한 일을 돕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겐 놀이이자 학습이었죠.
아이와 논다는 것은 전혀 피곤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고사리손이 도움이 되기도 했죠.
동네에서 소일하는 할머니들이 아이들을 공짜로 대신 돌봐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낳으면 낳을 수록 다 써먹을 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물려줄 가업이 없는 시대,
자식은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 주지 않는 시대,
부모가 수억원 집을 마련해 주고도 혼사길 막히거나 며느리에게 욕을 먹을까봐
자식에게 뭔가를 요구할 수도 없는 시대,
치안이 안정되어 있어서 가정을 지킬 맨파워가 없어도 되는 시대.
노동력에 요구되는 교육수준이 높기에 아이의 노동력을 전혀 활용할 수 없는 시대.
산업이 고도화되어 고등교육을 받아야만 자립할 수 있어 최소 26년이 넘는 부양이 필요한 시대.
아이와 놀아주는데 사용하기엔 자신의 일은 너무 복잡해서
휴식에 사용해야 할 여가시간을 따로 써야만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시대.
아이를 내리돌봄할 다른 아이도,
애들을 데리고 다닐 나이 많은 동네 골목대장도 없는 시대.
애들을 대신 봐줄 동네 할머니도 없이 이웃과 단절된 시대.
아이돌보미를 고용하려면 자신의 월급 대부분을 뜯길 정도로 인건비가 비싼 시대.
가장 슬픈 점은 과거보다 더 고생을 하면서도
부모는 아이에게 존경을 얻어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과거엔 아이를 많이 낳았기 때문에
아이는 부모의 관심을 위해 경쟁했고 부모는 존경을 얻어내기 쉬웠습니다.
당연히 부모의 결정권도 매우 커졌죠.
그러나 지금은 아이는 집에서 소황제나 다를 바 없으며,
빨래나 설거지와같은 기본적인 집안일을 돕지 않는 경우도 많고
부모를 뭐든 다 해줘야 하는 존재로 여기며 쉽게 짜증을 부립니다.
부모는 아이가 뭔가를 몰라도 여러번 반복해 설명해 주지만,
아이는 부모가 전자기기를 조금만 조작을 버벅여도 금방 짜증을 내곤 하죠.
부모의 권위가 무너진 시대입니다.
TV프로그램에 나오는 전문가들은,
부모가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아이와 놀아주는게
아이의 정서발달에 도움이 되는 부모의 당연한 덕목처럼 포장하지만
그런 개념은 최근에나 생겨난 것이죠.
사실 자연에서의 순리에 가까운 것은,
부모는 아이에게 사회에서 한몫을 하기 위한 행동을 놀이처럼 가르치는 것이고,
아이가 아이 눈높이에 맞춰 노는 것은 또래집단과 할 일이죠.
그 과정을 통해 사회성을 배우고요.
즉 지금은 육아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진 시대입니다.
국가가 잘 살면 살 수록, 산업구조가 고도화될 수록
아이를 낳았을 때의 부담은 엄청나게 높아져왔던 거죠.
산업구조가 단순한 저개발국가들이 출산율 순위 130위 안을 싹쓸이하는 까닭도
그런 나라에서는 아이를 낳을 수록 이득이기 때문.
따라서 출산율을 높이고 싶다면,
저개발국가처럼 아이를 낳는 것이 이득이라 느낄 정도의 지원을 국가가 해줘야 하며,
산업구조가 고도화된 만큼 아이를 장기간 교육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부담을 없애줘야 하고
부모가 일하는 동안 아이를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대신 돌봐 줄 돌봄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죠.
개인적으로 아이 하나를 낳으면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국가가 월 100만원씩 지급해주는 정도의 지원책이 상당히 효과가 높을 거라고 봅니다.
수십조의 혈세를 저출산대책이라며 어디에 썼는지도 모르게 낭비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죠.
월 100만원이면 아이를 낳는 것이 이득이 된다고 느껴질 정도의 지원이기 때문.
단순히 아이를 돌보고 교육하는데 쓰고도 생계에 보탤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면
아이를 출산하는 것을 이득이라 느끼게 만들 수 있죠.
둘을 낳을 경우엔 월 200만원이라,
부모 중 하나는 일을 안 하고도 아이를 돌보는데 전념할 수 있고요.
잘 사는 국가일 수록, 높은 교육수준이 필요한 고도화된 산업사회일 수록
이정도 강력한 정책이 아니고서야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올리기 어려워지는 듯 하네요.
출처 | https://www.ppomppu.co.kr/zboard/view.php?id=freeboard&no=7590107#new_comment_are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