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FSWP를 통해 영주권을 취득하고 아직 넘어가진 않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난 2일 의회해산을 거쳐 10월 19일 캐나다 연방 총선이 치뤄집니다.
아직 넘어가지 못한 제 입장에서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정권 교체로 인한 이민 정책의 변화입니다.
정권이 교체되면 각종 정책이 바뀐다는 것은 이미 올해 5월 알버타주를 보면 알 수 있지요.
보수당에서 NDP로 정권이 바뀌자마자 최저임금 상승, 법인세 인상 등의 정책이 신속하게 발표되더군요.
사실 지금 EE때문에 이렇게 이민업계가 난리(?) 이지만 사실 EE는 작년까지만 해도 없었던 시스템이었습니다.
2014년까지만 해도 1년에 직업군당 1000명씩 TO가 나서 영어 성적만 되면 해당 직업군은 빠르게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었죠.
(제가 그 운좋은 케이스이구요)
제가 이민 준비하던 2013년에는 TO가 300명씩밖에 안나는데다 기존에 존재했던 간호사 등의 직업군이 사라져서 많은 이민준비자들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당장 이번 선거에서 지금 보수당 정권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혹시 또 새로운 당이 집권하게 된다면 이민 정책 역시 180도로 뒤집힐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직 정착하지 않은 제 입장에서는 NDP가 정권을 잡고 좀더 이민자에 유화적인 정책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ㅎㅎ
서론은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죠.
이곳뿐만 아니라 많은 이민 관련 사이트, 카페에 가보면 아주 흔한 유형의 질문이 있습니다.
'제가 이런 상황(학력, 경력 등의 소개)인데요. (기술, 경험, 투자, 유학) 후 이민을 가려 하는데 가능할까요? 영어는 잘 못해요'
핵심은 '영어를 잘 못하는' 한국인이,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이민을 가려고 한다' 입니다.
이 경우 답변하는 사람은 사실 좀 난감합니다.
일단 너무 자주 보이는 유형이라 대답하기 귀찮은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캐나다만 해도 연방, 주정부 이민의 종류를 다 합치면 그 가짓수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납니다.
그리고 이 최소 수십가지는 되는 이민의 방법 중 여러분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서 가장 어울리는 방법을 찾아줄만한 사람을 구하는건
사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는 질문자 분들이 이주공사나 유학원등에 돈을 들인다 해도 얻을 수 없는 정보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업체들은 돈이 되는 이민만 해주거든요(투자라던가, 유학이라던가, 어학연수라던가..)
그리고 이민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 중 이민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극소수 중의 극소수입니다.
제가 2012년부터 이민준비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중 이민에 관심있는 분들도 많이 만나봤지만,
수십 명이 넘는 이민희망자 중 영주권 취득자는 당연히 없고, CEC를 하러 이제 곧 떠나는 분이 딱 한명 있습니다.
제 인맥이 좁은 탓도 있겠지만, 사실 영어가 되고 기술이 있으면 보통 스스로 알아서 조사하고 떠나시더라구요.
영어가 부족한 상태에서 영어를 습득하고 이민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해서 떠나기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힘든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당장 3년전의 제가 바로 '이민을 가려고 하는' '영어를 잘 못하는' 한국인이었거든요.
제가 영주권을 취득한 내역을 타임라인으로 대충 정리하면
2012년 9월 : 영어 공부 시작
2012년 12월 : 이민 가기로 결심
2013년 7월 : 아이엘츠 공부 시작. 첫번째 시험 (평균 5.5)
2013년 10월 : 두번째 시험 (평균 6.0, 과락으로 미달)
2014년 2월 : 세번째 시험 (평균 6.5)
2014년 5월 : FSWP 접수
2014년 11월 : COPR 받음
이중 2012년 9월에 처음 영어 공부 시작할 때의 저는 정말 영어라고는 쥐뿔도 모르는 직장인이었습니다.
나이 서른에 be동사 do동사 차이점도 모르고, SDA 삼육어학원 레벨 1에 들어가서는 I am a boy부터 시작했어요.
당연히 그때는 제가 이민을 어떤 방법으로 갈 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영어를 배우고 귀와 눈과 입이 조금씩 트이면서 이민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지요.
이민을 가고 싶으신 분들, 그런데 영어가 부족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다음과 같이 해보세요.
1. 네이버를 믿지 마세요.
이민 정책은 매년 바뀝니다. 제가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2015, 2014, 2013년의 이민 정책은 각각 다 달랐습니다.
네이버에서 '캐나다 이민'을 검색하면 태반이 업체의 광고용 정보이며, 그나마 괜찮은 것들 역시 오래된 정보가 많습니다.
2. 한국 커뮤니티를 믿지 마세요.(오유 포함)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본적으로 어떤게 있다더라 하는것을 얻기엔 좋을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민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사람마다 자신의 관심분야가 아닌 부분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단적인 예로 저는 2014년의 FSWP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2015년의 EE나 주정부 이민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
이미 영주권을 받아서 떠나신 분들의 경우 이민정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분들은 극소수입니다. 아니 영주권을 땄는데 왜 거기에 대해 더 공부를 해야하죠??
따라서 이런 곳에서 편향된 의견을 듣고 이민을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3. 이주공사, 유학원을 믿지 마세요.
제가 처음 이민을 결심한 2012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저는 국내에서 주최한 거의 대부분의 유학, 이민 박람회를 참가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업체'들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물론 그런 성향이 좀 덜한 곳도 있고 저도 그런 업체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긴 했지만
제가 본 이주공사의 대부분은 미국이면 닭공장, 캐나다면 유학 후 이민이었습니다.
그들이 이런 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합니다. 중간에 빼먹을 수 있는 커미션이 굉장히 크거든요.
반면에 제가 진행했던 FSWP의 경우에는 서류 대행을 제외하고는 전적으로 제 능력(경력, 학력, 영어 점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돈을 거둬들일 구석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러면 뭘 믿어야 하느냐?
4. 구글과 공식 홈페이지를 믿으세요.
나머지 주정부들 역시 그냥 주정부 이름 + government로 검색하면 홈페이지 다 나오고, 들어가서 검색창에 immigrant 치면 관련 정보 다 나옵니다.
5. 길게 보세요.
제가 진행한 케이스는 사실 주변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을 결심한 시점부터 2년이 걸렸습니다.
만약 영어 실력이 부족하신 분이 FSWP가 아니라 CEC 등을 통해서 넘어간다면 영어 공부 1년 + 칼리지 2년 + 취업 1년 + 진행기간 1년으로 '최소한' 5년이 필요합니다.
만약 학업 진도나 취업이 잘 안될 경우? 저기서 칼리지가 1년 더 늘어나거나, 취업 준비 기간이 1~2년 포함된다면?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 말은 그렇게 힘드니까 포기하시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렇게 길게 봐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은 굳이 이곳에 '제가 이러저러 한데 이민을 갈 수 있을까요?' 와 같은 질문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영어를 먼저 하세요. 이것만 해도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일입니다. 이걸 하시면서, 나머지는 스스로 조금씩 찾아나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준비를 하셔야 사기를 당하지 않습니다.
이민은 굉장히 돈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시간과 돈을 많이 절약한 제 경우에도 수속비와 대행료를 합쳐 500만원 가량 들었고,
아이엘츠 시험이나 학원비 등을 합치면 천만원이 넘게 들었습니다.
(이주공사에서 좋아하는) 투자이민이나 어학연수를 거쳐 가는 경험이민의 경우 수천에서 억단위로 돈이 들 수도 있습니다.
매년 2회 봄가을에 한번씩 개최하는 박람회를 한번 가보세요.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여기에 휩쓸려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정보를 갖고 있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쓰다보니 말이 굉장히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시면 언제든 덧글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