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에서는 담배빵에 대한 이유대의 인식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담배빵을 '흉터'로 인식하던 이유대는, 담임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것을 최기표와 자기 사이를 이어주는 특별한 무엇, 나아가 기표가 자신을 선택하여 특별히 내려준 '훈장'으로까지 인식하게 됩니다.
<제인 에어>에서 살펴봤듯이, 1인칭 시점의 소설에서는 독자들이 쉽게 화자에 동화됩니다. 즉, 독자들은 화자의 등에 올라타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입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중에 화자의 가치관이 바뀌어도 별 저항 없이 수용합니다. 그래서 화자의 가치관 변화를 통해 독자들을 설득하는 것은 소설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또한 이유대는 담임과 최기표 사이의 갈등을 예감하면서, 당연히 최기표가 이기겠지만 담임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위선적인 악이 무엇보다 위험하다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쓰여진 작품입니다. 때문에 위선적인 악인 담임과 순수한 악인 최기표가 갈등을 벌입니다. 그리고 이유대는 당시 대중들의 인식을 반영해서, 처음에는 최기표가 담임보다 더 강할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이유대의 욕망은 자신이 숨어서 세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쾌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즉, 그는 괴벨스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려면 히틀러가 필요하고, 최기표를 자신의 히틀러로 선택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어디까지나 최기표가 담배빵을 통해 자신을 선택한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 속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매우 부정적입니다. 긍정적인 인물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 때문에 이 세계 속에서 '무사안일'을 최고의 가치로 숭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