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글 덧글에 친가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 이야길 적었는데
생각난김에 할머니 이야기도 해볼게요.
제가 고등학생 때에요.
할머니는 갑자기 풍이 와서 반신마비가 되셨어요.
얼굴도 구안와사로 일그러졌다가 한의원에서 침맞고 원래대로 돌아오긴 했는데
그 후로 말을 못하게 되셨어요.
꾸준히 치료하긴 했는데 하실 수 있는 말씀이
'응' '아이야(아니야)' '아파' '시파(욕)'밖에 없었죠.
멘탈은 정상이라는데 몸도 잘 안 움직이고 말이 잘 안나오니 시파 시파를 제일 많이 말하셨더랬어요.
할머니의 건강은 그 후 급속도로 악화되어서 병원에 입원하시게 됐습니다.
저는 자주 찾아뵙지도 않았고 아버지만 병실을 오래 지키셨었고요.
어느 날, 아버지가 주말에 고모랑 같이 할머니 병실에서 하루 자고 오랬어요.
입원하시고 처음 뵙는거였는데 살이 많이 내려서 뼈가 도드라져보이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죠. 의식 없이 산소 달고 누워계셨어요.
할아버지 돌아가실 적엔 무섭다고 가까이 못 갔던게 생각나서 할머니는 손도 잡아드리고(좀 서늘해서 흠칫했지만 내색 안하고)
자세 변경도 고모랑 같이 도와드리고 주물러드리고 하다가 하룻밤 자고 집에 왔어요.
그리고 며칠 후에 꿈을 꿨어요.
할머니가 멀쩡히 저한테 걸어오셔서 엉엉 울면서 저한테 매달리셨어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아파, 너무 아파. 나 좀 죽여줘! 죽여줘!!'
소리치며 매달리는 할머니를 떨쳐내려 하다가 헉 하고 잠에서 깼는데 소름이 확 돋더라고요.
그 날 오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장례식장으로 가는중에 어머니께 조심스레 꿈 내용을 이야기했는데
절대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 하지 말라고 했죠.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고모한테만 이야기 했는데
망할 할망구 손녀한테 참 몹쓸 소리 하고 갔다, 며 한숨을 내쉬곤 잊어버리라고 하셨는데
잊혀지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