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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제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도움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저희는 심사가 꽤나 까다로운 편이라서요.”
대충 뭉개면서 넘어가려 했지만 앞에 있는 남자는 단호한 태도였다.
난 크게 한숨을 쉬고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애초에 보잘것없이 하루벌어 하루사는 처지였습니다.
그나마 많은 나이도 아니고 사지 멀쩡하니 그럭저럭 먹고살만했는데 그놈의 술이 웬수라...
포장마차에서 혼자 한잔 하고 들어가려는데 그날따라 설움이 복받쳐 오르는 겁니다.
이놈의 세상이 참 가혹하다 싶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해서 그만... 사람을 찔렀습니다.”
“여기까지 찾아오신걸 보면 홧김에 사람 하나 찌른게 전부가 아닌 것 같은데, 맞습니까?”
“아..네.. 옆자리에 있던 세명이랑 소리를 지르는 주인 아줌마까지 찔렀지요.
근데 피흘리는 시체들을 눈앞에 두고 나니까 덜컥 겁이 나는 겁니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 하다가 포장마차에 불을 지르고 도망쳤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얼마전 있었던 살해/방화사고의 주범이셨군요.
그래서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여길 찾아오셨다.... 맞습니까?”
난 그때를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뛰어댔지만 남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예. 혹시라도 걸리면 어쩌나 싶어서 여기저기 숨어 다니다가 아는 형님 소개로 찾아왔습니다.
여기 오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게 신분세탁을 해주신다고....”
“네. 저희는 고객님께 완전히 새로운 삶을 제공해 드립니다.
원하시는 나이, 이름과 같은 기본 신상을 만들어 드리는 것은 물론이고
거주지나 직장, 심지어 외모 성형까지 가능합니다.
다소 비싼 가격이라 생각하실 수 있지만 최상의 결과를 보장합니다.”
남자는 보험회사 직원처럼 설명을 줄줄 읊어대었다.
“저.. 비용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하루벌어 하루먹고사는 처지라 모아둔 돈이 없습니다.
듣기로는 돈이 없어도 뭔가 방법이 있다고 하던데....”
내 말에 남자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교화 프로그램 말씀이시군요.”
미소띄운 얼굴에 약간의 비웃음이 감돌았고 그의 말투 또한 미약하게나마 변했다.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방법이 없었기에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는 금세 원래 표정을 찾고는 다시 안내를 시작했다.
“저희 대표님께서는 어린시절부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어두운 곳에 몸담고 계셨습니다.
굶기 싫어 남의것을 빼았으시고 살기위해 남을 해치셨지요.
결국 누구보다 높은 곳에 오르셨지만 문득 죄로 얼룩진 자신의 인생에 회의감을 느끼셨습니다.
그래서 모든 죄를 속죄하고 양지로 나가서 많은 이들을 돕기로 하셨지요.
그리고 만들어진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누구든 죄를 뉘우치고 새시작을 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새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은 두가지입니다.
첫 번째가 바로 돈.
속물이라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선행과 봉사를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필요합니다.
그 돈은 마땅히 죄지은 자들이 지불해야 하지요.
그러니 저희는 죄 지은 자를 벌하는 대신 그들에게 돈을 받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신 가장 현실적인 정화방식이지요.
그리고 두 번째가... 진정한 교화입니다.
대표님께선 죄지은 자들 중 돈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교화 프로그램을 만드셨습니다.
완벽하게 교화된다면 대가를 치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신 겁니다.”
왠지 사이비 같은 말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지만 결국
사고친 놈들 중 돈이 없는 녀석들은 인성교정 후에 신분세탁을 해준다는 이야기 같았다.
“고객님께선 저희 교화프로그램에 참여하시어 완벽한 교화를 통해 악인을 벗어나셔야 합니다.
만약 성공하신다면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규정상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어려우니
교화가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신다면 지금 포기하셔도 무방합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잠시 고민을 하고 있던 내게 남자가 덧붙였다.
“아, 선택에 도움이 될까 싶어 말씀드리는데 저도 교화 프로그램 출신입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교화된 후 새 인생을 얻을 수 있었지만 대표님 밑에서 일하기로 결정했지요.”
남자의 말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그 교화라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결국 설교 조금 듣고 착해진척 하면 된다는 것 아닌가?
난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남자가 내미는 서류에 사인했다.
“교화방에 잘 오셨습니다.
앞으로 모든 숙식은 이곳에서 이루어지며 심사를 통해 교화여부를 결정합니다.
교화될때까진 이곳에 계시면서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가지셔야 합니다.”
날 안내한 것은 처음 봤던 그남자였다.
다른 부서로 인계되는게 아니라 배정된 담당자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전체과정을 통솔하는 식인 듯 했다.
그가 내어주는 옷으로 갈아입고 그가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가 안을 둘러보았다.
보기엔 감옥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제법 넓었지만 시멘트벽과 시멘트 바닥뿐 창문이라곤 하나 없었고 작은 전구 하나만이 음산하게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잠자리라고는 나무 박스 몇개 위에 천 쪼가리 덮어놓은게 다였고 구식 변기 하나만 덩그러니 있을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의자 하나가 있긴했다.
불편해 보이는 나무의자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방의 정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다.
고문실과 크게 다름없는 그 꼴을 보니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혹시 그 교화라는게 삼청교육대처럼 무지막지한 것일까?
“자.. 잠깐... 혹시 교화라는게 막 때리거나 하는건 아닌지....”
덜덜 떨며 이야기 했지만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폭력은 저희 대표님 정신에 어긋납니다.
사실 프로그램이라고 해봐야 별거는 없으니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죄를 뉘우치고 반성을 하는게 전부니까요.”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물론 그다지 자유롭진 않습니다. 당분간은 이 방안에서만 생활하셔야 합니다.
식사는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에 문 아래쪽으로 공급됩니다.
물 역시 식사와 함께 정해진 양만 공급되니 식수와 씻을 물을 잘 분배해 사용하십시오.
모든 시간은 자유롭게 쓰셔도 좋지만 교화를 위해 의자에 앉아서 반성의 시간을 가지는걸 권해드립니다.
심사는 언제든 열릴 수 있지만 조건 충족이 되지 않으면 심사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그점 유의하십시오.
심사 전까진 그 어떤 교류도 없을 겁니다.
모든 과정은 방에 달린 CCTV로 지켜보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문을 닫고 멀어져갔다.
“보자... 의자에 앉으란 말이지?”
난 곧장 의자로 가서 앉았다.
역시나 딱딱하고 불편했기에 작게 한숨을 쉬고는 잡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여기 꼼짝없이 갇혀있어야겠구만.
그 심사란게 뭔지는 모르지만 잘 얘기해서 빠져나가야지.
아 그렇지. 새 이름은 뭘로 할까? 집이나 직업도 정할 수 있다던데...
잘됐구만. 그거나 생각해 놔야겠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이방에 시계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나 앉아있어야 되지? 기준같은게 있나?’
의문이 생겼지만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젠장 대체 뭐야...”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적어도 4시간은 넘은 것 같은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별다른 변화도 없다.
오늘은 그만 되었다든가 뭘 어떻게 하라든가 하는 이야기도 없었다.
그저 식사랍시고 맛없는 죽 한그릇이 나왔을 뿐이다.
몇술 먹는둥 마는둥 하고 그릇을 밀쳐버린뒤 침대에 가서 누웠다.
오늘은 충분한 것 같으니 일찍 잠이나 자버릴 생각이었다.
방안이 춥고 침대는 불편했지만 몇시간을 지루하게 앉아있던 탓인지 금세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4일. 식사 나오는걸 기준으로 세어봤을 때 정확히 4일째다.
쿰쿰한 냄새가 나는 맛없는 죽을 혀로 싹싹 핥아 먹었지만 허기가 가시지 않았다.
지난 4일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멍하니 의자에 앉아있거나 침대에 누워 억지로 잠을 청하는 것 뿐이었다.
운동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여기서 넣어주는 음식따위는 금방 배가 꺼졌기에 괜시리 기운 낭비를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반성하는 척하며 의자에 멍청하게 앉아있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질력머리가 나고 있었다.
‘망할 새끼들... 뭘 어떻게 하라는거야...’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지만 최대한 반성하는 듯한 표정을 유지하는걸 잊지는 않았다.
녀석들은 CCTV로 내 모습을 전부 보고있을 테니까.
“야이 새끼들아!! 왜!! 뭐가 문제인데? 너희말대로 했잖아! 반성했는데 왜!!”
8일이 지났다. 지금까지도 심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혹시 내가 무언가를 잘못한 것일까?
그렇다 해도 어떤 말도 없이 사람을 이리 방치해 둔다니 열불이 뻗쳤다.
안그래도 인내심이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렇게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뭐 어떻게 하라고 말이나 해주던가! 아무소리 없이 사람을 생으로 가둬두고 있어!”
한참을 난리를 피워봐도 소용없었기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뭔진 몰라도 그 심사란걸 하기 위해선 뭔가가 필요한 것 같았다.
난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방식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더럽고 짜증나지만 내 새로운 인생을 위해서는 참아야 한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이제 새사람이 되겠습니다. 반성합니다.....”
14일째.
여전히 심사 같은건 없었다. 허기와 피로와 함께 정서 불안이 찾아왔다.
어떻게든 심사를 받기위해 의자에 앉아 미친 듯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입이 말라갔지만 말하는걸 멈추지 않았다.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왜!! 뭐 때문에!! 대체 왜 그러는데! 야이 사기꾼 새끼들아! 당장 문 안열어?
이 새끼들이 날 속이고 병신 취급하고 있어!!
야이 새끼들아 너희들 다 죽을줄 알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 이 새끼들아!!!”
20일째.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여전히 심사 같은건 없다.
이녀석들이 단체로 날 엿먹이는게 틀림없다.
애초에 그런 멍청한 말에 속는게 아니었는데...
하루종일 발광을 해봤지만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어지럼증이 점점 심해 지고 있었다.
바닥도 벽도 울렁거리는 느낌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내가 잘못했어요. 다 없던일로 할테니까 그냥 보내줘요.
자수! 그래 자수할테니까 내보내 줘요.
아 감옥 간다구요 그냥! 경찰서 갈테니까 문열어줘요!
어? 내말 안들려?? 문열라고 이새끼들아!!”
35일. 아니 어쩌면 34일이나 36일. 이제 세는것도 포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경찰에 잡히건 감옥에 가건 여기보단 나을 것 같았다.
이곳에선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지루함과 권태가 도를 넘어서자 정신적으로 점점 무너지는 것이 느껴졌다.
의자에 앉아있자면 벽과 바닥이 움직이며 점점 좁혀 들어온다.
숨막힐 듯 한 답답함을 느끼며 발작한 것이 몇 번인지도 알 수 없었다.
밥이 나오면 허겁지겁 먹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발작이 오면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잠이 든다.
그리곤 악몽을 꾸다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는 생활의 반복.
표현 못할 정도의 공포심이 내 정신을 옭아매고 있었다.
“저리가! 이 새끼들 저리 가!!
적어도 50일이 지났다.
내 몸으로 벌레들이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바닥과 벽에 가득 찬 벌레들이 내 몸에 달라붙어서는 내 살을 파고들고 있었다.
고통과 간지럼 때문에 손톱이 빠져나가도록 긁어 봤지만 벌레들은 아랑곳 않고 내몸으로 달라붙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이렇게 빌게요...”
두달을 훌쩍넘어간 어느날부턴가 내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어][인간 쓰레기][갈기갈기 찢어버리겠어][죽여버릴거야][한심한새끼]
내가 죽인 사람들의 목소리 일까?
상자위에 몸을 웅크리고 덜덜 떨면서 시간을 보냈다.
목소리는 밤낮없이 나를 괴롭혀 왔다.
정신이상으로 환청이 들리는건지 아니면 내안에 남아있던 일말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목소리인지 알수 없었지만
말도 못할 정도로 섬뜩한 목소리였다.
쿵, 쿵, 쿵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세달. 어쩌면 100일이 넘었을지도 모른다.
벽에 머리를 계속 찧어대는 바람에 이마에선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고통따윈 없었다.
차라리 고통 때문에 내 주변을 맴도는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어][인간 쓰레기][갈기갈기 찢어버리겠어][죽여버릴거야][한심한새끼]
내 몸에 달라붙는 벌레들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천장에서 뻗어나오는 손들도, 늪처럼 날 빨아들이는 바닥도 전부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곳에서 나가서 맑은 하늘을 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 벽에 머리를 박은채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여기서 나가고 싶었다.
이 지옥같은 시간을 끝낼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잇을 것 같았다.
수백번 수만번 되뇌어온 말이었지만
오늘은 심장을 옭죄어 오듯한 감정에 토하듯 내뱉었다.
“죄송합니다....”
기력이 빠진 나는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읊조리곤 바닥에 엎드렸다.
“정신이 드십니까.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저 기억 하시겠죠. 정확히 103일만에 심사를 가지게 되었군요.
축하 드립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오래전 기억에 남아있던 그 남자가 눈앞에 있었다.
분노를 느꼈지만 어이없게도 내 눈에선 눈물이 흘러 내렸다.
진짜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것도 오랜만이었고 이제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 때문에 감정이 북받쳤다.
“네. 이해합니다. 다들 고객님과 비슷한 반응이죠.
모르긴 해도 저 역시 비슷했을 겁니다.
자 하고픈말이 많으시겠지만 시간 관계상 빨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망의 첫 번째 심사입니다.
딱 한가지 질문만 드리겠습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긴장한 채 남자의 말에 귀 기울였다.
“당신은 악인입니까?”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난 그대로 바닥에 엎어지며 남자의 손을 붙잡았다.
“아니요! 전 이제 착해졌습니다. 선한 사람이 되었다구요.
앞으로는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옛날일 따윈 잊고 평생을 착하게 살겠습니다.
술. 그래 그놈의 술 때문에.... 그러니까 이제 술도 안먹고 선한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여기서 나가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남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결정은 제가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심사는 저희에게 돈을 주는분들이 직접 하시지요.
그 사람들이 누구냐면 고객님에게 피해를 본 피해자들입니다.
고객님 같은 경우엔 포장마차에서 죽은 사람들의 유족분들이지요.
간단한 원리입니다.
당신을 가둬두고 정신적 고통을 주는 대가로 그들은 저희에게 돈을 냅니다.
그분들 중에 용서할 생각이 드신 분이 생기면 저희들이 심사를 열고 그분들을 초대하지요.
그리고 고객님의 마지막 대답을 직접 눈으로 본 그분들이 계속 진행을 할지 용서를 할지 결정해 주십니다.
저쪽 보이시죠? 저 너머에 당신의 운명을 결정할 심사의원분들이 계십니다.
그들이 만장일치로 당신을 용서한다면 그날로 당신은 교화되었다고 보고 새로운 삶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용서하지 않는다면 계속 저희에게 돈을 지불하며 당신을 가둬두는것이지요.
그들의 기분이 풀려서 당신을 용서할때까지.”
남자는 벽에 붙은 커다란 거울 너머를 가르켜 보였다.
“자 이제 답변이 오겠네요. 당신의 대답을 듣고 저분들이 용서할 맘이 생겼을까요?”
곧 거울 위에 달려있던 사이렌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빨간 빛을 뿜어내었다.
“직관적이죠? 파란색이면 성공. 빨간색이면 실패입니다.
네... 아쉽게도 실패하셨네요. 다음 심사를 기다리셔야 겠습니다.”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그게 무슨....”
“저희끼리 얘기지만 고객님 대답이 마음에 안드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절실한건 좋은데 희생자들에 대한 사죄라든가 반성 같은게 보이지 않았거든요.
제가 유가족이었다면 화가 나겠죠. 그런 사고를 쳐놓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만 늘어놓으니....
뭐 애초에 용서할 생각이 없는 분이 한분이라도 계시면 소용없지만요.
아 추가로 이왕이면 최대한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시는게 좋을겁니다.
당신의 모습은 CCTV를 통해 그분들이 보고 있으니까요.
물론 쉽지 않을겁니다. 실제로 살아서 교화방을 나온분은 손에 꼽거든요.
나와서도 대부분 얼마안가 자살했습니다.
경험해서 아시겠지만 교화방이란게 제정신 유지하기 힘들거든요.
참고로 저는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 입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사내들이 날 다시 끌고 나가는 동안 남자가 덧붙였다.
“제가 죽인건 여동생이었거든요. 부모님은 한달만에 저를 용서하셨습니다.
당신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행운을 빕니다.
새로운 인생을 위해.”
By. neptun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