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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odayhumor.com/?humordata_1910217
해남 땅끝에서 걷기 시작해서 강진, 영암을 거쳤다.
생각보다는 순조로운 출발이었지만 날씨가 폭망...
열흘 동안 대부분 흐린 날씨에 비바람 치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흐린 날씨 뒤엔 맑은 날도 있지 않겠는가?
오늘이 그 맑은 날이다!
아직도 이름이 생생히 기억나는 "용궁 저수지"
어제 여기서 잤다. 대부분 야영은 저수지 근처에서 한다.
개인적으로 물이 있는 곳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주에 나옴
텐트를 칠만한 곳이 없기도 해서 주로 저수지를 이용한다.
오랜만의 맑은 날씨라 정말 기분 좋게 걸었다.
근데 걷다 보니 이때까지와는 다른 풍경이 보였다.
그렇다. 나주 하면 배 아니겠는가! 어느새 나주 도착.
나주시내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시내는 시내!
피자집이 있었다! 'ㅇ ㅏ~ 얼마 만에 문명의 이기인가'
나주에 왔으면 나주 곰탕을 먹어야지 피자라니...
나는 역시 초딩 입맛...
사실 걷다 보면 생각보다 식당이나 슈퍼 같은 게 없어서
비상식량 비슷한 걸 가지고 다니는데 이번에는 피자를 챙겼다.
점심도 해결하고 비상식량도 확보! 근데 온몸에 피자 냄새가...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딱히 목적지가 없었다. 그냥 북쪽으로...
보통 지도를 보고 가고 싶은 곳을 간다. 이번에는 영산강이 보였다.
아무리 지리를 잘 모르는 나라도 영산강은 워낙 유명하지 않은가!
걷고 싶다. 걸어 보고 싶다. 영산강
창피한 얘기지만 여행을 거의 다니지 않는 나에겐
영산강도 처음이었다. 나름 유명한 강인건 알았지만
실제로 보니 역시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나 보다. 크고 아름다워
그렇게 강줄기를 따라 북쪽으로 걷다 보니 날이 저물었다.
영산강 근처에서 밤을 보내고 다시 출발했다. 업무 시작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일은 지도를 보는 거다.
큰 목적지는 없더라도 오늘 하루 어디로 걸을지는 정해야 하니...
영산강은 광주로 이어졌다. 그렇게 광주를 향해 걷기 시작.
걷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자전거 종주길을 걸었다.
나는 자전거도 타지 않으니 이런 길도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길이 잘돼 있어서 놀랐다.
옆으로 자전거가 쌩쌩서 달려 더 놀랐다.
처음에는 자동차도 없고 언덕길도 없어서 좋았는데
이게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었다. 자전거 부럽다
게다가 풍경 변화도 거의 없어 마치 사막길을 걷는...
자동차, 자전거 그리고 걸을 때의 느낌
이때 처음으로 느낀 점이, 내가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나는 그런 느낌 아닌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