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군가에게 쫓겨 제주도의 깊은 산지에 머물고 있다. 답답함을 풀고자 숲을 내려간 당신.
오밤중에 돌아오던 중 길을 잃는다. 한참을 숲을 헤맨 당신 앞에 나타난 허름한 폐가. 지친 당신은 그 폐가로 들어간다. 어린 시절, 할머니는 낯선 폐가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충고했다.
버려진 집에 홀로 들어가면, 마귀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라고 하셨던가. 그러나 지친 당신은 폐가로 들어간다…. 폐가의 허름한 나무 바닥에 이상한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다.
역겨운 촉수를 연상케 하는 검고 긴 가발,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목조상, 기괴하게 일그러진 손거울… 그리고 해진 종이로 가득한 낡은 장서 하나. 당신은 알 수 없는 유혹에 이끌려 그 낡은 장서를 펼쳐드는데…. 장서에는 제주도의 거대한 비밀이 담긴 여섯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제주도 설화와 러브크래프트적 공포가 결합된 동양풍 코스믹 호러 앤솔로지! 괴이학회 x 들녘 공포 프로젝트! 『오래된 신들이 섬에 내려오시니』를 소개합니다.
■작품 및 참여작가 소개
一 광기의 정원_전건우
◇매드-민속학자, 신화 속 세계인 ‘서천꽃밭’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하다…!
마침 인간이 가장 잔인해지는 시간인 새벽 두 시, 최에게 찾아온 불안한 전화. 수 년 전 행적을 감췄던 동료 민속학자 김동호 교수의 연락이다. 김동호는 사랑하는 딸과 아내가 사망한 뒤로 기괴한 인물이 되었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김동호가 걱정되어 제주도를 찾은 최 교수. 김동호는 설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장소인 ‘서천꽃밭’을 찾고 있다는, 아니 실제로 찾았다고 한다. 죽은 사람을 살린다던 ‘환생꽃’을 원한다고 하는 김동호. 과연 저승과 연결됐다던 서천꽃밭이 존재하는 걸까? 마침내 최 교수는 서천꽃밭을 찾아 김동호와 연구진들을 따라 깊은 산속 동굴로 들어선다.
그리고 예상과는 전혀 다른 지옥도가 펼쳐진다.
*전건우
소설가. 『밤의 이야기꾼들』을 시작으로 여러 편의 장편소설과 단편집을 발표했다.
二 단지_전혜진
◇잊어질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4.3사건, 무당의 시선으로 재조명하다.
제주도 출신이자 제주도에서 학교 선생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 세빈을 만나러 온 친구 둘, 하린과 주연. 세빈은 출근을 하고, 하린은 그림을 그리고, 주연은 문자 그대로 빈둥거리며 지낸다. 어느 날 하린과 주연이 산 쪽으로 산책을 하다가 연못을 발견하고 물장난을 친다. 그곳에서 새끼줄로 꽁꽁 싸매어져 있는, 단지 하나를 발견한다. 단지를 꽁꽁 싸맨 새끼줄이 풀린 순간, 하린과 주연은 아득한 어둠을 본다. 마치 그 작은 단지가 우주를 담고 있어, 그 안에서 무한한 어둠이 쏟아져 나온 것처럼….
그 단지는 한 무당이 제주도에 잠든 거신, 저승할망을 일깨우기 위한 도구였는데.
*전혜진
전혜진. 2007년 『월하의 동사무소』로 데뷔한 이래 SF를 비롯한 장르소설과 논픽션,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작은 『여성, 귀신이 되다』가 있다.
三 수산진의 비밀_정명섭
◇낯선 섬, 낯선 마을에 던져진 선비. 유학자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낯선 것들’과의 대결. 보수성리학자 유교보이 박시혁이 겪는 세계관의 대혼란.
조선의 선비, 박시혁은 불의한 일로 제주도에 유배를 당한다. 사람의 얼굴을 한 물고기가 헤엄을 치고, 사람의 팔다리가 나온 뱀이 있다느니 온갖 불길한 소문이 많은 제주도. 심지어 양반으로써 자세를 낮추고 조용히 있으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박시혁은 수산진이라는 마을로 향하게 된다. 수산진은 생활이나 기후, 언어가 육지와는 전혀 다르고, 이들은 감히 성리학을 비롯한 조선시대의 유교적 원리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세상에 혼자 남은 듯한 고독과 감시당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는 박시혁.
어느 날 박시혁에게 은화라는 아이가 몰래 접선해오는데. 은화는 박시혁에게 수산진의 성벽 아래에서 기괴한 절규와 비명이 들린다고 한다.
수산진에 숨겨진 비밀, 그들이 믿는 신의 존재는 무엇일까.
*정명섭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을 거쳐서 커피를 만드는 버리스타로 일하면서 글을 썼다. 현재는 전업작가로 활동 중이며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
四 딱 한 번의 삶_황모과
◇ “누군가가 죽으면 남은 자가 이 섬에서 나갈 수 있다.” 전설의 섬 이어도에서 벌어지는 코스믹 호러+타임리프!
자살을 하기 위해 배에서 뛰어내린 ‘나’. 눈을 떠보니 외딴 섬이다. 섬에는 누구도 살았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정체불명의 여신 초상화가 그려진 사당 뿐. 제단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이 있다…. 정신없이 밥을 먹은 ‘나’는 이제 어찌해야할지 고민 중인데,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닷가로 나가니 임신한 여자가 울부짖고 있다. 겨우 여자를 달랜 ‘나’는 함께 이 섬에서 살아나갈 방도를 획책해보려 한다.
그런데 이 여자, 뭔가 수상할 정도로 익숙하다.
*황모과
「모멘트 아케이드」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안전가옥 『대스타』 앤솔로지에 MBC 시네마틱 드라마 ‘SF8’의 원작 「증강 콩깍지」를 수록했다. <오늘의 SF>에 「스위트 솔티」, <에픽> #3호에 「네 식구」, 『뉴러브』 앤솔로지에 「나의 새로운 바다로」, 리디북스에 「밸런스」 등 활발히 단편을 발표하고 있다. 단편집 『밤의 얼굴들』을 출간했다.
대학원 조교인 ‘나’는 급한 지도교수의 호출로 제주도의 작은 섬 중 하나로 떠난다. 뱀신을 숭배하던 석상과 제사상이 보이는 불길한 섬. 그리고 일반 유적지를 탐사 한다기에는 탐험대원들이 너무나 많다.
뭔가 이상하지만 만장굴처럼 새로운 유적을 찾아낸 줄로만 알고 지도교수를 따라 깊은 동굴로 들어가는 ‘나’. 그런데 동굴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도교수 잘못만난 대학원생의 코스믹 호러 고군분투기!
*김선민
작가, 스토리디자이너. 장편소설 『파수꾼들』을 출간하며 장르문학 작가로 데뷔했다. 괴담, 호러 레이블 괴이학회에서 도시괴담 앤솔로지인 『괴이, 서울』, 『괴이, 도시』 등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집을 기획·제작했다. 판타지·무협 장르 웹소설 작가 및 교육 강사로도 활동 중이며, 스토리디자인 스튜디오 코어스토리를 창업 후 운영 중이다.
六 영등_사마란
◇현실낙원 영등마을.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즐거운 공동체. 이 환한 얼굴 이면에는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어둠이 존재한다.
제주도 깊은 산자락에 존재하는 영등마을에 도착한 세미. 고아원에서 자란 세미가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남편인 효승뿐이다. 영등마을은 남편의 고향으로 ‘영등님’을 모시며 살아가는, 아주 평화로운 마을 공동체다. 세미는 처음 받아보는 과한 친절과 부족함 없는 삶의 모습에 감명 받는다. 다만, 또래의 젊은 여성이 없고, 효승이 자꾸 사라지는 게 이상할 뿐이다.
세미는 마을에서 유일한 또래인 지수를 발견하는데. 감시라도 받는 것처럼 지수의 곁에는 사람이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세미는 지수가 ‘차기 영등’이었다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는데….
*사마란
'사마란'은 필명이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했으나 전공과 상관없는 삶을 살다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스토리텔링 공모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글쓰기의 세계에 발을 들여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에 「그네」를 발표했다. 도시괴담 소설집 『괴이, 서울』에 「전화」를, 『괴이, 도시』에 「펠리치따 오피스텔」을 수록했다. 『괴이한 미스터리 : 초자연 편』에 「챠밍 미용실」을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