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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odayhumor.com/?humordata_1909813
강진군에서 이틀 동안 정말 잘 쉬었다.
걷기 시작하고 첫 휴식이라 더 달콤했다.
하지만 난 다시 걸어야 한다. 멈춰있을 수는 없으니까...
게스트하우스에서 짐을 정리하고 나왔다.
쉬는 건 좋았는데 막상 또 출발하려니 몸도 마음도 무겁다. 무섭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곳이 편해도 계속 머무를 수는 없으니까...
길을 걷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을 지나갈 때가 있다.
유명한 명소나 관광지는 아니더라도 가끔 저런 곳을 지나가면
기분이 참 좋다. 김윤식 선생님을 잘 모르지만 인사는 드리고 갔다.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나는 길을 잘 못 들어 생각지도 못한 개고생을 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나는 걸을 때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이용한다.
근데 이게 기술이 너무 발전해서 최단거리를 자동으로 찾아주는데
가끔 한 번씩 산을 넘으라고 한다. 최단거리 기는 한데 산을 넘는 것이다.
내비님... 저 그냥 돌아서 갈게요 ㅠㅠ
ㅇ ㅏㅇ ㅏ~ 이 아름다운 산세를 보라! 그렇다!
강진에서 영암까지는 엄청난 언덕이 언to덕 기다리고 있다.
산맥으로 둘러싸여서 돌아갈 곳도 없다. 등산 확정
어릴 적에 어르신들이 "재넘어"라는 말씀을 한 기억이 났다.
내 평생 무슨무슨 재가 들어간 곳을 엄청나게 지나간 거 같다.
무거운 배낭, 가파른 언덕길 그리고 우중충한 날씨.
결국 또 폭우가 쏟아졌다...
엄청난 비바람, 작은 텐트 안에서 버티고 있었지만
결국 마실 물이 떨어져 버렸다. 밥은 하루 정도 못 먹어도
버티겠지만, 정말 물이 떨어지니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비옷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는데 운이 좋게 비가 젖어들었다.
이때다 싶어 얼른 정리하고 출발했는데 벌써 시간은 늦은 오후...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일단 식수부터 구해야 돼서 열심히 걸었다.
한 10km 정도 걸었을까? 국도에 위치한 작은 휴게소가 보였다.
정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걸어서 휴게소라니...
다행히 조그만 식당과 매점이 있어 끼니도 때우고 물도 보충했다.
어제부터 언덕길과 궂은 날씨에 시달리다
안락한 휴게소에서 편하게 휴게를 하니
더 이상 걷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역시인간은나는 나약한 동물인가 보다
결국 휴게소 근처 공터의 거시기 같은 돌탑 뒤에서 텐트 치고 뻗어버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