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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땅끝에서 출발한 지 6일 만에 강진군에 도착했다.
첫날은 숙소에서 하루 쉬었고, 중간에 날씨 때문에 못 걸었지만
느려도 너무 느렸다. 계산해보니 하루 평균 15km 걸었다...
느려도 괜찮아~ 포기만 하지 말자!
도시화된 읍내 안은 당연히 야영할만한 곳이 없다.
그리고 5일 동안 못 씻었더니 몸이 엄청나게 찝찝했다.
핸드폰을 켜고 숙박할만한 곳을 찾아봤다. 개인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선호한다. 그 특유의 감성 아닌 갬성이 좋다.
자금이 넉넉지 않은 나에겐 게하의 도미토리(때 잠) 시스템은 유용했다.
더더욱 혼자여서 방을 전부 쓴다던지 모텔은 불필요했다. 대실도 아니고
들어가 짐을 풀고 핸드폰 충전하고 샤워를 했다. 내 인생 최고의 샤워였다.
씻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거였구나...
행복했다. 어렸을 적 공중목욕탕에서 씻고 나와 바나나 우유를 먹는 기분이었다.
물론 지금은 성인이니 씻고 나와 맥주를 마셨다. 더 행복했다. 고생 뒤에 낙이 오나보다.
계획은 1박만 하고 바로 출발할 생각이었지만 맘이 바꿨다.
왜냐면 계획은 계속 바뀌는 법이니까... 나름 이번 여행 컨셉이다.
잠깐이라도 강진읍내를 돌아보고 싶었다. 코 시국이니 관광은 자제하고
오후 늦게 산책 정도만 하기로 했다. 사실 엄청나게 늦잠을...
이렇게 또 생각 없이 걸었다. 나름 6일 걸었으니 하루 쉬면서 걷는 느낌?
강진읍내 안인데도 생각보다 마주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골목길만 걸어서
그렇게 걷다 보니 강진만 생태공원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입장료 없으니 가보자!
오른쪽 관광지도를 보면 강진만이 정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게 보인다.
마치 사람으로 치면 두 다리가 있고 그 사이에 거시기 강진읍이 있다.
강진군도 처음이고 강진만도 처음이다. 잠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잠깐의 산책이 끝났다. 무거운 배낭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자연의 모습, 자연의 소리, 자연의 냄새와 함께하니 좋았다.
하지만 내일 다시 출발하려니 마음이 무겁다. 무섭다
역시 행복과 불행은 공존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