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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에서 걷기 시작한 지 2일 차
마치 신고식이라도 하듯이 궂은 날씨와
바닷가에서 야영 중에 엄청난 폭풍우까지...
새벽부터 천둥번개와 폭풍우까지 몰아쳐서 잠을 거의 못 잤다.
캠핑이 처음이기도 하고 텐트도 초소형이라 곧 뒤집어질 것 같은 느낌...
이날 오전 내내 비가 내려 출발을 포기했다. 아니 포기보다 출발 안 했다.내 맘
그래 목적이나 목표가 없으니 맘은 편하네 ㅋㅋ
겨우 날씨가 좀 갰다. 비바람과 파도가 얼마나 몰아쳤는지
해안가에 바다 쓰레기가 엄청 쓸려내려왔다.쓰레기 무사 귀환
폭풍이 몰아친 뒤에 느껴지는 그 특유의 느낌 아닌 느낌.
아직은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가자! 이제 진짜 시작이다.
근처 동네의 작은 시골 슈퍼에서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걷기 시작~
잠깐 식사나 음식 관련 얘기를 하자면, 야영이나 캠핑이 첨인 나에게
불을 다루는 거는 위험할 것 같아 음식 조리는 포기했다.그 대신에
작은 크기에 간식을 주로 들고 다녔다. (생각보다 걷다 보면 식당이 없음)
그렇게 정처 없이 걸었다. 아무리 목적 없이 걷는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방향은 정하고 걸어야겠다' 싶어 일단 북쪽으로 걸었다.
지도를 보니 해남군 북쪽에는 강진군이라는 곳이 있었다.길알못
잘 모르겠다... 닥치고 그냥 걷자
아직은 배낭의 무게나 걷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2~3km 정도 걷다 쉬 고를 반복했다. 특히 차도를
걷는다는 것은 정신적인 피로도가 엄청났다.멘탈 공격
두 번 정도 걸어보니 현재 내 한계가 어느 정도 보였다.
창피한 얘기지만 15km 정도 걸으면 지쳐버린다...저질 체력
나이 탓은 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아직 40대 초반 아닌가!
딱히 목적지도 없고 일정도 정해있지 않아 마음은 편했지만
문제는 잠자리, 숙박이었다.아무리 야영 도구가 있다고 해도
함부로 아무 데나 텐트를 칠 수는 없는 법이니까...정말 서러움
그래서 스마트폰 지도 앱을 열고 오늘 야영할 곳을 찾아봤는데~
걸어가는 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왠지 모르게 저곳을 꼭 가고 싶었다.
사실 위성사진에 찍힌 공룡이 궁금하기도 하고 차도를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민폐 끼치는 것을 극도를 꺼려해서 사람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정말 엄청난 크기의 저수지였다. 게다가 산을 끼고 만든 저수지라
제방뚝까지 올라가는데 한참 걸렸다. 거의 등산 수준이었음 ㅠㅠ
언제나 그렇듯이 고통 뒤에는 보상이 따르는 것 같다. 행복했다.
그냥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