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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센 백신 8일간의 일기
게시물ID : corona19_60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요비
추천 : 1
조회수 : 96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6/17 13:28:42

1일차


경건한 마음으로 백신을 맞기 위해 하루 전 부턴 금주 했다. 당일 매우 좋은 컨디션으로 아침식사까지 마치고 예약시간인 12시보다 이른 11시 40분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많은 남성들이 병원에 있었다.


별다른 준비없이 문진표만 작성하고 바로 주사를 맞게 되었다. 의사가 주사를 놓다니. 좀 아픕니다 라고 말하더니 생각보다 많아보이는 주사액을 순식간에 주입했다. 엄마라는 말이 거의 입술까지 차올랐다. 세상에. 둥근 백열구가 땅바닥에 떨어져 퍽하고 터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초등학생때 친구들끼리 뽕을 놓는다는 장난이 있었다. 주먹을 쥔 상태에서 중지를 살짝 내밀고 어깨 측면 삼각근 부위나 팔 삼두근을 가격하는 건데, 제대로 맞으면 뽕 맞은 사람처럼 눈이 돌아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맞은 사람은 비명소리도 못 낼 정도로 아프기 때문에 제대로 맞은 친구의 모습을 보면 희열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는 정말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놀이임을 잊으면 안된다. 잘 모르는 약해보이는 학우에게 가하면 폭력이 되어 버리니까.


주사를 맞고 나면 15분 정도는 병원에서 대기를 해야 한다. 초기에 이상 증세가 날 수 있다고 해서 였다. 너무 멀쩡한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왔고 평소대로 공부도 하고 밥도 챙겨 먹고 다 했다.


역시 난 건강해 라고 말했지만 면역반응은 저녁부터 천천히 올라 왔다. 백신 접종 약 10시간 후인 10시부터 슬슬 근육이 당기기 시작하고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몸살이었다. 몸살을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몸살이 어떤건지 잘 안다. 심지어 밤새 잠들 수가 없었다. 잠이 오는데 자고 싶은데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보통은 잠이 안와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곤 했는데 이번엔 너무 자고 싶은데 잠들지 못했다. 이게 면역 반응인가? 


새벽에 일어나 선풍기를 끄고 긴팔 옷을 꺼내 입고 두꺼운 이불로 겨우 바꿔내고 다시 누웠다. 그리곤 겨우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 10시에 일어났다. 어제 저녁의 증세가 특별히 증가한 것 없이 유지되고 있다. 오늘은 운동 할 수 없을 것 같고 좀 잘 먹고 푹 쉬어야 겠다. 


자기전에 타이레놀 두 알 먹었고, 이른 아침에 또 두 알 먹었다. 아끼지 말고 먹자. 아끼면 똥 된다.


2일차


하루종일 딩굴거리다가 타이레놀 두 알 더 먹었다. 이제 거의 회복된듯. 24시간 안에 타이레놀 6알 먹었으니 좀 많이 먹은걸까. 저녁에 잠이 올지 모르겠다. 몸 상태가 나쁘지 않으니까 이따가 저녁먹고 한 시간 정도 걷던지 해야겠다. 뛰는건 좀 무리인 것 같고.


3일차


역시 밤새 뒤척였다. 타이레놀 먹으면 잠이 오는 거 아니었나? 아니다. 하루 종일 딩굴 거리고 자다 깨다를 반복했으니 저녁에 잠이 온다면 그거야 말로 비정상이다.


4일차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장어구이를 먹으러 왔다. 이억집 이라는 장어 숯불 구이집에 다녀 왔는데 kg당 3.4만원 정도 했다. 어머니한테 듣기로 아주 저렴하다고 한다. 직접 숯불에 구워먹는 방식이고 기본 세팅은 아주 간소하게 나왔다. 직화로 구워 먹는 것이어서 그런지 마치 캠핑장에 온 기분이 들었다. 빈 테이블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이 집이 얼마나 잘 되는 집인지 알 수 있었다. 


5일차


장어의 힘은 대단했다. 빈말 안하고 기력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때 되면 기력 보충을 위해 보양식을 먹는 것 같다. 보양식을 통해 기력이 보충 되는 것이 느껴지는걸 보니 이제 진짜 나이를 숨길 수 없게 되었다고 느껴진다. 어머니가 백신을 맞게 된다면 한번 더 들러야 겠다.


8일차


아직 완전히 항체가 생긴건 아니지만 이제 몸은 정상으로 돌아온게 느껴진다. 백신을 맞은 팔은 뼈 맞은 것 처럼 아팠는데 이제 통증은 사라졌다. 다만 아직 푸르스름하게 멍자국이 남아 있어 백신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철들고 나서 맞은 예방 접종은 훈련소에서 맞은 파상풍 주사, 그리고 이라크 자이툰 부대 떠나기 전에 맞았던 두번째 파상풍 주사를 제외하곤 처음이다. 앞으로 또 백신을 맞을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역시 생각대로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닌 것 같다. 


짧게 요약하자면

 

백신 주사는 아프다.

 

면역반응으로 48시간 정도 오한과 몸살기운이 있다. 

 

경중은 다르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증상은 똑같은 것 같다. 

 

식욕이 증가했지만 몸살로 인한 귀찮음으로 인해 폭식은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배달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이라면 이 기간동안 살 많이 찔 것으로 예상 된다. 

 

몸에 변화를 주는 일을 하고 나면 든든하게 보양을 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거르지 말고 보양하자. 내 몸은 내가 지키자.


이상 백신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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