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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http://todayhumor.com/?humordata_1908039
제 실제 경험담입니다. 반말로 쓴점 양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첫 수업이 끝나고
2번째 3번째 4번째 수업이 지나갔어
다행히도 그동안 여학생들과 많이 친해 질 수 있었고
간단한 대화를 할 정도로 사이가 진전 되었어
그녀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Were are you from?" 이었던거 같아
다들 내가 처음에 일본인인줄 알았단다
(찐따 처럼 생겨서 그런듯... )
그러다가 친해진 여학생중 한명에게
그 한국사람처럼 생긴 여학생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봤음
그 여학생이 말하길
"Ah~~~ She is North Korean!^^"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어
"노..노스 코리아? ㅆ...."
하...왜 ㅆㅂ 하필이면 북한이지? 북한에서 여기까지 유학 올 정도면
아버지가 고위층 간부일텐데.. 혹시 자기 딸이 남조선 아새끼랑
춤추는 걸 알면 날 암살 하진않을까?
농담아니라
그당시에는 정말 진지하게 무서운 생각이 들었음
그래서 그 많은 여학생들중 그녀에게만 말을 걸지 않았어
그녀도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테니
그녀도 그것을 원했으리..
쨌든 수업이 진행 될수록 학생들의 춤 실력은 점점 향상되어갔고
그중 나와 북한 여학생이 실력이 눈에 두드러졌어
다른 학생들이랑 춤을추면 딱 학예회 재롱잔치 느낌났는데
이상하게 그녀와 호흡을 맞출때면 스텝 시선 제스처 모든 것이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갔어
사실 그녀가 엄청 잘 했던것 같아. 어렸을때 춤 교육을 받은건지 아니면
머리가 좋은건지
바람에 날리는 실크처럼 부드러운 선을 그리는 것 같았어
그럴때마다
눈치없는 교수님은
"미스터 베리굿 왓어 원더풀" 하며 따봉을 날려댓음
그때마다 나와 그녀는 서로 어색한 미소를 지었지..
그녀 때문이었을까?
어느새 사교댄스 수업은 가장 기다려지는 수업 시간이 되었고
집에서 바람의전설이라는 영화까지 찾아보며 혼자 춤추는 지경까지 되어버렸어
그러면서 그녀에게 어떻게 말을 붙힐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아
"어...북조선 동무 김정은 동무는 잘 지내고 있나요?? 하.. 됐다 관두자.."
기억나는것이 당시 2017년 10월 정도 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로 남북 관계가 험악해지는 시기가 있었어
아마 그것 때문에 북한 전세계적으로 욕먹었던 걸로 기억해
그런 시기 때문이였을까 점점 향상되는 나와 그녀의 춤 실력과는 상반되게
우리는 점점 어색해지고 여전히 대화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
아니 할 수 없었어
그녀도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
전세계적으로 북한 이미지가 워낙 최악이니 뭐...
하여튼
우리는 점점 어색해지고
심지어 그녀가 수업에 나오지 않는 날도 생기기 시작했어..
나를 의식 해서인걸까?
그녀가 수업에 나오지 않은 날은 다른 여학생들과
조금더 춤에 집중하려 했는데
솔직히 그녀보다 잘 추는 여학생은 없었어
어느새 그녀와 호흡을 맞추는게 그리워지기 시작했어
그렇게 시간은 흘러흘러
애증의 사교댄스 수업에도 종강이 찾아왔고
마지막 댄스만을 남겨둔 상황이었어
아쉬움이 많이 남았기에 여학생들 1명1명과 춤을출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에스코트를 해주었어
그래도 뭔가 풀리지 않을 갈증을 느꼈음..
마지막 수업인데 그녀는 역시 안오는가 했는데...
그녀가 왔어!!
그리고
그녀와 호흡을 맞출 마지막 기회
서로 손을 마주잡고 바라보고 있지만
그녀와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38선의 철의장벽이 서 있음이 느껴졌어
그리고 시작된 댄스
서로 맞잡은 두손.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시선
내가 한발을 내딛으면, 그녀는 한발을 뒤로 물리고
그녀가 한발을 내딛으면, 나는 한발을 뒤로 물렸어
무대를 중앙을 구심점으로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2개의 천조각이 바람에 떠다니듯이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스텝을 밟으며
그녀의 얇은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며
다시 강렬히 그녀와 멀어지며
다시 반복되는 퀵 슬로우
그 모든 복잡한 동작속에서도
서로 맞잡은 손은 단한번도
놓지 않았어
춤은 점점 끝을 향해가고
마지막을 향하여
우리의 춤 역시 가장 격렬한 동작을 펼치고 있었어
커다란 원을 그리며 그 속에서 다시 작은 원을 그리고
마치 세상이 그녀와 나를 중심으로
어지럽게 뱅글뱅글 도는거 같았음
숨이 가빠오고 얼굴에 땀이 주르륵 흐르는게 느껴졌어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은 너무나도 상쾌해 저절로 얕은 미소가 지어졌어
그녀를 보니 그녀 역시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
그렇게 나와 그녀는 우리가 보여 줄수 있는 최고의 스텝을 밟았고
사교댄스 수업은 그렇게 막을 내렸어
나와 그녀의 춤을 지켜보던
교수님이나 다른 국적의 학생들은
남남북녀가 말없이 그리는 사교댄스의 애환을
알았을까? 아마도 몰랐겠지
마지막까지 그녀와의 한마디의 대화도 없던 사교댄스는 끝이나고
그녀도 나도 A를 받고 가방을 챙겨 각자 갈 길을 갔어
나는 오른쪽 문으로, 그녀는 왼쪽문으로
그런데 이상하게 그녀를 등지고 반대편 출구로 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더라
아마 그녀도 미소 짓고 있었겠지?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