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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한번 해보고 싶다
게시물ID : love_485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를쓰다
추천 : 2
조회수 : 177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21/06/09 04: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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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가는데
그저 연애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 뿐
나는 속수무책으로 썩어가고 있다

점잖으신 분들은
사람이 좋아서 연애를 해야지
연애를 하고싶어서 사람을 찾는 마음부터 문제라고
지적할 테지만

목이 마른 것은 마른 것이지
나를 속이기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 나이 먹도록 여자 한번 못만나봤으면
바보가 아닌 이상 주제 파악은 된다
연애시장에 있어서 나는 악성 재고품 내지
불량품이라고 봐야하는것이다.

성에 대한 욕구가 강했던 20대 초반엔
길가다 예쁜 여자를 보면 화가 먼저 났다
내가 평생 말 한번  못걸어볼 여자들 
나에겐 주어지지 않는
삶의 가장 풍요한 경험들과
눈부신 기억들
유성생식을 하는 생명체라면 무엇이든
가장 강렬하게 원할 성적인 경험들까지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지금에야
그들을 외계인처럼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간혹 여전히 참 햇살 좋은 날에
거리를 걷다보면
어딘지 씁쓸하고 서글픈 마음이 든다


연애라는 것이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서로간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조율해가는 과정이라면
나는 완전한 초보자인 셈이니

피차 아는 것 없을 
스무살의 그녀들과 스무살의 내가 만났다면 몰라도
이제 서른이 된 그녀들과 
서른이 된 나 사이에는
외계인과 지구인 만큼의 거리가 있다고 느껴진다 
누군가 지적했듯,
나이 서른 먹고 에이, 비, 씨부터
가르쳐가며 (그다지 멋지지도 않은)남자를
만날 여자는 없는 것이다.

혹자는 동호회라도 나가보고
집밖에 나가 산책이라도 해보라고
자기관리도 하고 해야지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불량품의 삶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번듯한 직장도 있고
취미는 운동이며
철마다 옷을 산다고 통장을 쥐어짜지만
그렇다고 호박이 수박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잘 관리된 우수 불량품이라해도
양품은 아닌 것이며
시정마는 시정마일뿐
어디까지나 유전자가 다른 종마를
제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름다워야 사랑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라지만
아름답지 못한 나에게 사랑할 기회는 오지 않는다
열등감은 내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내 밑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나를 좀먹으며 스스로 자라난다

내면마저 흉하게 망가져가는 나를 보며
사랑은 아무래도 나의 것이 아니라고
고개를 젓고 외면하는 연습을 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쉬워질테지만
간혹
왜 세상은 이런 것이며
나에겐 주어지지 않느냐며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며 보채면
달래기 어려운 날들이 있다

나 자신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 
거듭 고개를 조아리며
힘겹게 힘겹게 또 어떤 외로움을 건넌다

이대로 젊음은 힘없이 스러져가는데
강 건너 불붙은 듯 오도카니 바라만 본다

원컨대 
가질 수 없다면 바라지 않는 인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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