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많은 남성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간에 국방의 의무를 다 합니다. 그러면서 꼭 거치는 음식이 있다면 그것은 건빵이라고 하겠지요.
이 건빵은 우리나라 군대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특히 서양 쪽 군대에서도 많이 먹었고 많이 먹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여러분이 군대에서 먹었던 건빵은 우리나라에서만 볼수 있다는 고유의 물건인 것을?!
뭐 제대로 말하자면 요 앙증맞고 달콤한 건빵은 옛 구 일본군에서 개발하여 먹었던 물건이며 그게 고스란히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온 음식입니다.(지금도 자위대 쪽에서는 저런 건빵을 아직도 먹나 모르겠군요.)
서양 쪽 군대에서의 건빵은 저렇게 앙증맞고 맛있지(?)가 않습니다.
보기만 해도 목이 메어오고 숨이 가빠올 정도로 크고 텁텁해 뵈지 않습니까? 어마무시하게 큰 크기에, 물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뻑뻑한 건조함....
이정도면 별사탕 정도로는 어림없습니다.
의외로 이 빵이란게 보존과 제조가 어렵습니다. 지금이야 뭐 보존기술이 발전했다지만 옛날에는 그럴만한 기술도, 여유도 없었지요. 게다가 지금은 부드러운 빵을 만들 수 있는 재료로 쇼트닝, 베이킹 파우더등 여러가지가 있다지만 당시에는 이스트 즉 효모로 빵반죽을 적당히 발효시켜 준 다음 구워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총알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에서 태평스럽게 어느 세월에 빵반죽하고 발효해서 구워먹겠습니까. 그냥 밀가루에 물반죽 해서 빨리 구워낸 다음 병사들에게 지급할 뿐이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건빵은 육지에서든 해상에서든 어디로든지 간에 군대에 보급되어 많은 병사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는 만우절 페이크 같은 거짓말이죠.
(저 영혼 없는 눈동자들을 보십쇼! 어떻게 건빵을 즐기고 있는 걸로 보입니까? 이거 다 군대의 높으신 분들이 사기 진작 및 여론 조성을 위해 조장한 거짓된 선전...!!!!)
예나 지금이나 군대밥이 형편없는 것은 사실이고, 병사들은 이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딱딱한 건빵을 먹기위해 몸부림을 칩니다.
그냥 먹으면 이가 몽창 나가는 대참사가 발생할 정도로 어마무시한 견고함을 자랑하는 건빵....얼마나 단단하냐고요? 이걸 가루로 내서 먹기위해 돌로 내려쳤는데 돌이 깨졌다라는 일화가 내려올 정도였으니까요 -_-;;;;
게다가 당시 해군에서 식사 예절 중 하나가 건빵으로 장난치지 말것이었습니다. 진짜 건빵으로 맞으면 다칠 정도니까요.
이렇게 단단한 건빵을 어떻게 먹느냐?
기본적으로 이걸 먹기 위해 병사들은 총의 개머리판으로 내려치거나, 언급한대로 돌로 깨거나, 아니면 수프나 차, 커피등에 적셔줘야 간신히 먹을만 했습니다. 혹은 이 건빵을 가지고 어느정도의 식감과 음식 먹는 기분이라도 내려고 가루로 만든 다음, 염장한 고기와 함께 물에 넣고 끓여 죽으로 만들어 먹었습니다.
제 1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병사들은 이 건빵 때문에 영원히 고통받아야했습니다. 물에 넣고 죽으로 끓이던가, 아니면 모래자루에 건빵들을 모아다 넣은 뒤 물에 삶거나, 푸딩으로 만들어보거나 해서 말이지요. 물론 평가는 최악이었습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먹고는 살아야하니까요.
건빵의 장점을 굳이 꼽자면 보존성, 휴대성이지요. 그냥 대충 가방이나 주머니에 쑤셔넣고 다니다가 배고프면 꺼내서 먹으면 되니까요. 근데 그게 다에요. 맛은 진짜 형편없어요.
보존성이 좋다고 해서 위생과 깔끔함까지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지금처럼 비닐봉지나 밀봉기술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그저 다 만들어진 건빵을 대량으로 저장할 때는 자루나 통에 넣거나 해서 보관했거든요. 그렇게 되면 서서히 곰팡이가 슬면서 벌레가 꼬일 수 밖에 없죠. 여러분도 집에서 쌀을 잘 보관하지 못하면 벌레가 꼬이듯이 말입니다. 이 건빵에 들어간 벌레를 먹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병사들은 먼저 건빵을 탁탁 두들기곤 합니다. 그러면 벌레가 꼬물꼬물 기어나오죠.
해양 역사 소설 혼블로워에서도 이러한 대목이 나옵니다. 영국 해군 함장인 주인공의 함선에 초대받은 러시아 해군 사관이 이렇게 영국 해군 사관들이 건빵을 식탁에 두들기는 것을 보고 이게 관습인가 보구나~ 하면서 따라하다가 건빵에 든 벌레를 꺼내기 위해 그러는 거라는 설명을 듣자 기겁을 하며 건빵은 손도 대지 않는 대목이지요.
이렇게 서방 국가의 군인들이 건빵 때문에 고통받고 있을 때 딱 한군데는 그런 걱정 없이 잘먹고 잘살았다죠. 어디냐고요?
바로 이탈리아입니다.
다른 국가들이 건빵때문에 대성통곡하고 있을 때 이태리 성님들은 건조된 파스타를 개발해서 들고 다니면서 배고프면 간단히 물에 삶아 와인과 함께 멋들어진 식사를 했다지요. 오오 역시 이태리의 위엄 오오!!!
(뭐 막장 이탈리아군 전설에서 영국군들이 포로가 된 이탈리아 군들이 식수로 파스타를 삶는 장면을 보고 기겁을 했다드라....는 말이 있죠? 이건 그냥 의도적으로 까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 건조 파스타는 이탈리아군에게는 야전식량이었고, 그걸 감안한다면 이걸 먹으려면 당연히 삶아야하는 거죠. 뭣도 모르고 이탈리아 이새끼들은 정신력이 겁나 빠져서 전장에서마저 귀한 식수로 파스타 삶는다능!! 라고 까대시면 곤란합니다. 옆나라 일본군은 무려 일본인은 초식인이니 쌀떨어지면 풀뜯어먹으면서 행군하면 된다!!! 라고 주장한 군인마저 있었는걸요...)
뭐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기술도 발달했고 하니 현재 건빵은 뭐 먹을만한 식감에 맛있게 먹으라고 버터 or 잼도 곁들여서 배급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하면 다행일까요?
(미군에서 지급한다는 MRE 비스켓, 즉 하드텍이라고 하는데 혹시 카투사 분들은 이거 드셔보셨을려나요? 대충 식감은 우리나라 아이비 비스켓과 비슷하다던데...)
그런데 갑자기 왜 건빵 이야기냐고요?
봄인데다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여친은 안생기고 연락하던 여자애는 연락을 씹고 있어서 기분이 우울하던 차에 점심 먹으러 나와서 집 앞에 있는 수입 과자점의 과자들을 보고 연상했다면, 연상작용이 지나치게 좋아서일까요?
여튼 여러분 군 시절의 추억을 음미하시면서 건빵이나 드세요. 두번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