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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유지력에 대한 제 3의 의견
게시물ID : history_151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apercraft
추천 : 12
조회수 : 1063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4/04/01 12:50:25
 
평소에는 게임만 주구장창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잉여입니다만, 저도 역사는 매우 좋아합니다.
문제가 된다면 남들이 사회나 문화 중심으로 맞출때 전 이상한거 위주로 맞춰서 이야기 나누기 좀 그렇다는 점이죠.
 
아, 별 거 아닙니다. 해양,수자원,환경 등을 중심으로 보거든요(....)
 
'역사에서 대체 저런 이야기를 왜 거론하느냐'라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습니다만, 역사 속에서 쇠락한 국가를 살펴보면, 적지 않은 수가 자연환경의 변화가 그 방아쇠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음, 뭐 이렇게 설명하면 '이게 대체 뭔 소린겨'라고 생각하실수도 있으니 좀 더 파고들어보죠.
 
 
상당수의 고대 문명들, 혹은 각지에 번성했다 사그라든 문명들은 대체적으로 이런 경로를 통해 발전하고, 망했습니다.
 
 
 
지리적으로 유리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지리적 이점을 통해 발전한다
발전과 더불어 자원을 마구잡이로 소모한다
어 슈ㅣ발 이러면 안될것같아 이러다 망하겠는걸
현존하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의 발전
좋아, 이걸로 좀 더 해먹을 수 있겠어
계속 발전
전성기
앜ㅋㅋㅋㅋ우리가 짱인데 뭐 볼거있냐 뭐 관리할거 있냐 그냥 써 막써
주변 자연환경 및 자원 초토화
헐??? 야 우리 왜이렇게 되었냐 이거 왜이래
야 뭔가 대책을 세워봐 뭔가 좀 해보란 말이야
 
 
(분기 1)
후발주자 등★장
아옼ㅋㅋㅋㅋ 내가 전성기 시절엔 너같은건 그냥 확 씨
엌ㅋㅋㅋㅋ 발림
망함
 
(분기 2)
야 이거 안돼겠다 버려
엌ㅋㅋㅋ 우리 망해간닼ㅋㅋㅋ
자멸
 
 
이 문명의 흔한 도돌이표같은 사이클은 메소포타미아에서부터 유래된 매우 전통있는 망테크(...)입니다. 한 문명이 부흥하게 되면 그걸 유지 관리에 붓는게 아니라 사치에 쏟아붓고, 분수령을 넘어서서 더이상 답이 안 나올 지경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고 막느라 애를 쓰지만 이미 돌이킬 수가 없기 때문에 점차 무너지는 거죠.
 
이런 망함의 사이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건 아무래도 토지,수자원,목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지는 말 그대로 고대부터 근대까지 문명의 생산을 전담하는 위치에 있었으며, 그 문명에서 인구 부양을 판가름하는 요소였습니다.
수자원 역시 마찬가지로 문명의 생산을 보조하며 인구 부양을 판가름하는 요소였기는 마찬가집니다. 더불어 산업과 상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죠. 물론 수자원은 마실 수 있는 물에만 한정되진 않습니다. 강과 바다 역시 중요한 수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목재, 포괄적으로 으로 볼 수 있는 자원은 문명을 유지하고 재생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맡습니다. 왜냐면 플라스틱이 이 세상에 쨘하고 등장하기 전까지 자원의 왕은 철이 아니라 나무였으니까요. 게다가 숲은 위쪽 두 요소를 관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사실 문명이 망하는데 있어서 수자원이 극단적으로 모자라서 망하는 경우나, 식량이 갑자기 훅 줄어들어서 망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모자라서 망하기 시작하면 셋 다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하거든요. 간단하게 알아봅시다. 세 가지 요소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말이죠.
 
 
풍족한 산림이 존재한다
이걸 박살내서 농경지를 만든다 or 우리는 목재가 필요하다
모어 농경지 모어 곡물
야 산림 다 베어버려 밭으로 만들자 or 야 배만들게 나무 더 베어와라
숲이 관리하는 수자원 제어능력 및 토양 영양공급능력 증발
더불어 지하수 고갈
지력이 후달리는데요? 물도 없는뎁쇼?
농경지 생산력 저하
그럼 이런 땅에도 잘자라는 걸 심지! 그리고 농경지 더 늘려!
인근 숲이 개발살남. 망해쓰요.
엌ㅋㅋ 홍수 개쩔어 농사망함
앜ㅋㅋㅋㅋ 토양 염분화 개쩔어 사막다됐네
곡물이 부조카당
야 우린 왜 목재가 없냐?
으앙 굶어쥬금
 
 
뭐 간단하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만, 지금 우리가 다 알다시피 숲이 망하면 인근 지역의 생태계가 박살납니다. 애석하게도 옛날에는 그딴걸 몰랐고, 숲이 박살나서 '아 숲을 지켜야 해!'라고 생각을 해서 조림사업을 벌이더라도.... 한 세대 지나서 다 까먹고 '우훗 좋은나무 써먹어야지'라고 말했습니다.
 
....이 등신같은 헛짓거리는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섬나라, 홍차국에서 심심하면 벌어진 짓이었습니다. 숲 풍족할땐 '크큭 내 우람한 톱으로 숲을 덮쳐버리겠다능' 이나 '으 숲! 으 야만! 으 우리는 문명맨 나무베기 짱짱맨 굿'같은 시나 노래를 지어서 벌목운동을 장려했고, 그러다 숲의 과도한 벌채의 부작용으로 목재 구하기도 힘들어지고 여러모로 부작용이 생기자마자 '오 그레이트 네이쳐 짱짱맨 자연 보호합시다 나무를 심어요''오 우리는 너무 야만스러워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문명의 참된 일' 같은 시나 노래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20년 뒤, 이놈들은 다시 '으 야만의 나무! 베어서 썰어서 정복할테야 고투더 벌목'같은 노래랑 시를 지어댔습니다.
....농담같죠? 참말임. 영국이 왜 최초로 석탄을 활용했을 것 같습니까? 목재가 없어서 목탄이 없으니 미쳐 날뛰기 직전에서 '야 이거 석탄은 많은데 이거 어떻게 해다가 써먹으면 안됨?'으로 시작한겁니다. 그러니까 자기네들이 똑똑해서 개발한 게 아니라 못개발하면 자기네들이 말라뒤질것같으니 활용도를 개발해낸거임.
괜히 영국놈들이 정신병자같은 짓 벌이는 게 아님. 역사적으로 숱하게 저런 자폐짓을 벌여왔습니다. 에이 미친놈들아 작작쳐해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제 조선을 살펴봅시다. 조선은 역사라는 시선으로 바라볼 때 갱장히 희한한 동네였습니다. 어지간한 동네에서 중농주의, 말 그대로 농사가 짱이다 농사가 잘되야 나라가 산다 농사 짱짱맨을 슬로건으로 내건 국가는 찾아보기가 힘들거든요. 보통은 농사=뭐 천한것들이 알아서 잘 하겠거니 정도의 시선이고, 농업의 발달=더 많은 농지 수준의 생각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농지를 늘리는 방법은 뭐다? 그렇죠, 엄한 숲 밀어버리고 거기에 불싸질러서 밭만드는거죠.
하지만 조선의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숲을 박살내가며 농지를 확대하는 일보단 농지 자체의 생산력을 늘리거나, 농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식 위주로 나갔습니다. 아 왜요 학교에서 그런거 다 배웠잖아요. 거기다 재생 가능한 농법, 그러니까 숲에다 불싸질러서 재 뿌려서 비료 주는 게 아니라 퇴비를 활용하는 방식도 꽤 빠르게 정착했죠.
물론 이런 농법의 발전은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닙니다. 왜냐면 아무리 농법을 발전하니 뭐니 해도 제일 가시적으로 눈에 훅훅 띄는 건 다 필요없고 농지를 그냥 넓히면 되는겨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막 농지가 늘어나지 않았죠. 왜그럴까요?
 
예쓰, 우리 조상님들께선 자연을 사랑하고 가꾸고 아무튼간에 오 자연 그것은 좋은것이라는 사상이 뿌리깊게 박혀있었습니다. 풍수를 즐기니 뭐니 하는 게 괜한게 아닙니다. 왜냐면 민둥 벌거숭이 산에서 무슨 풍수를 즐기고 자시고입니까. 깊게 우거진 숲과 푸르른 자연에 높은 가치를 두고 그걸 지킬 줄 아는 사상이 깃들어져있기에, 숲이 우리들의 전직 대통령 더 가카 삽질니우스의 패악질과 같은 짓에 망가지지 않았던 거죠.
 
이 놀라울정도로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숲 덕분에, 조선의 땅은 놀라울정도로 오랫동안 자연의 순환고리를 깨뜨리지 않고 유지해온겁니다.
 
 
숲이 유지가 된다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벌어질 가능성 낮다
자연적인 가뭄이 아닌 인공적인 여파로 발생하는 가뭄 없음
숲에서 지속적으로 농업에 유용한 각종 영양분이 공급된다
그럼 안정적으로 농사가 되겠네?
오 우리는 잘먹고 잘산다 앞으로 계속 쭉쭉
 
 
뭐 대충 이런 흐름을 유지해온거죠. 뭐 하늘에서 비 안떨궈주는 건 천지신명 관할이니 별 수 없지만서도(...)
이 의견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뭐냐면 조선 역사상 그렇게 숲을 박살내가며 농지를 늘린 건 아님에도 불구하고 농업생산량이 해가 가면 갈수록 쭉쭉 늘어났고 조선 후기가 되면 정신나갈정도의 생산성을 보여주었다는 겁니다. 통상적으로 한 문명에서 이렇게까지 집약적으로 농사를 지어대면 지력이 떨어지거나 토양의 염분화가 되어서 사막화가 진행되는게 보통인데, 우린 수백년 전부터 계속 거기서 계속 농사짓던 땅에서 나는 쌀 먹고 삽니다.
어디 메소포타미아에선 선조들이 삽 잘못 퍼대신 덕분에 파워풀 데저트가 되었는데 말이죠.
괜히 문명 5에서 메소포타미아보다 조선이 짱짱센게 아님. 오오 깨우친 임금 세종 찬양.
 
 
거기다 상업이 발전하고 공업이 발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원자재 격인 목재가 정신나갈정도로 소모가 되는데, 오히려 조선에선 어휴 상인 천민 뻐큐머겅 공업 엿머겅 우린 농사지을껴 같은 사상이 자리잡은 덕분에 공업으로 과도하게 나갈 목재 수요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목재 수요가 숲을 파괴할 정도로 증가하지 않았죠.
 
 
이런 숲의 중요성은 멀리 안 가도, 과거를 거스르지 않더라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매년 비만 왔다 하면 비+인간=시체 공식이 심심하면 써갈겨지는 부카니스탄을 보시면 됩니다. 시원하게 비가 내리면 시원하게 홍수가 터지죠. 그리고 그 부카니스탄의 산들은 아시다시파 미칠듯한 민둥산입니다. 지리적 조건이 거의 동일한데도 불구하고 저긴 비만오면 홍수가 터져나가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걸 보시면 아시다시피, 숲이 아작나면 그건 재앙인 법입니다.
 
조선은 숲을 온전히 보전해왔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땅의 생산성을 온전하게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뻐킹 재패니즈가 지랄병을 벌이기 전까지 그럭저럭 잘 해먹고 잘 살아왔던 거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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