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그동안 신고 다니던 등산화가 수명을 다해서 새로 등산화를 샀는데 신고 20m 정도 걸었더니 발바닥과 넷째 발가락 사이가 뜨끔하는게 뭔가 쎄함을 느껴지더군요. 등산화 개시 첫날 하산을 마치고 발바닥과 발가락이 아파서 걷기가 힘들어서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지간신경종과 족저근막염 진단을 받고 몇 개월간의 치료를 받게 되었고 저번 달에 완치되어 다시 새로운 등산화를 집에 들였고 초파일에 등산화 개시를 하였습니다.
다니는 산이 용마산과 아차산인데 용마산 중간에 용마정이란 정자가 있어 중간에 쉬어갈 수 있고 그 옆에는 천막으로 지어진 산스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산스장엔 통행금지란 금줄이 쳐져 있고 정문은 굵은 철사 줄로 봉해놓아서 사람들은 밖에 철봉에서 간단한 운동만 하는 정도였는데 그날은 천막 안에서 몇몇 분 들이 운동을 하고 있더군요. 어떻게 들어간 것인지 둘러보니 정문 반대편에 있는 후문을 임의로 개방해서 이용 중이었고 알아보니 그렇게 이용이 시작된 지 꽤 된듯싶었어요. 신고를 하기 위해 사진을 찍으려는데 근처에 있는 어르신들이 경계하듯이 쳐다봅니다. 안전신문고로 신고를 하기 위해 신고내용을 작성하고 촬영한 사진을 선택하려는데 아뿔싸 신문고 앱에서 사진이 안 뜹니다;; 정확히는 기본 앱으로 찍은 사진 폴더가 뜨질 않아서 사진을 선택할 수가 없었네요. 어쩔 수 없이 안전신문고 앱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다시 산스장으로 가니 경계하던 어르신들이 뭐 하려고 사진을 찍느냐 물어오시더군요. 신고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어르신들이 씅을 내며 젊은 놈이 할 일이 얼마나 없으면 이런 거 신고나 하나고 뭐라 하시며 뭉쳐서 뭐가 이야기를 주고받더군요. 신경 안 쓰듯이 무시하고 안전신문고 앱으로 신고 접수하고 혹시 몰라서 120으로도 신고를 접수하니 공휴일이라 당장 조치는 힘들고 다음날 관련 부서로 이관하겠다는 문자가 날라왔습니다. 21일에 민원 조치사항이 등록되었다고 문자가 왔는데 담당 공무원이 현장 확인을 해보니 이용하는 사람들은 없었으나 재발하지 않도록 운동기구 및 출입구를 폐쇄 조치하였으며 지속적으로 현장점검을 진행하겠다였습니다. 오늘 운동 겸 조치사항 확인 겸 등산을 다녀왔습니다. 운동시설 출입구는 폐쇄되어서 시설 이용하시는 분들은 없고 어르신 두 분이서 출입구 앞에서 지키고 계시고 있었습니다.
주위에 산스장 신고했다고 했을 때 반응은 그런가 보다 or 할 일 없이 쓸데없는 짓 한다였습니다. 칭찬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할 일 없이 쓸데없는 짓 한다는 말 들었을 땐 정말 내가 헛짓 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내가 신고하고 해봤자 코로나가 끝나는데 결정적인 행동이 되진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만일 내가 신고하지 않고 무시했다가 그 산스장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이란 생각을 하니 쓸데없는 짓이라도 해야겠어서 앞으로도 보이는 족족하려고 합니다. 올해는 늦은 거 같고 내년에는 조카 세명과 함께 걱정 없이 돌아다니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