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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탄이나 해보렵니다... 조그맣게 토닥여주고 가세요.
게시물ID : gomin_15135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WVoa
추천 : 2
조회수 : 26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9/06 13:26:43
 
저는 한번도 짝사랑에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매일 누가 나한테 고백했거나, 아님 소개팅으로 어찌 만나게 됐다거나 하는 전개였던 지라. (그렇다고 제가 잘생기거나 능력이 좋진 않습니다. 평범해요)
 
그런데, 나이 서른 먹고 누군가를 이렇게 짝사랑하고
 
또 열과 성의를 다해서 노력하게 되고
 
그리고 결국 고백을 하게 될지 누가 알았겠어요.
 
진짜 사랑의 힘이라는게 어마무시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네요.
 
 
그리고 고백한 지 일주일 째 되는 날,
 
넓은 공터에서 그 사람에게 크게 노래 부르면서 마음을 표현하고,
 
마침내 나의 고백을 받아들여주었을 때 얼마나 뛸 듯이 기뻤는지, 짝사랑 해본 사람들은 다 아실테죠.
 
 
근데 참 우습죠.
 
사귄지 한달 딱 되는 날에 헤어지게 됐어요.
 
나는 내 마음 온전히 다 표현하고, 이것저것 다 챙겨주고, 그리고 그것에 대해 교감받기를 원하는 사람이었는데
 
상대방은 자신의 스타일, 자신의 고집, 자신의 라이프가 흔들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
 
나는 그저 그 사람의 인생에 지인 A나 B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을 때,
 
참으로 상실감이 느껴지고, 힘들었습니다.
 
한달 중에 20일은 저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삐그덕 거리고, 비참함 느끼며 살았어요.
 
 
말은 항상, 너를 좋아한다. 하지만 내 마음이 아직 온전히 크지 않은데, 어떻게 너한테 마음에도 없는 소리나 행동을 하겠느냐.
 
라고 하는 말에 또 상처받고, 이런 날의 반복이었네요.
 
 
그러다 결국 시간을 좀 가지자며 말하던 그녀,
 
나는 헤어짐을 예상했고, 결국 1주 뒤에 헤어지자고 통보를 하더군요.
 
나는 그래도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주변 지인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떻게 해야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조언도 듣고
 
쓴 소리는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며 잘 마음 다스리고 있었는데,
 
만나자마자 하는 소리가, "어차피 너도 각오 하고 나왔을 테니" 라고 하는 말
 
헤어지자는 말.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해 억지로 맞춰가며 에너지 소비하고 싶지 않다는 말.
 
 
힘들면 그대로 있어라. 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어떻게 변화할지 공약을 내세우는 나의 말을
 
모두 단칼에 자르던 사람.
 
노력하는 것이 싫다는 사람.
 
본인이 그렇게 이야기하도록 유도해놓고, 내가 그리 대답하면 왜 그리 대답하냐며 답답해하던 사람.
 
 
그래서, 그 날 카페에서 처절하게 붙잡고 다시 한번 잘해보자고 하던 불쌍한 서른살의 청년은
 
마지막 자존심을 놓은 대신에, 아무런 미련도 고통도 없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전 혼자 30일의 사랑을 한 모양입니다.
 
제일 친한 친구한테, 이 사람이랑 만나면 꼭 결혼하고자 싶다고 했던 말 조차도 부끄럽네요.
 
자기한테 철썩같이 맞는 사람 만나고 싶었으면 애초에 고백을 받아주질 말지.
 
사귀기로 마음 먹었으면 조금은 서로를 위해서 노력하거나 이해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지.
 
 
구구절절 의문과 짜증과 혼돈이 존재하지만,
 
그렇게 저의 서른 살 짝사랑은 저물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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