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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뜻밖에 우연이 그녀를 찾아왔다.
그날도 자신한테 어울리는 장신구를 찾아 보석상을 돌아다니는 로리 영에게
이 주변 보석상들의 주인이었던 늙은 갑부가 첫눈에 반해버린 것이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갑부는 이혼 경력이나 지저분한 소문은 신경을 쓰지 않았고
오히려 로리 영을 따라다니는 그런 더러운 추문들이 몇십 살이나 어린 그녀에게 청혼하는
자신의 파렴치함을 감추어준다 생각했다.
나이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런걸 따질 만큼 여건이 좋은 상황이 아니었기에
로리 영은 어쩔 수 없이 갑부의 청혼을 수락했다.
나이가 많다는 것 때문인지 갑부는 로리 영을 상당히 아껴주었다.
뒤늦게야 로리 영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됐을 때도 악마의 사채는 자신에겐 푼돈이나
다름없었기에 별로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로리 영이 항상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거에 기뻐했다.
돈으로 가능한 거라면 갑부는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 정도였기에
로리 영은 한동안 아무런 걱정 없이 모든 걸 잊은 채 향락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도 못한 문제는 뜻밖에 생기기 마련이다.
너무나 사랑한 게 죄였을까 매일 밤 로리 영과 황홀한 밤을
보내던 늙은 갑부의 심장이 어느 날 견디지 못한 채 멎어버린 것이다.
다음날 수사관들은 갑부의 죽음을 복상사라 결정지었고
마땅한 상속자가 없었던 그의 모든 재산이 로리영에게 돌아갔다.
결국, 로리 영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남자를 잡아먹는 여자라는
추문까지 따라붙으며 평판은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사치를 즐기던 그녀는
조금씩 줄어가는 재산을 걱정하게 되었다.
관리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도 있었지만
그녀가 쓰는 돈의 수준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마냥 줄어가는 재산을 두고만 볼 수 없었던 로리 영은
이 돈으로 사업을 해보면 어떠냐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쪽으론 전혀 재능이 없었던 그녀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사업은 모두 소리 소문 없이 망해버렸다.
그 여파로 인해 로리 영의 재산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관리하던 보석상도 대부분 팔아치울 수 밖에 없었다.
돈을 버는데 재능이 없었던 로리 영은 결국 자신의 사치를 감당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야겠단 생각에 다시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를 따라 다니는 추문은 감당할 수 없이 커진 상태였고
그런 그녀를 감당할 돈 많은 남자는 적었다.
어찌어찌 재혼을 한다 해도 결국엔 재산을 전부 탕진하거나 이혼당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몇십 년이 흘러도 추문은 그녀의 나이만큼이나 줄어들 기미 없이 계속되었다.
거기다. 변치 않는 외모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일으켰고
사람들은 로리 영을 마녀라고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로리 영은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고 그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그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옷가지와 장신구들을 팔며 살아가기 시작했고
그동안 즐겼던 사치로 인해서인지 그것만으로도 몇 년은 보낼 수 있을 정도였다.
가끔 운이 좋아 그녀에 대해 모르는 돈 많은 남자가 청혼해 오기도 했지만
그녀의 관심이 돈인 것처럼 그 남자 역시 관심은 그녀의 외모뿐이었고
그렇기에 외모가 질릴 때쯤이면 끝이 나곤 했다.
결국, 가진 재산을 거의 탕진해버렸지만 로리 영은 여전히 나이를 먹는다는 게
너무 두려운 나머지 악마를 피해 도망 다니며 남은 재산으로
근근이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입맛까지 모든 것이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에 물들어 있던 그녀에겐 그것은 엄청난 고역이었고
로리 영은 자신의 생활에 진저리를 치기 시작했다.
이런 생활을 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자
결국, 가지고 있던 모든 걸 다 팔아 며칠 동안 사치를 부린 로리 영은
돈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다시 악마의 사무실을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