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타지마할'로 유명한 '아그라'를 배낭여행 했을때 이야기입니다.
동네 영화관을 지나갔는데, 갑자기 호기심이 확 올라오더라구요. 인도에 왔으면 인도영화를 봐야지! 그래서 영화표를 끊었습니다. 당시에 한 500원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인도영화의 특징은 긴 러닝타임입니다. 제가 본 영화도 3시간 정도되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도 영화지만 인도관객들의 반응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나오는 뮤지컬 같은 춤과 노래에 관객들도 일어나서 춤을 추던 모습이 '정말' 신기방기! 액션도 나오고 러브라인도 존재하는데 야한 장면은 안나왔던 것 같습니다. 키스하는 것처럼 주인공 남녀의 얼굴이 다가가다가 갑자 뒤로 무희들이 총출동하면 같이 춤추며 노래를 부르더군요.
2시간쯤 지나서 순간 전기가 나가며 화면이 꺼지자 사람들이 소리지르기 시작했던 장면도 기억납니다.
당시 제옆에는 하얀 피부에 백인처럼 보이는 얼굴에 깔끔하게 입은 8살정도의 아이가 앉아있었고, 우리 앞에는 검은 피부의 허름한 차림새의 60대 노인이 앉아있었는데... 영화가 클라이막스로 흘러가면서 노래와 춤이 나오자 앞자리의 노인도 어깨를 들썩이며 같이 춤을 추기 시작했죠. 그런데 제 옆에 있던 아이가 뭔가 중얼거리다가 소리치며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들었습니다.
저는 얘가 뭐하려고 하나? 하고 곁눈으로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녀석이 지팡이로 앞자리 노인의 머리를 ‘딱’!!!!!!!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세계 때리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뭐라고 하듯이 야단치는 겁니다. 저는 속으로 ‘이놈 오늘 어른들한테 크게 혼나겠구나?’ 하며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그 노인의 반응이 놀라웠습니다. 화내지 않았습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아픈 뒷통수를 만지며 의자에 깊숙히 기대어 그 꼬마가 잘 볼수있게 자리에 다시 앉더라구요. “이건 뭐지?” 저는 충격과 혼란에 빠졌습니다.
어떤 상황인가? 그날 배낭여행족들이 모인 숙소에 가서 저녁먹고 술 한잔할 때 인도극장에서 벌어진 사건을 토픽으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스웨덴, 영국, 미국, 일본에서 온 그 친구들은 다들 분명히 카스트 계급이 달라서 그럴거라고 애기하더라구요. 제1계급인 성직자 ‘브라만’계급, 제2계급은 왕, 귀족, 무사들인 ‘크샤트리아’, 제3계급은 자영 농상업자들인 ‘바이샤’, 제4계급은 육체노동자인 ‘수드라’ 그리고 불가촉 천민인 ‘찬달라’로 구성된 인도의 계급제도 ‘카스트’라고 말이죠. 외모만 봐도 대충 카스트를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유럽인에 가깝게 덩치가 있고, 하얀피부에 이목구비가 백인에 가까우면 ‘브라만’이나 ‘크샤트리아’이고 덩치가 작고, 피부가 갈색또는 검은색이면 낮은 계급이 많다고 했습니다.
최근엔 좀 덜해지긴 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