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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귀 - 9장. 결심
게시물ID : panic_1021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3
조회수 : 69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1/02/11 17: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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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기령은 크게 한숨을 쉬며 몇 번이고 읽었던 책을 다시 뒤적거렸다. 이장이 이 책을 자신에게 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책에는 역귀를 없애는 방법이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게다가 주술이 통제를 벗어났을 때 사람들이 역귀로 변할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까지 찾을 수 있었다. 그 방법을 모른다면 역귀를 잡는다고 설쳐봐야 애꿎은 경비대만 죽어나가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기령은 이장이 왜 방법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이야기 해주지 않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역귀를 잡는 방법이라는 것이 보통이라면 절대 할 수 없을만큼 끔찍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확히 안다고 해서 쉬이 쓸 수 있는 방법도 아니었다. 기령은 어금니를 악물고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그 자신 역시 답은 하나뿐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부대장 밖에 있나?”

기령의 호출에 곧 경비 부대장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예 대장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마을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다보면 병자촌이 하나 있는걸로 아는데 맞는가?”

“예. 예전에 역병을 앓았던 사람이나 부모 잃은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그래. 규모가 어느 정도되나?”

“애들까지 하면 사오십정도 될겁니다. 무슨일 있으십니까?“

부대장의 질문에 기령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 나를 얼마나 믿는가?”

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부대장은 곧바로 대답했다.

“대장님은 우리마을의 수호자나 다름 없습니다. 오래도록 마을발전에 힘써주시고 언제나 앞장서서 싸워주셨습니다. 그리고 대장님이 안계셨다면 저희 마을은 진작에 역귀 소굴이 되었을 겁니다. 최근들어 역귀놈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대장님은 분명 잘 해결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니 어떤 명령이든 어떤 작전이든 목숨을 걸고 따르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기령은 결정을 내린 듯 부대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좋아. 자네처럼 나를 전적으로 믿어줄 사람들이 더 필요하네. 무예가 출중하고 입이 무거운 경비대원들을 비밀리에 모아주게. 그리고 내일 새벽, 아무도 모르게 마을 밖으로 나갈 준비를 시키게. 단단히 무장시키는것도 잊지말고.“

부대장은 목례를 한 뒤 밖으로 나갔다.




다음날 새벽 기령과 부대장을 포함한 이십여명의 사람들이 병자촌 앞에 모여있었다.

“정찰갔던 녀석들 말로는 거의 대부분이 어린아이거나 노인들이랍니다. 젊은이는 몇 없고 그나마도 병자들이라고 합니다.“

기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모두에게 말했다.

“지금 너희들이 여기 모인 이유가 궁금할거다. 하지만 난 너희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도저히 못하겠다는 녀석들은 움직이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데 이 일은 우리 마을을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명백하게 선을 행하는것이니 조금도 의심할 필요 없다. 게다가 내말만 잘 따라준다면 너희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보상을 약속하겠다.“

경비대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때 기령이 병사들 한명한명을 가르키며 말했다.

“거기 너. 어머님이 아프신건 잘 알고 있다. 이일만 잘 되면 어머님을 좋은 곳에 모시고 잘 보살펴드릴 수 있을거다. 그리고 너. 혼인을 앞두고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 들었다. 너 역시 새색시와 살 수 있는 좋은 거처를 마련할 수 있을거다. 이 녀석들뿐 아니다. 너희들 모두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 주마. 그리고 후대에 우리의 이름이 길이길이 남아 칭송 받을걸 약속한다.“

병사들의 기대감 어린 표정은 기령의 다음 말에 싸늘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지금부터 마을에 들어가 어린아이들을 모두 산채로 잡아온다. 방해하는 노인과 병자들은 죽여도 좋다. 하지만 아이들은 절대 건들지 말고 모두 생포해 와야한다.“

어떤일이 있을지 대략 예상했던 부대장조차 그말을 듣고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움직이지 않는다 해서 불이익을 주지는 않겠다. 하지만 날 믿고 따라 준다면 분명 후회하지 않게 해주겠다. 결심이 선자는 복면을 쓰고 나를 따라라.“

기령은 칼을 빼어들었다. 그리고 복면을 착용하고는 마을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누구하나 선뜻 입을 열지도 움직이도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선 것은 아니었다. 모두 그 자리에서 이리저리 눈만 굴려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부대장이 가장 먼저 기령의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복면을 꺼내쓰고는 마을로 향했다.

그게 신호라도 되는양 한명 두명 그렇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주저하는 이도 있었고 고민하는 이도 있었지만 잠시 후 경비대들이 서있던 자리엔 그 누구하나 남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자촌엔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고 해가뜨기 전에 사방에서 거대한 불길이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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