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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에 대해 와이프에게 해줬던 이야기
게시물ID : wedlock_139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새침데기남
추천 : 7
조회수 : 265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21/02/09 23:21:01

저는 어딜가더라도 이상한게 저를 포함하여 늘 삼총사가 됩니다.

서로 대화를 분주하게 주고 받으며 보냈던 시간들을 와이프에게 얘기를 해주면

와이프도 가만히 잘들어 주곤 하죠.

 

오늘은 국민학교 시절의 삼총사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국민학교 2학년 가을무렵 하교 길인데

그때의 시골 풍경은 해질무렵 석양으로 논에 출렁이는 금빛 파도를 보게 해줍니다.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서 약 40분의 거리이고, 3개의 마을을 지나갑니다.

제가 나름 유명 인사였는지, 간혹 보이는 아저씨 아주머니가 저를 보며 혀끝으로 쯧쯧을 합니다.

 

썩 좋지 않은 기분이지만 삼총사는 신나게 얘기하며 집에갑니다.

드디어 우리 마을의 입구에 들어서니 자주 인사하시던 아주머니가 저를 보며

니 아버지 돌아가셨어...

흠, 만우절도 아닌데...

양옆의 친구 중 한명은 저와 8촌관계이고 촌수로 그친구가 아저씨 이지만

이때는 서로 이름을 부르며 친구처럼 지냈죠, 제 손을 잡아줬지만 뿌리쳤습니다.

 

우리들은 말없이 걸었습니다. 앞으로 집까지 약 8분의 거리이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우선 마당에 천막이 없어야 한다 생각했어요.

 

우리동네는 사람이 돌아가시면 마당에 천막을 치고 사람들이 모여있거든요.

 

우리집까지 2개의 길이 있는데 한사람이 걸을 수 있는 풀숲의 길이고 양옆에 논과 밭이있습니다.

이길은 빠르지만 집근처까지 와야만 우리집 지붕이 보입니다.

삼총사는 제가 앞장서고 두친구가 제뒤를 말없이 따라왔습니다.

 

거의 집앞에 도착할때쯤, 마당에 푸른색의 천막이 하늘 높이 솟구치도록 쳐져있더군요.

슬프지 않은데 눈물이 주룩 흘렀습니다.

나도 모르게 울면서 집까지 뛰었어요.

근처에 도착하니 어머니와 누님들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마당에서 제친구 두명이 서서 저를 바라보았고, 저는 그 시선을 느끼며

방안으로 들어섰는데, 얼굴이 가려진채 누워계신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내평생 그렇게 뜨거운 눈물을 흘려본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보낸 이후, 저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아빠라는 말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오늘 문득 나와 함께 길을 걸었던 삼총사 중 8촌 아저씨가 생각나네요.

지금은 풍채가 저보다 훨씬 크고 힘이 아주 좋은 친구지만, 국민학교시절 반친구에 두둘겨 맞고

공부도 못해서 나머지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제가 대장입니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전 말랐지만 힘이 더쎄요!!

 

이친구가 맞으면 두둘겨 맞는것을 말리긴 하지만, 힘이 역부족하여 같이 울어준적도 있고

중학교때까지 늘 등하교를 같이했었죠.

이친구가 군대에 간지 얼마안되어, 제가 편지를 보내며 쓴 시가 있습니다.

군전역 후, 그 시를 소중히 여기며 이 시를 써준 넌 나의 정신적 지주다라고 말했던 친구앞에서

앞으로 더 열심히 멋지게 살아야겠단 생각을 했었습니다.

001.jpg

20여년전, 이친구는 공부를 게을리 하여 용접공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여자와 동거를 하던 중, 그여자가 통장과 친구의 신용카드를 들고 도망가서,

약 8천만원의 손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특히, 카드로 현금대출을 해버려서 이친구가 엄청 힘들어했죠

그런데 저에게 연락이 와서 도와달라고 하였지만, 선뜻 도와주질 못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끝이났답니다.

이친구가 연락이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다 갚고 나서 연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0여년전 이친구의 어머니 즉, 저에게는 촌수로 할머니가 되시는데

장례식장에 제가 찾아가면서 다시 인연의 끈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와이프를 여자친구로 만나던 시절, 이친구가 주말에 놀러와서 만나고싶다고

연락이 왔지만, 전 또한번 선뜻 약속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여친이 난리난거죠, 그 친구 느낌이 안좋다.."오빠 만나지마라" 하면서 저를 말리고 있었어요.

사실, 전 5일 근무제라 토욜도 휴무인데 이친구는 용접직업이라 토요일에 일찍 끝나도

서울에 도착하면 저녁 8시라고 합니다.

우리집에서 자고싶다고...ㅎㅎ, 여친은 저를 만나기 위해 주말만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이친구에게 이해를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늘,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카톡을 봤는데

이친구의 형님이 우리 큰누님에게 연락을 했더라구요. 동생이 사망해서 지금 화장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라고...

그내용을 큰누님이 가족그룹방에 올린 것을 늦게 봤습니다.

 

휴, 지하철에서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집에와서 배는 고프고

김치찌개를 끓이면서 나물도 무치고 하는데 울음이 참아지더라구요.

티비를 보며 밥도 먹고, 설거지하고 간식도 꺼내먹고 샤워를 하는데 국민학교 2학년때

제 아버지가 돌아가신날 마당에 서있던 친구모습이 떠오르는 거에요.

샤워기 물은 흐르고 제 눈에 눈물이 흐르는데, 욕실바닥에 주저앉아 울었습니다.

 

너무 미안하고, 죄짓는 이 기분...

그와중에 솔을 들고 욕실바닥 청소하며, 다시 주저앉아 울었어요.

겨우 샤워를 끝내고 몸에 로션을 바르면서도 울었습니다.

 

와이프는 처가에 간지 2주가 되어 혼자 있는데, 슬품을 주체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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