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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죽기로 결심했습니다.
짧은 34년 인생을 오늘 마무리 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다만 살아오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라는 말을 조금 더 많이 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은 조금 합니다.
남겨질 사람의 슬픔을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내가 짊어지고 있는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을 안고 살아가겠지만, 지금 나는 내 삶의 무게를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내 유서이자 내 인생의 회고록 입니다.
어느 누가 이 글을 처음 읽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내 모습을 처음 발견 할 구급대원이나 경찰일지, 아니면 집주인 할아버님일지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나와 아무 연관도 없는 당신에게 불쾌한 나의 몸뚱이를 남기고 갔습니다.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습니다. 일주일에 만원씩 구매했던 로또 두장에 희망을 걸고, 다른 사람들 처럼
직장생활을 하고, 어느정도 빛을 지고, 나름 연애도 하며 평범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습니다.
문득 내가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내 인생의 목표가 무었이었는지, 나는 무엇을 하기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가
이제는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퇴근 후 작은 원룸방에 들어가 치킨한마리에 맥주한캔, 소주한잔은 아직도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내 삶의 목표가, 내가 직장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이유가 치킨한마리 였던건 아니였습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아닐겁니다.
전라남도에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누구보다 성실하게 인생을 헤쳐나가신 부모님 밑에서 잘자라 왔습니다.
부족함 없이 키우시려 노력하셨고, 넘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부모님께 고집을 부려 부산으로 대학을 간 후, 혼자사는 제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술과 친구가 있고,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부산은 나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학점에 신경쓰지않고 음주가무를 즐기며,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취직하며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서울..서울에 직장을 잡았던 형들 친구들.. 이제 다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고 2명 남았습니다.
나는 내가 아직 서울에 버티고 있다는 점을 마음속으로 항상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나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몸과 마음이 이제는 너무 힘이 듭니다.
지하철역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보면, 때론 부럽고, 때론 미울때가 있습니다
저 사람보다 내가 부족하게 노력한게 무엇이길래 나는 불행하고, 저 사람은 행복할까
질투가 납니다.
질투는 나를 더욱 병들게 합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생각은 사라지고, 내 인생의 불행한 치부만이 스멀스멀 내마음을 잠식합니다.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집으로 향합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찬물로 샤워를 하고 티비에 푹 빠져듭니다.
열두시가 넘어 바닦에 깔아놓은 메트에 몸을 누이면 불행은 다시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로또가 당첨되어 부자가 되는 생각, 갑자기 초능력이 생격 특별한 사람이되는 상상으로 불행을 떨쳐놓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것도 잠시뿐 상상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나 뿐만이 아닐거야 다른사람들도 똑같을거야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잠이 듭니다.
눈을 뜨면 같은 하루가 반복됩니다.
이제는 점점 지쳐갑니다.
그래서 오늘 죽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직 2월 새해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물과 바람은 아직 차갑습니다.
무섭다는 생각과 이제는 편해지겠지 라는 생각이 같이 듭니다.
날이 따뜻해지는 봄날까지 기다려 볼까라는 생각을 지금 글을쓰고 있는 이 순간 잠깐 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생각해보니 장소를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방법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죽음에 대한 결심도 어설픕니다.
일단 마음먹었으니, 어떻게든 될겁니다.
오늘 죽기로 마음 결심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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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유서한장을 남긴다면 어떻게 남기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머리속으로만 항상 생각해 왔던걸 글로 적어보고 어딘가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