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한국도 도장을 씁니다만, 음... 일본은 그런 레벨이 아니에요.
인감 도장도 도장이지만... 일상 업무에서 도장을 참 많이 찍습니다.
은행이나 정부 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에도 많이 찍는데요,
도장을 워낙 많이 쓰다보니 100엔샵에 만들어진 도장을 팔기도 합니다.
사진에는 50엔이라고도 적혀있네요^^;
물론 이건 기성도장이기 때문에 모양이 똑같습니다.
그런데 이걸 안 찍으면 안된다고 합니다.
아무나 살 수 있는 이 도장이지만 도장이 찍혀야 된다고 합니다.
제 생각엔 차라리 사인이 본인 확인이 더 잘될 것 같은 데 말이죠.
얼마전에 영주권 신청할 때 도장을 찍었더니, 등록이름은 영어로 되어 있으니 한문 도장은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문 도장을 파러 갔습니다.
도장을 파는 데 신청서를 작성하라 합니다.
신청서 사진을 못 찍었는 데, 저~기 보이는 것이 신청서입니다.
도장하나 파는 데 뭔 적으라는 게 그리 많은 지....
전화번호를 적으라고 해서 왜 그러냐 했더니 한시간 정도 걸리니 끝나면 전화를 준다고 합니다.
도장파는 데 뭐 그리 오래 걸리냐, 기계로 파는 거 아니냐 물어보니 기계로 파는 것 맞다고 하네요.
2~3분이면 팔 수 있을 텐데....
왜 그리 오래 걸리는 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죠.
비용은 5300엔입니다. ㅎㅎㅎㅎ
비용은 한국의 10배에, 걸리는 시간도 한국의 10배 ㅋㅋㅋ
도장보다 도장 케이스가 돈이 더 많이 들어간 듯 하네요.
그래서 만든 도장이 이 겁니다.ㅎㅎ
참고로 도장은 사장이 아니라면 좀 기울여서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요.
각도는 30도 ㅎㅎㅎ
우리 회사도 이렇게 찍길래...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찍지 않아요.
아직 이런 문화가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심지어!!!!!
전자 도장 소프트에도 도장을 기울여서 찍는 기능이 있어요.
아날로그인 듯 디지털인 듯...헷갈립니다. ㅎㅎㅎ
참고로 저기 적힌 일본어 해석은....
기울여 찍는 관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회사마다 각각의 규칙이 있는 건 당연합니다. 각도를 기울여서 찍는 것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문자에 없는 정보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위 동영상은 도장을 대신 찍어주는 기계입니다.
무려 덴소 웨브, 히타치 캐피탈, 히타치 시스템즈의 쟁쟁한 3사 공동개발 작품이에요.
10년 전도 아닌 작년말에 선보인 최신 기계이고 로봇 전시회 주목작입니다.
동영상을 보면 기계가 잘 작동하네요.
도장 잘 집어서 인주 잘 찍어가지고 종이에 정확하게 찍습니다.. ㅎㅎㅎ
찍어서 스캔하는 기능도 있구요. 다 하면 2분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도장을 찍는데만 약 1분 걸리네요.
그냥 손으로 찍어서 요즘 복합기 자동스캔 다 되는 데...
아니 그 전에 도장이 꼭 필요한가요?ㅎㅎ
이들의 머리 속에는 도장을 안 찍고 다른 걸로 대체한다는 그런 발상은 없는 건가요?
디지털 된 듯한 아날로그인 듯한... 아날로그 재팬의 일본식 디지털화
동영상을 정신줄 잠깐 놓고 쳐다보고 있으면 힐링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물 없이 고구마 잔뜩 먹은 것 같기도 하고...
이 기계가 2019년 국제 로봇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로봇인데...
내가 이 나라에 20년을 살아도 아직까지 난 멀었네요 ㅎㅎ...
기계도 비싸 보이고, 기계 유지보수 인력도 필요할 것 같고, 그 유지보수하는 인력보고 그냥 도장 찍고 스캔하는 업무를 시키면 되지 않을까..하는 소박한 상상을 해봅니다.
물론 일본도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변화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IT정책 담당이라는 조직도 많들었지요.
그런데 여기서 또 일본식 디지털이 나옵니다.
일단 IT담당 장관으로 임명된 다케모토가 78세입니다. 만 나이니까 한국나이로 80?ㅎㅎ
그런데 이 다케모토 장관이 ‘일본의 인감 문화를 지키는 의원연맹(도장연맹)’ 日本のはんこ文化を守ることを目指す自民党の議員連盟
의 회장도 맡고 있습니다.
도장문화를 지키는 협회 회장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분이 말하길 「디지털화와 도장 문화의 양립을 목표로 한다」고 했습니다.
즉, 도장을 없애지 않겠다는 말이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분이 IT담당 장관입니다.
그런데 제 머리로는 어떻게 양립이 가능한지 이해가 안 갑니다. ㅎㅎㅎ
또한 IT대신으로서의 자질을 물었을 때도 '스스로 SNS로 투고하고 있기 때문에 자격이 있다'라는 멋진 답변도 해주셨죠. ㅎㅎㅎ
도장문화와 디지털은 양립할 수 있다면서 취임한 장관이 결국에 코로나로 인하여 재택근무하면서 도장찍으러 출근하는 '도장출근'이
문제가 되면서 그제서야 도장연맹에서 사임을 합니다.
디지털화와 도장 문화의 계승 둘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도장 연맹의 회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화에 반대한다고 의심하는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어 도장 연맹 회장직에서 사임한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사실은 일본의 도장 문화를 없애자는 얘기는 50년 전부터 나왔습니다.
아래 내용은 도장사용을 줄이자, 없애자 라는 자료들입니다. 발표년도가 50~60년대죠.
《都の機構改革きのう発足 行政簡素がねらい 課を充実、ハンコ減らす》(1952年11月5日)
《ハンコを乱用しすぎる_経済気象台》(1953年10月23日)
《「ハンコ行政」改善に「能率官」制度設ける_行政管理庁」(1960年9月19日)
《ハンコいりません 銀行に「サイン時代」》(1962年9月16日)
《くたびれる書類の旅 補助金100万もらうのにハンコ509 山梨県の場合》(1968年7月3日)
종이와 도장 문화는 일본 특유의 문화로서 뿌리내리고 있는데요, ‘전일본도장협회(全日本印章業協会)’ 라고 가진 단체가 있습니다.
1997년 자민당 행정개혁 추진본부가 각종 서류의 페이퍼리스화를 추진했을 때 이 단체를 중심으로 맹렬한 반대 운동이 일어났고, 3만 5천 명이 서명을 하면서 해당 계획을 무산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도요게이자이, <日本のハンコ文化がどうしようもなくダメな訳>
변화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초고령화 인구구조와
새로운 기술 변화 도입에 전혀 적합하지 않고 의지도 없는 정치인이 IT 정책 책임자 자리에 임명되는 정치 환경,
기존 도장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 관계,
그리고 항상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하는 일본인들의 성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본의 도장 문화를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 https://analog-japan.com/bbs/board.php?bo_table=analog&wr_id=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