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글은 이낙연 대표를 두둔하기 위함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이낙연 대표로 인해 민주당이 어떠한 이익을 얻느냐와 상관없이, 형의 1/3도 살지 않고, 재판결과조차 나오지 않은 이명박과 박근헤를 사면하는건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국민통합은 회사를 차명으로 소유하고 이를 숨긴 범죄자와 기업인들에게 뇌물을 받아먹은 머리에 든 것도 없는 범죄자가 사면을 통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믿음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낙연 대표의 이해관계를 생각해 볼 때 표면적으로 나올 수 없는 주장이 나왔고, 이낙연 대표가 이에 따른 반발을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아니기에 그 이유를 추측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이낙연이 처한 상황.
이낙연 대표는 국무총리 출신 대권주자입니다. 그의 대권주자로서의 자격은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에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작년 4월 민주당이 180석을 얻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를 넘어가던 당시에는 이낙연 대표는 40%에 달하던 지지를 얻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36%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국힘과 민주당이 1위를 다투자 이낙연 대표는 3위를 기록하는 등 추락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낙연 대표는 재보궐 선거를 치뤄야 합니다. 우리나라 1, 2위의 광역지자체가 걸려있는 거대한 선거입니다. 지면 레임덕이 올 수 있다는 무게감도 부담스럽습니다. 국무총리로 대권주자에 도약하고, 당대표로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진 이낙연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 크게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재보궐 선거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부산시는 박형준 전 사무총장이 민주당 후보에게 5~10%차로 이기고 있고, 심지어 2위는 또 이언주로 1, 2위 모두 국힘출신입니다. 선거에서는 단일화 되므로 부산시는 아주 어렵습니다. 서울시 역시 어려운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서울지역구 국회의원을 비롯한 구청장, 시의원의 대다수를 장악했지만, 부동산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야권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민주당에서 출마하겠다고 나온 후보는 우상호만이 유일할 정도로 민주당의 상황은 좋지 못합니다. 재보궐 선거에서 부산은 이기면 칭송을 받을 것이고, 지더라도 유의미한 결과만 얻으면 잘하면 칭찬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서울은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따라서 이낙연 대표의 전략초점도 부산보다는 서울에 맞춰저 있습니다.
2. 사면론은 도대체 왜 나온걸까?
사면요구는 곱씹어 볼 수록 정치적으로 설계가 되어있다는 느낌을 지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대통령이 하는 사면을 이낙연 대표가 건의했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만일 진정으로 이명박근혜를 사면할 용의가 있었다면 이낙연 대표는 공개적으로 요구해서는 아니되는 것입니다. 당장 지지율이 떨어질 텐데 이명박근혜를 사면시켜준다고 해서 무엇을 얻겠습니까. 그러나 이낙연 대표가 '건의'를 함으로서 이명박근혜가 사면될 경우 이낙연 대표는 통합책을 먼저 건의했다는 이미지를, 실패할 경우 통합책을 시도 했다는 이미지를 가지게 됩니다. 어느 쪽이든지 간에 미래에 있을 이낙연 대표의 경선가도에 이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설령 진보지지층이 많이 빠져도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무마시켜줄 수도 있을겁니다.
사면론은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이 아닙니다. 보수층을 겨냥한 전략입니다. 이낙연 대표의 사면론은 보수층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짜여졌습니다.
우선 국민의 힘 내부의 분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초창기 주화영 원내대표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서로 마찰이 있는 모습이 노출되었지만, 지금은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봉합되었죠. 하지만 이번 사면론으로 인해 다시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당장 김종인은 "처음 들어"라고 반응했고, 주호영은 "진작 사면했어야."라고 답했습니다. 이밖에도 친이 및 친박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사면론의 불을 짚이고 있고, 이는 김종인 지도부의 입장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다시 한번 이명박근혜가 국민들의 인식에 이명박근혜를 인식시켜 진보층과 중도층으로 하여금 국힘에 대한 비호감을 재고하게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이낙연이야 국민통합을 위해서 그랬다는 명분이 있지만, 국힘 소속정치인들의 사면관련 발언은 자기네 정치인인 이명박근혜를 지키기 위한 행위로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근혜 = 국힘이라는 연결고리는 덤입니다.
무엇보다도 서울시 야권에서 논의대는 반문재인 단일화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안철수와 금태섭, 나경원과 오세훈은 각기 이명박근혜에 대한 입장이 다릅니다. 특히 안철수에게 밀려난 나경원과 오세훈은 국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이명박근혜의 사면을 거론할 것이고, 이를 안철수나 금태섭에게 물을 것입니다. 이로 인해 안철수와 금태섭이 긍정발언을 한다면 중도층의 표가 떨어져 나갈 것이고, 부정발언을 하면 보수층의 표가 떨어져 나가며, 애매모호한 태도로 답변하면 나경원과 오세훈은 이를 물어뜯을 겁니다. 이에 더 나아가 아에 안철수와 금태섭이 단일화 명분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지요. 다시 말해서 이명박근혜 사면은 다시한번 반문재인 연대에 '제 2의 탄핵의 강'을 세우는 일이라는 겁니다.
요약: 1. 사면론으로 이낙연 대표의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율이 깎일 것이다. 근데 이는 이낙연도 아는 상황이다. 왜 사면을 주장했을까?
2. 국무총리 출신 이낙연 대표는 정권의 지지도에 따라 대권주자로서의 생명이 결정되고, 따라서 재보궐은 '반드시' 져서 안됨.
3. 사면론은 국힘이 이명박근혜에서 전혀 못벗어 난다는걸 국민앞에 재각인 시키고, 내부분란을 일어나게 하며, 반문재인연대에 균열이 가게 만드는 제 2의 '탄핵의 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
그러나 선거 전략과 여부로 이명박근헤는 용서되는 인물들이 아니고, 자신들이 받는 형량의 1/3도 안 살았는데, 사면을 논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번 사면론은 두고두고 이낙연 대표의 그림자로 남을 것입니다. 재보궐에서 이겨내 그림자와 비례한 성과를 얻느냐, 아니면 그대로 무너지느냐는 이낙연 대표의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