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사에서 민주당은 오랜세월 애증이 교차하는 정당으로 국민과 함께해 왔습니다. 민주공화국의 외피를 입은후 70여년 동안 민주당은 독재정권에 저항하고 견제하면서 나름의 역할을 해왔고, 때로는 핍박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민주세력이라는 영예로운 지위도 부여 받았고, 국민의 지지와 기대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결국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1999년 민주공화국 수립 50년만에 처음으로 민주당이 집권했습니다.
한국 정치는 50년간 지속된 극우 독재정권의 진보세력 말살정책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반공이데올로기로 인해 진보정당이 뿌리를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민주당 이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민주당을 지지하고 개혁에 대한 기대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2년을 포함해서 12년 동안의 민주당 집권기간 동안에 입법을 통한 제도적인 개혁은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물론 민주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제도적인 개혁을 하는 것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우리는 이해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을 얻게 됨으로써 막강한 입법 권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제도에서 대통령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국민이 직접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은 그만큼 입법권이 중요하고 핵심적인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국회는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거나, 검사장 직선제를 만들수도 있고, 재판과정에 국민의 참여를 제도화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검사나 판사의 임용도 변호사 경력을 가진 자로 제한하거나, 검사나 판사가 퇴직후 1년이상이 지나야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법을 만들어 전관예우를 완화시킬수도 있습니다.
즉, 검찰이나 판사의 권력을 축소하고 민주적 통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도 국회에서 만들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삶과 관련된 많은 불합리한 제도를 바꿀 수도 있고, 왜곡된 여론형성의 주범인 언론에 대한 개혁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언론은 자유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특권을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난 60여년 동안 극우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수많은 적폐가 쌓이고 쌓여왔습니다. 그 적폐는 세월과 함께 더 넓고 강고하게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검찰, 사법, 언론, 재벌, 관료의 카르텔이 기득권 세력이 되어 보다 나은 사회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민주당이 이러한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제도적 개혁에 나서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극우정당이 다수당이라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180석이라는 막강한 입법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검찰과 법원을 비판하고, 개혁을 외치면서도 입법을 통한 개혁의 내용은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집권에 우리는 환호했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민주당이 기득권의 일부가 되는 과정이 될까 두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당이 기득권화 되지 않고 개혁에 나서도록 끊임없이 비판하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민주당에게 180석이란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 70여년동안 민주주의를 위해서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민주당은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혁을 이루어야 합니다.
또다시 민주당이 180석을 얻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에 앞으로 남은 3년은 민주당이 독자적인 개혁을 할 수 있는 역사적인 시간이며, 동시에 다시오지 않을 마지막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3년은 민주당의 운명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