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29개월이 지난 울 딸은
소꿉놀이를 참 좋아해요 ㅎㅎ
그전에도 아기자기하게 소꿉놀이를 하긴 했었지만,
이렇게 본격적이고 적극적으로 한건 몇일 안되었어요.
공원(=안방)에 가서 돗자리(=제이불) 깔고
소꿉놀이 용품들 차려놓고 인형들과 둘러앉아
음식장난감 싹뚝하고, 나눠먹고, 자고,
누은지 1초만에 일어나고 나눠먹고, 자고 무한반복하는 놀이입니다.
아이는 방공원놀이 라고 부르지요.
매번 같은걸 해주니 전 죽을맛이에요.
20분..30분 지나가면 눈이 슬슬 풀리기 시작하는데 ㅋㅋㅋ
밥지어야한다, 청소해야한다, 설거지해야한다
그 어떤 핑계로도 방밖을 못나가게해요.
아기 변기가 거실에 있는데, 자기 변기갈때도 전 방에 있으래요ㅋㅋㅋ
아마도 제가 방에서 나가는 순간 놀이가 끝날거같아 그런가봅니다.
제가 화장실 간다고 하면 보내는 주는데요,
화장실 나오는소리 들렸는데도 몇분내로 안오면
거실로 나와서 "엄마~ 지금 방공원 해요~ 방공원으로 들어와요~"
하고 불러요.
껌딱지도 이런 껌딱지가 없어요 ㅋㅋㅋ
그렇다보니 요 며칠은 아이한테 맞춰준다고
살림도 덜하고 밥도 그냥 배달하거나 김에다가 밥싸주고 그랬어요.
아이와 놀아주기 피곤하더라도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놀이 하는것처럼 하라는 말이 있어
저 또한 티 안내고 최대한
이 인형 목소리, 저 인형 목소리 바꿔가며 재밌게 놀아주려 노력하고 있구요.
그 덕인지 자기전에 하루중 뭐가 즐거웠냐 물어보면
"엄마랑 계속 계속 방공원 갔어요~ 내일도 갈래요"
하며 예쁜 미소로 화답합니다.
오늘 남편이 좀 한가한 날이라 방공원 놀이를 함께 했는데요,
육퇴 하고 나서 남편이 인상깊은 말을 하네요.
"방공원 놀이가 ㅇㅇ이 한테는 최초로 자기가 개발한 놀이인거야.
그러니 얼마나 재밌겠어"
순간 아! 싶더라고요.
사실 매번 아이주도 놀이 한답시고
물감놀이, 촉감놀이, 매직놀이 등등 뭐 이것저것 해주는데
그건 제가 아이한테 "하자~~" 고 말하고
제가 도구를 준비하고 어느정도 시범보이면
그제서야 노는, 아이는 시범대로 할때도 있고 자유롭게 할때도 있지만
아무튼 완전한 아이주도 놀이가 아니였거든요.
근데 이놀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였던거에요.
자기가 놀자고 하고, 음식 준비하고, 인형 친구들도 자기가 부르고싶은 친구 초대하고,
자기가 나눠 주고, 인형 친구들이 먹고싶다는 음식도 자기가 먹여주고,
엄마가 앉는 자리도 정해주고, 저한테 인형친구들 대사도 정해주고
뭣보다도 엄마랑 함께 놀수 있는 놀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니 아이가 왜이렇게 이놀이에 꽂혀서
계속계속 무한반복으로 놀려는지 알겠더라고요.
이시국에 밖에 나가자는 거도 아니고,
미술놀이, 촉감놀이처럼 놀이 도구 준비하느라 품이 드는거도 아니고
오히려 다행이지 않냐는 남편의 말에
지겹기만 하던 소꿉놀이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꼈어요 ㅎㅎㅎ
제가 모르는 사이에 아이는 또 성장해있네요.
내일은 좀더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의 놀이에 임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