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아직 학생이던 시절, 미야자키에 단체 여행을 갔었다.
파워스폿을 좋아하던 선배가 일정을 짰기에, 타카치호 협곡, 타카치호 신사, 아마노이와토 신사 같은 곳을 둘러보게 되었다.
단풍 구경도 즐길 수 있을 거라기에, 그게 오히려 메인 아닌가 싶긴 했지만.
선배 왈, 가장 추천하는 곳은 아마노야스가와라라는 곳이란다.
파워가 너무 강해서 컨디션 안 좋은 사람에게는 추천할 수 없다던가.
나는 아무 사전지식 없이 찾아간 곳이었는데, 확실히 압권이라고 할만한 풍경이었다.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돌을 쌓으면 좋다고 하는데, 정말 이곳저곳에 무수하게 돌이 쌓여 있었다.
이만저만 시간이 들지 않고서는 이렇게 되기 힘들겠다 싶을 정도였다.
같이 온 녀석들도 복권에 당첨되게 해달라느니,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느니 각각 소원을 말하며 돌을 쌓았다.
막다른 곳에 작은 동굴 같은게 있는데, 그게 사당인 듯 했다.
구석에서 아직 유치원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 둘이 돌을 쌓으며 놀고 있었다.
런닝셔츠에 허름한 바지, 게다가 어머니가 직접 잘라줬나 싶은 바가지 머리까지.
완전 80년대 아이들 같은 느낌이었다.
진짜 완전 시골동네구나 싶어, 묘하게 관심이 갔다.
중얼중얼 떠들고 있길래 별 생각 없이 바라보았다.
[A는 더는 안 되겠구만.]
[오늘 밤으로 끝이야.]
[B한테 원망을 사버렸으니 말이야.]
묘한 대화가 들려왔다.
[자, 밥 먹으러 가자!] 라며 선배가 내 팔을 잡고는 반강제적으로 출구까지 끌고 나왔다.
당황하면서도 끌려 나오자, 선배는 [그렇게 쳐다보지 않는 게 좋아.] 라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뒤를 바라보지는 않았지만, 아까 그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왜요? 괜히 바라보다 변태 취급 당할까봐?] 라고 반문했다.
[이 바보야, 그 아이들 주변 못 봤어?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돌이 가득 쌓여 있었다고. 어디 지나가면서 무너진 흔적 하나 없이. 게다가 지금 11월인데, 그렇게 한여름 차림인 것도 이상해.]
선배의 대답을 듣고 나니, 등골이 오싹했다.
그곳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다시 갔다가는 또 만나게 될까 두려워 차마 다시 가지는 못하고 있다.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1431?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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