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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를 미워하지만, 사랑한다
김훈 소설 화장은 가장 먼저 탐미적인 문장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문장이란, 간결하거나 꾸밈 있거나 이해하기 쉬운 문장 등 분분하기 마련이다. 그중 김훈의 문장은 간결하게 꾸밈 있다. 상징적인 이미지를 포착하여 간결하게 툭툭 던져놓는다던가, 생각할 수 없는 두 어휘의 조합으로 새로운 시각의 지평을 연다.
때로 그러한 문장들이 엉뚱해 보이는 파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혼란 가운데서 이어지는 생각들이란 추상적이고 비정형화되어 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그러한 문장은 화장의 상황에 매우 걸맞다.
그렇다. 화장은 혼란함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남성의 마초적 열정과 감성을 보여주는 추은주에 대한 애가와, 리얼리즘적 냉정과 이성을 보여주는 장례식장의 모습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대비된다. 하지만 화자의 감정은 어느 한곳으로 쏠리지 않고 있다. 두 가지 모습 모두 화자의 감정이며, 두 가지 모습 모두 화자의 진심이다. 우리는 그 양가적인 감정 속에서 혼란함을 느낀다.
추은주의 빗장뼈와 환처럼 단단해진 아내의 똥의 대비로서 우리는 알 수 있다. 이것은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다. 단지 그것의 화자가 남자일 뿐. 화자는 추은주와 아내의 영정사진 사이에서 무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쳐 주저앉아 있다. 그 어느 모습도 취하지 않고. 지친 우리의 삶처럼.
이를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선택지가 있다. 바로 ‘내면여행’과 ‘가벼워진다’로 엇갈리는 신제품 광고컨셉이다. 추은주는 화자의 내면여행이고, 아내의 죽음은 화자가 느끼는 덜어냄(가벼워진다)일 것이다. 화자는 장례가 끝날 때까지 그 사이에 머물다가, 결국 가벼워진다(리얼리즘)를 택한다. 마치 그 모습은 현실의 속박처럼 보인다.
예전 일이지만, 당황스럽게도 내가 신입사원 면접 심사를 본 적이 있었다.
나는 회사와 업무와 비전에 대해서 설명하고, 예전부터 내가 생각해왔던 말을 꺼냈다. “사람이라는 것은 동전의 양면을 동시에 지닌 양가적인 존재이다. 특수성과 보편성 모두를 가지고 있는 그런 역설적인 존재이다. 당신들의 보편성은 서류심사로 증명되었으니, 당신들의 특수성을 지금부터 이 면접에서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복잡하다. 이러한 사람의 역설적인 모습은 사람의 완전함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의 불완전함을 보여주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이라곤 이 복잡성이 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늘 고통스러워하고 힘들겠지만 말이다.
나는 그대를 미워하지만, 사랑한다.
는 문구가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