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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같은 마음으로 사는 분 계신가요?
게시물ID : love_478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감성남
추천 : 7
조회수 : 279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20/10/07 12:38:28

36살 직장인 남성입니다.


저는 27살 이별 이후 단 한번의 연애도 못 했습니다.

 

그 이별이 제 삶에 너무나 크게 박혔기 때문이에요.


이별 당시 너무나 힘들었어요. 아버지 건강도 안 좋으시고, 집안 경제 사정도 어렵고, 거기다 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백수 생활을 하고 있었거든요. 정말 좋아했는데 제 삶이 너무나 지치고 자격지심이 생기니까 자연스러 그녀를 놓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 싫어서 헤어진 게 아니라 그 후에 미련이 너무나 크게 남더군요. 나빴던 기억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녀에게 실망했던 일도 전혀 없었고, 흔한 다툼도 한번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가슴에 두고 늘 "만약에" 라는 생각을 쉼 없이 했던 것 같아요.


만약에 내 상황을 솔직히 말하고 그녀에게 기대었다면 그녀는 받아 주지 않았을까, 만약 그 공채에 합격을 했다면 이별을 안 하지 않았을까, 서른이 넘어서는 만약에 계속 만났더라면 지금쯤 결혼을 생각하진 않았을까 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부질 없는 그 생각들을 쉽게 털어버리지 못 했습니다.


삶은 이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은 순조롭게 풀리더군요. 그 때는 그 힘듦이 왜 영원할 거라 여겼을까요. 나름 괜찮은 곳에 취업도 하고, 집안 사정도 괜찮아 졌습니다.

돈에 여유가 생겨 차도 사고, 여행을 다니고, 맛 있는 것을 먹으면서는 이렇다 할 여행도, 비싼 음식도 못 사줘 봤던 아쉬움이 밀려 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그녀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깊은 허무함이 가슴을 찌르더군요.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던 것 같아요.


한참의 시간이 지나 그녀의 기억도 옅어지고, 많이 외롭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그러나 나이가 드니 누군가를 만날 기회는 소개팅 뿐이고, 그런 자리 나가면 뻔한 대화만 하다 형식적인 에프터만 이어지니 회의감이 들었어요.

대 놓고 집은 있냐, 부모님은 뭐하시냐 그런 질문을 받는 것에 학을 떼기도 했습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현실감이 없다 다들 욕 하지만 저는 사랑을 하고 싶어요. 제 나이쯤 되면 조건 비슷한 사람 만나 빨리 결혼하는 게 현실이란 걸 잘 압니다.

하지만 지난 시절의 보상이랄까, 아니면 제가 마지막으로 마음을 쏟았던 연애 시절이 20 대여서 그럴까 다른 건 나이에 맞게 물 들어가도 그런 감정은 거기 멈춰 있는 것 같아요.


마음을 닫고 살다보니 지금 생각해보면 좋았던 사람들도 많이 놓쳤던 것 같아 후회도 되고 그렇습니다.


참 이 나이 먹고 부끄럽지만 저는 아직 제 마음을 쏟을 대상이 있었으면 해요. 그게 거의 불가능 하다는 게 많이 서글퍼집니다.


가을이 깊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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