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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괴담] 사실 내가 죽였다
게시물ID : panic_1017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1세기인간
추천 : 3
조회수 : 140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0/09/09 04: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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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k-pop의 선구자, 이은규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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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현재 범인을 찾는데 모든 힘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꼭 빠른 시일 이내에 범인을 잡겠습니다. 검찰총장으로서 약속드리는 바입니다.”

“시장으로서 말씀드립니다. 저희 시에서는 이번 사건에 유감을 표하며 최대한 검찰에 협력하겠습니다.”

“KG 엔터테인먼트는 k-pop의 선구자였던 이은규 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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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매니저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은규는 계룡시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흉기에 얼굴과 목, 손 등을 21차례나 찔린 뒤에 죽었고 현관과 창문을 살펴본 결과 강제 침입 흔적은 없었다. 핏자국이 찍힌 발자국이 부엌과 안방 곳곳에 있었다. 부검 결과 사망 추정 시간은 오후 12시 21분이였다.


한편 사안이 중대한 만큼 서울에서 수사관이 내려왔다.

“김 형사님, 반갑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온 서원일이라고 합니다.”

“아 반갑습니다. 사건 파일은 받으셨죠?”

“네네. 이런 위중한 일을 맡게 되서 정말 부담스럽습니다. 열심히 일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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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실내의 공기를 피해 김 형사는 담배를 피러 밖으로 나왔다. 그 옆에는 후배 형사인 조윤호가 서있었다. 중학교 운동장에서 중학생들이 축구 경기를 하고 있는게 보였다. 스코어는 2 : 1

“왜 왔을까요?”

“승진하려 여기까지 온 거지. 위중한 사건이긴 하지만 범인 잡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고급 아파트에서 밀실 살인이 일어났다… 뻔하지 않아? 강제 침입 흔적이 없으니 피해자가 직접 문을 열어준 거고, 그럼 공동현관 CCTV로 아파트 드나든 사람들 일일이 대조하면 끝나는 사건이지.”

“그럼 저희도 승진될까요?”

“뭐, 그렇겠지. 하여튼 서울에서 굳이 내려보낸 거 보면 얘 빽이 좀 있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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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현관 CCTV 확인은 서울에서 온 서 형사가 맡았다. 조 형사와 김 형사는 범인의 범행 이유를 조사했다.

“선배님, 사건 발생 일주일 전부터의 이은규 씨 카드 결제 내역입니다. 모텔, 집, 모텔, 집, 모텔, 집… 이게 계속 반복되는데요? 가장 최근에는 모텔에서 사용했습니다.”

“꽤 문란한 생활을 했었구만. 그럼 마지막으로 같이 있었던 게 아마 애인인가본데? 조사해봤어?”

“아니… 그게… 애인이 한 두 명이 아닙니다. 모텔 측에서는 올때마다 사람이 바뀌었다고 하던데요.”

“다 찾아서 조사해. 그리고 소속사랑 다툼 있었는지, 뭐 친구랑 원한 관계가 있었는지도 조사해봐. 범인은 CCTV에 잡혔을 테니 우리는 그냥 왜 죽였는지만 조사하는 거야.”

전화가 걸려왔다.

“서 형삽니다. 김 형사님, CCTV 확인했습니다.”

“일주일 전까지 뒤져보세요.”

“아, 2주 전까지 뒤졌습니다. 여기 나온 사람들 다 일일이 조사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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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려분께 정말 사과드립니다.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하여 이번 사건 꼭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기어이 대통령까지 나섰다. 어느새 이은규 살인사건은 국가적인 이슈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정치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계룡시에 높은 분들이 날마다 몰려왔다.

“김 형사, 이거 대통령 지시야. 자네 이번 사건 해결하면 스타 형사가 될 수도 있고, 파격적인 승진도 받을 수 있어. 이번 브리핑 언론에도 나가니까 최선을 다하라구.”

김 형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이 아파트가 고급 아파트라는 겁니다. 보안이 정말 철저한 아파트입니다. 그런데 조사한 결과, 범인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초인종을 누르면 그걸 자동으로 녹화하게 되어있는데 사건 당일날 이은규 씨의 집 초인종을 누른 기록은 하나도 없습니다.”

“문을 두드렸겠지. 범인이 어떻게 이은규 씨 집으로 온 건지는 아직 모르나?”

정확히 누군지는 김 형사도 몰랐지만, 누가봐도 계급이 많아보이는 남자가 물었다.

“이은규 씨 집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계단이나 엘레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데 계단, 엘리베이터 CCTV에 의심할 만한 게 아무것도 안 잡혀서… 음, 입주 전부터 집안에 원래부터 숨어있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아니면 옥상에서 벽타고 내려왔거나…”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김 형사는 고개를 숙이고 브리핑을 종료했다. 범인의 범행방법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2월 12일,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났다.

언론과 대중들은 분노했다.

“수사 못하는 치안 선진국,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충격, 수사당국 범인이 옥상에서 벽타고 내려왔다는 공식 입장 발표해”

K-POP 연예인인 만큼 해외 팬들의 분노도 가볍지 않았다.

“아니 한국 왜 이렇게 수사못함? 차라리 우리나라가 대신해주는 게 낫겠다.”

정부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편 야당에서는 김 형사 영입설이 떠돌았다. 확실히 영입만 한다면 좋은 카드가 될 수 있었다.

“선배, 이렇게 된 이상 현장 수사는 서 형사한테 맡겨요. 어차피 중요한 건 범인이 이은규 씨를 죽여야 할 이유가 있었다는 거죠. 저번에 조사하시라 한 거는 조사 좀 해봤습니다. 애인은 한 명인데, 여러 명이랑 바람을 핀 것 같구요. 현장에서 발견된 장부에 이은규 씨한테 5000만 원 빌린 친구가 적혀있는데 이 장부에 이상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취조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소속사 불화는?”

“소속사와 이은규 사이에 불화가 있었다는 건 그냥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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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이었다. 시계는 2시 21분을 가리켰다. 취조실에 3명의 용의자가 모였다. 이은규의 애인인 서예린과 이은규의 21년지기 친구 김규은, 그리고 이은규의 소속사 사장 최은서였다.

“여러분들이 모두 이은규 씨에 대한 원한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십시오.”

먼저 김 형사는 이은규의 애인 서예린의 취조를 시작했다.

“서예린 씨 이은규 씨의 애인 맞으십니까?”

“네. 맞습니다. 혼인신고까지 했던 애인이었습니다.”

“음...”

김 형사는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조금 거슬릴 수 있는 말을 한다는 걸 미리 알려주려는 뜻이었다.

“카드내역을 보니까 이은규 씨가 상당히...”

“네, 맞아요. 바람을 많이 폈죠.”

“뭐… 언제부터 그랬습니까?”

“글쎄, 연애 초기에 들켰는데 자기는 여러 명이랑 연애하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라며 이해해달라고 그랬습니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너가 나를 사랑하면 된 거 아니냐고...”

“받아들이셨습니까?”

“헤어지자고 말하니까 싹싹 빌더라구요. 두려운 거죠. 제가 퍼트리면 연예계 생활이 끝나니까.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싹싹 빌었습니다. 며칠동안 제 집에 찾아와서 그렇게 비니까 진심인 줄 알아서 받아줬는데...”

“그게 반복됐다는 거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헤어지지 않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데…”

여성의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얼마전에 암 판정을 받았더라구요. 그래서 헤어질 바엔 기다렸다가 유산이나 챙기자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바람 피는 걸 수백 번 지켜봐야 했는데, 그 정도 돈은 챙겨도 되는 거잖아요.”

김 형사도 공격적으로 받았다.

“혼인신고해서 유산이 그쪽으로 가나보죠?”

“그래서 죽였습니까?”

“자, 이제 김규은 씨 취조 시작합시다. 벌써 취조한지 21분이나 지났네요.”

조 형사가 끼어들었다.

김 형사는 노트에 무언가를 적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김규은 씨 취조 시작하겠습니다. 조 형사, 이상한 내용 적혀있다던 장부 좀 가져와봐.”

“이겁니다. 김규은 5000만 원 옆에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즐거웠다’ ”

“즐거웠다. 김규은 씨. 유추할 만한 게 있습니까?”

김규은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는 심호흡을 여러번 하더니 말을 꺼냈다.

“이은규는 제 여동생을 성폭행했습니다. 몰래 술을 먹이고 모텔로 데려갔는데… 그러니까...”

“즐거웠다는 건 그런 의미군요. 알겠습니다. 근데 5000만 원은 왜 빌리신 겁니까?”

남자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어... 당시… 저는 망해가는 사업 때문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걸 묵인하는 조건으로… 어…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제안한 건 아니고… 그게...”

“묵인하는 조건으로 5000만 원을 받았다는 거죠? 됐습니다.”

김 형사는 한숨을 짧게 내쉬고 다시 노트에 무언가를 적었다.

“이은규 씨의 옛 소속사 사장이신 최은서 씨의 취조를...”

“선배님, 청장님한테 전화 왔습니다.”

조 형사가 말을 끊었다.

“하… 두 명만 취조하고 한 명은 취조 못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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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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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형사, 자네 완전 스타 형사 됐어. 축하해.”

“그게 무슨...”

“자네가 무슨 옥상에서 창문으로 진입했다는 말 하지 않았어?”

“그랬습니다만...”

“어유… 서 형사가 지하실을 조사하다 고정되는 로프를 발견했어. 이제 조사 끝났고, DNA 감별해서 이미 범인 잡혔어. 수고했어. 어디있나?”

“아, 네네. 곧바로 가겠습니다. 일단 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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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잡혔데.”

“선배님, 저희 용의자 중에 없는 건가요?”

“어… 그런 거 같은데. 오늘 밤 12시에 내가 뉴스브리핑에 출연해야한데. 내가 범행방법 맞춰서 스타 형사가 되었다고..”

“오 축하드립니다. 승진도 되겠네요.”

“아니 그 전에... 이상하지 않아?”




“네?”

“너무 이상해. 왜 이렇게 21이 많은거야. 2월 1일 이은규가 죽었다… 21차례나 찔린 뒤, 12시 21분에 죽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 3명의 형사가 수사를 지휘했는데 2명은 지역, 1명은 서울에서 온 사람이었다…
우리가 세 명을 취조하려 했는데 2명은 취조에 성공했고, 1명은 실패했다… 그리고 이은규의 친구인 김규은은 21년지기 친구다… 12시에 뉴스브리핑 이 있다... 아, 우리가 담배 필 때 봤던 축구 경기 스코어는 2 대 1이었다...”

“...”

“아까 내가 노트에 뭘 적었는지 알려줄까?”

[21세기]

“이은규는 유명 연예인이지만 문란한 생활을 했고 성추행도 했네. 게다가 우리가 취조한 사람들도 돈에 미친 사람들이야. 그걸 보면서 지금이 과연 21세기인가 싶었어. 21세기에 저런 사람들이 존재할 수가 있나.”

“에이, 21세기 인간이나 그렇지 않거나 뭐가 다르다고…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죠. 어쨌든 스타라면서요? 자 보세요. 사람들 반응이 뜨거워요.”

조 형사는 핸드폰 화면을 비춰주었다. 배터리는 21% 남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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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김 형사님 진짜 대단하시다.”

“이은규 님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 팬도 이렇게는 못해줄텐데... 앞으로 이런 분들이 많아져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을 듯”

“욕하던 것들 태세전환 보소 ㅋㅋㅋ 중립 기어 박아놓길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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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닌데...”

댓글의 추천수가 눈에 들어왔다. 첫번째 댓글 찬성 2 반대 1, 두번째 댓글 찬성 21 반대 0, 세번째 댓글 찬성 21 반대 12

왜 다 21인가. 왜 다 21인가.

“조 형사, 아주 예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 날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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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형사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역시 김 형사님입니다. 제가 믿었던 거 아시죠?”

서 형사는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김 형사는 녹화된 취조 영상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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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뭡니까?”

“너희들의 신...”

“당신이 죽인 건 맞죠?”

“그래, 내가 죽였어. 하지만 내가 범인은 아냐.”

“죽인 사람이 범인이죠."

"아니, 죽인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야. 그걸 지켜본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있어."

“언론과 대중들을 말하는 겁니까?"

"그것보다 더 고차원적인 세계에... 당신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지. 그들은 당신들을 보며 비웃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해. 하지만 그들은 당신이 어떤 짓을 당하든 상관없어. 그저 재미만 있으면 돼. 너희들은 그들에게 쾌락을 주기 위해 내가 만든 도구야."

"그러니까..."

"미안하지만 질문은 더 못받아. 정보를 많이주면 그들이 얻는 쾌락이 줄어들지. 하지만 한 가지만 알아둬."


넌 21세기에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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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찐 표정의 김 형사를 서 형사는 쳐다보았다.

"자기가 신이라니, 이 친구 참 이상하죠. 하하. 글쎄, 이름을 말하랬더니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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