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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31.중고서점에서 만난 그남자
게시물ID : readers_349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담생
추천 : 1
조회수 : 42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0/08/31 18: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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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위치한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한계단 한계단 내려가는데 느닷없이 뒤에서 누군가가

"세무사랑 회계사 둘다 준비하면 힘든거 맞죠?" 라고 속사포로 내게 말을 건넨다.

내가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며 "네?"라고 하니

"게다가 바둑기사까지 준비하면 더 힘들겠죠?" 재차 엉뚱한 질문을 한다.

"네.... 많이 준비하시네요... " 라고 건성으로 답하고 그를 짐작하며 살펴봤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남자. 스포츠형 머리. 곰돌이 푸우같은 외모.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왜 나한테 이런얘길? 멀쩡하게 생겼는데..)

계단 끝에 이르러 서점 문을 여니 정숙한 분위기에 은은한 클래식이 흐른다. 마스크를 낀 손님들이 책을 살펴보고있다.

푸우는 그 분위기를 일부러 깨러 왔다는듯 큰 목소리로 또 내게 말을 건다

"공무원 새끼들 다 때려 잡아야 해요! 그쵸? 코로나도 못잡고!"

몇몇 손님들의 시선이 내 옆의 푸우 에게 쏠린다.

더이상 그 헛소리에 맞장구 쳐주기 싫고 일행으로 보여질것같아 잰걸음으로 저만치 있는 도서 검색 PC로 향했다.

일순간 그도 날 따라 오며 알아듣지못할 얘기를 횡설수설 한다. 

(아오, 내가 그렇게 호구로 보이는가. 난 곧잘 이런 사람들의 표적이 되곤한다)

"경찰공무원까지 준비하면 나더러 완전 미쳤다 하겠죠?" 

(아뇨. 준비 안해도 이미 충분히 미치신것 같아요. 더이상 말 좀 걸지 말아요..)라고 속으로 답했다.

도서검색 PC 키보드에 손을 얹고 검색하는척 하는 내옆에 달라 붙어 혼자 열심히 헛소리를 이어간다.

요 부근에 공무원 학원이 밀집되어있는데 공시생인가?

최후의 방편으로 휴대폰을 꺼내 통화하는척 하자, 그가 이내 흥미를 잃은듯 다른 표적을 향해 걸음을 옮겨갔다.

휴우. 이게 뭐하는 짓인지. 그냥 단호하게

"좀 꺼져주세요" 라고 한마디하면 될것을. 으이구 왕 소심이.

어쨋든 당신 꿈이 이뤄지길 바래요.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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