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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
게시물ID : panic_1017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k1223
추천 : 4
조회수 : 119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0/08/31 12: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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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이트클럽같이 화려했던 공연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객석은 없었다. 관객은 무대에 섰고, 나는 쌈바 축제같은 경쾌하고 화려한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하지만 같이 있던 비평가 친구는, ‘형식의 혼란성이해할 수 없는 내용에 의한 관객의 뻘쭘함을 이유로 무희들에게 혹평을 토로했다. 나는 공연이 끝나자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극장을 나왔다.

여자친구와 차를 타고 예약해 두었던 펜션으로 이동했다. 벌써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펜션은 방이 여러 개 였는데, 이상하게 벽장이 많이 있었다. 몇 개인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네 개 정도는 있었던 것 같다. 여자친구가 샤워를 하고 있는 동안 나는 방을 둘러보며 벽장을 열어보았다. 벽장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기괴한 형태의 구멍이 두 개씩 나 있었다. 뭔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 나는 동전을 한 번 구멍에 밀어넣어 보았다.

딸그락

두 발자국 정도 떨어져 있는 다른 벽장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소리가 난 벽장을 열어봤다. 놀랍게도 그 벽장에는 내가 넣은 동전이 들어 있었다. 몸서리가 쳐졌다. 나는 이런 이상한 현상의 원인을 밝히지 않으면 찜찜함에 잠이 제대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펜션에서 먹으려고 싸 왔던 쌈 야채를 하나씩 꺼내서 구멍에 넣어 보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야채들은 다른 벽장의 구멍을 통과해 떨어져 있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무의미한 실험을 계속 했다. 그러다가 나는 보게 됐다. 구멍을 통해 나오는 여자의 팔과 반팔 환자복 소매를. 나는 겁을 먹고 더는 그 실험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샤워를 하고 나온 여자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다. 여자친구는 너무 겁이 많아서 어떤 패닉이 벌어질 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여자친구는 긴 팔 소매의 잠옷을 입고 내 옆에 누웠다. 너무도 피곤해서 우리는 금방 잠이 들었다.

새벽 몇 시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고 잠에서 깼다. 안구건조 때문에 눈을 뜰 수 없었던 나는, 손을 더듬어 내 옆에 누가 누워있는지 확인해 봤다. 배가 느껴지고 손이 느껴졌다. 그런데 소매는 반팔이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더듬어 입 속에 손가락을 넣고 죽일 듯이 소리치며 제압하려 했다. 그렇지만 가위에 눌린 것처럼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저 목구멍 속에 들어있는 외침을 입 밖으로 꺼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가슴을 쥐어 짜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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