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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마 살고싶었던 모양입니다
게시물ID : gomin_15037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GRmZ
추천 : 12
조회수 : 313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5/08/19 23:24:24
작년 가을이었을 겁니다. 저희 가족은 망가졌습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던 화목한 가정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저 도박에 미쳐 가족은 돌아보지도 않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로 정신이 병든 어머니와 그들의 오랜 싸움에 지친 언니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살과 삶의 무게를 재고 있던 제가 있었고요. 그날은 오늘보다 감정상태가 불안정했습니다. 당장이라도 집을 뛰쳐나가 차도에 몸을 던지고 싶었고 식칼을 제 심장에 박아넣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걸 잡아준건 가족 다음으로 사랑하는 제 사람들, 제 친구들이었어요.
그리고 가정도 나름 평화를 찾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을 뿐이었나 봅니다. 그때는 아직 동정심과 애정이 남아 있어 그 형태가 애증일지라도 가족의 망가짐이 너무나도 두려웠습니다만 오늘은 그렇지도 않네요. 이제 어떻게 되든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내일 당장 방을 모두 정리하고 제 손길이 닿은 책과 옷들을 태워버리고 오늘은 컴퓨터와 핸드폰의 기록들을 모조리 삭제하면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왕 죽는거 좋은 풍경이나 보고 아무도 모르는데서 죽자 싶어 바닷가로 가는 차편도 알아봤습니다.
예전에 써둔 유서를 꺼내 조금 고치고 짤막한 편지를 쓰고 나서 담담한 척 펜을 내려놓는데 눈물이 터지더군요. 눈물이 뜨겁구나 싶었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행복했고 미련도 낙도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죽음에 대한 모든 준비가 끝나고 나니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나봅니다.

어떤 말이 듣고싶어서 이런 글을 쓴 건 아니에요. 이런 얘기를 쓸 곳이 여기밖에는 없네요. 늦은 밤 짧은 글로 당신의 마음을 어지럽혔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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