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대면 접촉이 대세이다 보니 쇼핑도 주로 온라인, 모바일 쇼핑을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지난 주에 아들 밑으로 들어가는 기타 잡품목을 쿠X으로 주문 했어요.
역시 로켓 배송 답게 칼 같이 오더라구요. 저희 기관에 배송 오시는 분들은 보통 단지 안에 들어와서 주차 하신 후에 건물 안까지 들어오시거든요. 건물마다 배달량이 꽤 되기 때문에 카트에 싣고 오셔서 사무실 마다 나누어 주시는 걸 알기에 배송 추적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삘랠랠랠랠레) "네~" "안녕하세요. ㅇㅇㅇ고객님 되시죠? 고객님 그런데 밑에 좀 내려와......서......받...아 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하는데 소리가 잘 안들리고,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어요. 귀찮기도 하고, 업무 시간 중이라 내려가기 눈치가 보여서 망설이다가, 그래도 물건이 필요한 건 나니까, 슬슬 슬리퍼 끌고 내려갔었죠. 그런데 1층 현관에서 보니 차만 보이고 그분은 안 보이는 거예요. 다른 사무실에 배달 가셨나 하고, 핸드폰 만지고 벽에 기대 서있었는데, 밖에서 "쿵" "쿵" "쿵" 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더라구요.
뭔가 싶어 밖을 보니 사람은 없고, 소리는 차에서 들리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순간 든 생각이
'ㅅㅂ이거 영화처럼 저 안에 납치 당한 사람이 타고 있는 거 아냐?' '입에 테이프 붙여진 사람이 머리로 벽 박고 있는건가, 신고해야 되나?'
등등 생각하면서 긴장 상태로 차로 다가갔죠. 소리는 안에서 들리는 게 맞았어요
"쿵쿵쿵, 문좀 열어주세요. 살려주세요." 이 소리가 차 탑에서 들리더라구요.
"네네? 안에 누구 계세요?" "네네네, 감사합니다. 밖에 레버 젖히면서 당기면 열려요."
하시더군요. 그래서 시키는대로 열었더니, 인간 백숙이 말을 해요. 요즘 날씨에 그 안에서 어휴...... "고....고맙습니다."
갇힌 사람은 쿠x맨이었어요. 알고보니 보통은 짐을 내리면서 그렇게 문이 닫히지 않도록 끼우는 게 있는 데 그걸 깜빡 하면서 자기 차, 짐칸에 갇혔다고 하더라구요. 게다가 핸드폰 본체는 운전석에 두고 내리고, 블루투스로 저한테 전화를 걸면서 짐칸으로 이동해서 박스를 꺼내려고 탑에 올라탄 순간 문이 닫혀서 갇혔다고 하더군요. 왜 처음부터 그렇게 이야기 안하셨냐고 물으니까, 장난으로 생각하고 안 내려올까봐, 그래도 물건을 내가 갖고 있으니 물건 찾으러 오면 열어 달라고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대요.
아무튼 물건 잘 받고, 그 분은 잠시 쉬다가 다시 이동하시는데, 요즘 물량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하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