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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의 자기고백..."저는 짐승입니다"
게시물ID : sisa_11606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람언덕
추천 : 32
조회수 : 2344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20/08/08 0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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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7일 페이스북에 올린 '새벽단상: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요약하면 임대차 3법, 공수처법 등의 법안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것이 잘못된 것이고,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과세 정책 역시 아주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강 부장판사는 검찰의 과잉 수사행태를 꼬집으며 검언유착 사건의 당사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선비정신'을 예로 들며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일종의 야만사회가 되고 있다"고 현 시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마 강 부장판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시국을 걱정하는 법조계 고위 인사의 '고언'이라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강 부장판사의 실체를 알고나면 그의 글이 얼마나 파렴치하고 역겨운 '개드립'인지 확연해진다. 2018년 4월 <뉴스타파>는 강 부장판사가 부산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8월부터 2016년 7월 사이에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13차례에 걸쳐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폭로했다.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장충기 문자'에는 언론사 뿐만 아니라 법조계 인사 역시 연루됐는데, 그 당사자가 바로 강 부장판사였다. 그가 장충기에 보낸 문자의 일부를 옮겨본다.

"잘 계시지요. 인도 사업장 가 있는 제 막둥이 동생이 김 사장의 억압 분위기를 더 이상 못 견디어 해서 이달 중이나 인수인계되는 대로 사직하라 했습니다. 아직도 벙커식 리더십으로 부하를 통솔하는 김 사장이 안타깝습니다. 그동안 진 신세는 가슴에 새깁니다. 강민구 배상" (2016년 6월7일)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는 것으로 보이는 동생의 고충을 장충기에게 털어놓으며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 인사청탁의 의도가 엿보이는 글이다.

"두 번째 영상 말미 앞에 자연스럽게 삼성페이 화면을 스쳐가듯이 소개했습니다.” (2015년 12월5일)

이 메시지는 강 부장판사가 삼성제품을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 홍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장충기에게 알려주는 내용이다. 법원장을 역임하고 대법관 후보까지 올랐던 그가 장충기에게 시쳇말로 '알랑방귀'를 뀌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장충기 문자'는 세간에 떠돌던 삼성과 엘리트 집단 사이의 추악한 실체를 드러낸 사건이다. 이 낯뜨거운 리스트엔 정치인, 학자, 언론인, 관료, 검사, 판사 등 권력 집단 다수가 포함돼 있다. 강 부장판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충기에게 동생의 인사문제를 털어놓고, 삼성제품을 깨알홍보까지 하고 있는 걸 보면 둘 사이는 보통사이가 아닌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진 신세를 가슴에 새긴다"는 말이 일상적인 인사치례라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랬던 그가 '선비정신'을 운운하며 세태를 비판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꼴사나운 광경인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삼성 수뇌부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백일하에 드러났는데도 강 부장판사가 여전히 법복을 입은 채 정의를 재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본 권력에 아부와 아첨을 일삼던 고위 법관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법봉을 휘두르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야만적'이지 않은가.

"동물과 인간이 다른 것은, 인간은 염치와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이다"

강 부장판사가 이날 쓴 글의 일부다. 그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준다. 동물과 인간이 다른 것은, 인간은 (동물과 달리) 염치와 부끄러움을 안다는 점이다. 염치와 부끄러움을 모르면 인간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내게는 저 말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어떤 이의 자기고백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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