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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측이 지난 22일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의 음성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동재는 이 녹취록을 근거로 한동훈과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녹취록만으로는 두 사람의 공모관계를 단정짓기 어려워 보인다. 한동훈이 "그렇게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 등 논란이 될만한 발언을 한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두 사람의 공모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를 잘 아는 한동훈과 이동재는 자신들의 무죄를 강력히 어필하고 있다. 조중동 등 대다수 보수언론 역시 두 사람이 사전공모를 한 정황이 있다는 MBC 등의 보도가 왜곡보도라며 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을 빼기 위해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를 겨누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사건은 이동재 전 기자가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라고 협박했고, 이 과정에 한동훈이 개입했다는 것이 골자다. 따라서 이 사건의 핵심은 둘 사이에 있었던 공모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들 알아시피 수사는 시작부터 삐걱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한동훈과 이동재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것이 지난 4월 7일이다. 그런데 검찰은 고발장이 제출된 지 무려 두 달이 지나서야 채널A 기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두 달이면 증거를 조작하거나 인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심지어 검찰은 한동훈의 경우 세 달이 넘도록 털끝 하나 건들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정의연 등을 수사할 때 보여준 전광석화 같은 행태와 비교해보면 검찰에 수사 의지 자체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지자 한동훈은 "신라젠 수사 관련해서 어떤 언론과도 그런 내용으로 대화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해왔다. 그런데 이동재가 공개한 녹취록으로 한동훈의 거짓말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신라젠과 관련해 어떤 언론과도 대화 한 적이 없다던 한동훈은 지난 2월 부산고검 차장실에서 이동재와 만나 긴밀한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다. (녹취록을 보면 알겠지만, 둘은 한 두번 만난 사이가 아니다).
그러나 이 나라 언론은 역시나 참 대단하다. 한동훈의 새빨간 거짓말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 힘들다는 취지의 기사를 써대기 급급하고 있다. 이동재가 가지고 있는 녹취록이 하나만 있다는 보장도 없고, 두 사람이 2~3월 사이에 얼마나 만나고 통화했는지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공모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느니, 보복수사니 떠들어대면서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한동훈은 24일 열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에서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 "저는 위원회가 저를 불기소 결정해도, 법무장관과 중앙 수사팀이 저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려 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등 자신을 향한 검찰수사를 정권 차원의 보복이라 항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증유의 국정농단 사건을 일으킨 박근혜 정부 권력서열 1위였던 최순실도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마당이고 보면, 통합당과 언론이 무한 '쉴드'를 쳐주는 한동훈이 저렇게 대놓고 뻔뻔하게 나오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이는 녹취록을 공개한 이동재도 마찬가지. 한쪽으로 기울어진 언론지형을 감안할 때 녹취록이 공개되면 국면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마 계산이 섰을 것이다.
실제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보수언론은 문재인 정부가 한동훈과 이동재를 공모관계로 몰아가고 있다는 논지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정권의 눈밖에 난 윤석열을 옭죄기 위한 보복성 수사라는 것이다.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검찰개혁을 방해하기 위한 기획수사였다는 것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음에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언론의 횡포는 이처럼 나날이 극을 향해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대검 수사 심의위는 지난 24일 압도적 다수 의견으로 한동훈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같은날 법원 역시 이동재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당사자에게 직접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압수수색 취소 결정을 내렸다. 대검은 검언유착의 당사자를 보호해주고, 법원은 사건의 실체를 밝힐 가장 중요한 증거라 할 수 있는 피의자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전격 취소해 버린다. 그리고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사의 부당성을 전방위적으로 퍼트리고 있다. 참으로 드라마틱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JTBC 드라마 '모범형사' 2화에서는 전직 검사장이 경찰과 검사, 판사가 사건을 조작해 무고한 사람을 사형수로 만들었다고 기자에게 털어놓는 대목이 나온다. 씁쓸한 건 이 장면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사실이다. 경찰과 검찰, 그리고 사법부가 공모해 있는 죄는 덮어주고, 없는 죄는 만들어내는 것을 수도 없이 목도해온 탓일 터다. 검언유착 사건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어둠은 물러가지 않았다. 이 나라의 정의는 아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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