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2월 26일이었음. 삼촌이랑 같이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치킨집에서 치킨먹고
새벽 한시 반쯤 집에 가고 있을 때였음
동네에 고양이가 엄청나게 많이 돌아다니는거임... 그래서 아 이동네는 고양이 동네 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냐옹~ 하는 그 만화같은데서 나오는 전형적인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거임
다른 고양이들은 냐~ 아니면 야~ 이러지 냐옹~ 이러는 고양이는 흔치않음 ㅇㄱㄹㅇ ㅂㅂㅂㄱ
그리고 딸랑딸랑 거리면서 내 쌍방울 방울 소리도 났음
그래서 내가 삼촌한테 이 구슬픈 울음소리는 백프로 어미를 잃은 새끼의 울음소리 같다며 의견을 피력함
삼촌은 지랄말라며 다시 걸어감.
그때 차 뒤에 숨어 있던 녀석이 나왔음.
얼굴은 마치 화전민처럼 새까만데 전체적으로 털이 회색이었음. 이건 백프로! 리얼!
내가 책으로만 봤던 샴! 고! 양! 이! 였음
근데 얘가 우리 자꾸 따라옴.
삼촌한테 "이거 운명인갑다ㅋㅋㅋㅋ 삼촌한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인듯" 이러니까
삼촌이 고양이의 80퍼센트는 방랑하는 습성이 있다는 어디서 주워들은 말을 내뱉으며
앞서 갔음. 근데도 따라옴. 그래서 삼촌이 술도 한잔 마셨겠다 제안을 했음.
"야. 내가 저 사거리(한 100미터 거리)까지 얘가 따라오면 내가 얘 키운다. 진짜"
그래서 사거리까지 갔는데? 뒤에서 딸랑딸랑 소리가 들렸음
그래요... 따라온거임
그래서 내가 "삼촌 집에 데려가자" 이랬더니 삼촌이 또한번
고양이의 80퍼센트 드립을 치더니 저기(여기도 한 백미터 거리)까지 한번 가보자는 거임
또 고양이 얼굴도 안쳐다보고 조용히 갔음... 또 딸랑딸랑 소리 들림... 따라옴.
그래서 삼촌한테 내가 "이제 그만 데려가자" 이랬는데 삼촌이
"아 몰라 임마 나 혼자서도 잘살아(삼촌 나이 마흔다섯... 노총각... 여친구해요)"
이러더니 뛰어가는거임.
그러니까 소름돋는게... 고양이가 뛰었음!! 엄청빨리!! 와! 우사인볼트!!
역시 4륜구동과 이륜구동의 속도차이탓에 삼촌을 따라잡았음
그때 우리앞에 개울과 돌다리가 나타났음
삼촌이 "이 개울 건너오면 내가 키울께" 라고 못믿을 구라를 침.
근데 돌다리의 돌 사이 간격이 쫌 넓었음. 새끼고양이면 짬뿌로 못뛰어넘을 거리였음
일단 우리가 건너가보고 따라오나 지켜보기로 했음
그런데... 그친구가 짬뿌를 해서 따라왔음.
그래서 삼촌이 "저기 큰 다리 있는 데까지 따라오나 보자" 라면서 앞질러갔음
이쯤되면 존나 치사했음. 그래서 내가 "역시 그러니까 장가를 못가지" 이랬다가 얻어맞음
근데 다리 있는 데까지 가니까 방울소리가 안들림.
삼촌이 의기양양하게 또 고양이의 80퍼센트 드립을 쳤음.
이제 그만 가자. 해서 다리를 건너가서 편의점에서 라크 한 갑을 사서
둘이 한대씩 나눠피우고 있었음.
삼촌이 아쉬운지 "야 그 강변 가서 오나 보자" 이러길래 따라감.
강변에 서서 기다리는데... 강변 갈대밭 사이로
ㅅㅂ 아직도 소름
딸랑딸랑 소리가 계속나는거임
그래서 내가 "와 이건 진짜 운명이다 운명" 이랬는데 삼촌이
"잠깐만 근데 왜 소리가 안들리냐" 이러는거임
그래서 생각해보니까 혹시 얘가 갈대밭에서 못빠져나오는거 아닌가?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보니
역시 맞았음. 그래서 갈대밭에서 애를 구조해 데리고 나옴
삼촌이 얘 몸에서 샴푸냄새가 난다면서 누가 키우던 거라고 함. 방울 목걸이도 걸려있었음.
일단 삼촌이 고양이 밥을 편의점에서 파나 보러가자고 고양이를 안고(!!) 편의점으로 들어감
알바가 하나 있었는데... 누구였냐면 내 중학교때 짝사랑하던 여자애였음.. ㅅㅂ....
여자애랑 엄청 어색하게 어서오세요 인사하고 삼촌이 고양이를 카운터에 쑥 내밀면서
"얘 밥 있나요?" 이럼
여자애가 "아 있어요 잠시만요" 이러더니 카운터에서 나와서 어딘가로 감. 그러더니 고양이 밥을 하나 들고오더니
이거밖에 없네요 이러는거임. 그래서 일단 샀음.
음 일단 집에 데려가기로 했는데 애가 갑자기 삼촌한테 내려달라면서 발톱으로 긁는 거임
근데 발톱을 깎아놓은건지 하나도 안따가웠다고함
그래서 내려줬더니 차 뒤로 가서 숨음... 그럼 왜따라왔냐고...
삼촌이 박수치면서 나비야 나비야 부르니까 그제야 차밑에서 기어나옴
그때 어떤 싸가지없는 씹새끼 하나가 지나가다가 고양이를 보더니 쿵! 하고 발을구름
내가 야이 시팔놈아 주인있는고양이한테 왜그러냐 이랬더니 그냥 쏘아보고 감
삼촌이 일단 집으로 데려가서 접시에 자묘용 참치를 담아줬음
근데 못먹음. 너무커서....
삼촌이 결국 칼로 잘라주니 잘먹음
방으로 들여보내주니 컴퓨터 의자 위에 요염하게 앉는거임.. 그거 왜 알죠... 식빵 자세?
하여튼 졸귀였음. 눈도 파란색인데 핵귀임
삼촌이 목걸이를 확인해보더니 여기 이름이랑 주인 전화번호 있다고 와서 전화해보라는거임
참고로 이름은 도도였음... 도도하니까 도도... 이름값 한다고 생각함.
그때가 새벽 세시였음. 정상적인 인간이면 받을리가 없음.
두번 했는데 안받으니까 삼촌이 일단 자자고 하길래 삼촌 침대에 누웠음
누우니까 컴퓨터 의자에 앉아있던 애가 갑자기 침대로 짬뿌해서 오더니
내 명치를 꾹꾹꾹꾹 누르는거임 마치 엘리베이터 버튼누르듯이...!
새벽에 심쿵사할뻔
삼촌이 옆에서 나한테 이 고양이 주인의 신상명세를 파악했다는 거임
읊어보라고 했더니
보통 반려동물은 외로워서 기르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 독신.
게다가 목걸이까지 달아준 정성을 보아하니 여자. 라는 거임.
독신 여자일 확률이 80퍼센트(고양이 80퍼센트 드립도 그렇고 뭐이리 80퍼센트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음) 라기에
응 삼촌 번호따 라고 하고 잠
여섯시에 일어나서 조기축구를 하러 가려고 하는데... 얘를 그냥 집에 놔둬야 하나 심히 걱정됐음
삼촌이 세상구경좀 시켜주자고 데려감.... 차에 태움
근데 차에 타니까 삼촌 허벅지 위로 올라가서 야옹~ 야옹~ 이러고
내 허벅지 위로 올라와서 식빵을 구움
아... 이대로라면 죽어도 좋아... 라는 생각을 할무렵
전화가 왔음 고양이 주인임
삼촌이 "스피커폰! 스피커폰으로 해!!!" 이러길래 스피커폰 켬
"네 여보세요 새벽에 전화..."
남자 목소리였음. 삼촌이 좌절했음. 나는 일단 침착하게
"네에~ 도도라는 고양이를 저희가 어제 길에서..."
여기서 어떤 단어를 써야하지? 심히 고민됐음.
데려왔습니다. 이러면 훔친것 같고
구해주었습니다. 이러면 우리가 딱히 구해준것도 아니기에 고민이 됐음
차라리 납치했다고 그러고 몸값을 뜯어낼까? 생각하는데 삼촌이 옆에서
"네 고양이 어제 새벽에 돌아다니는거 주인있는애 같아서 데려왔어요"
이러니까 네 아주 감사합니다 이러면서
"제가 지금 베트남에 있어서 어머니보고 전화드리라고 할게요"
이러길래 알앗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음.
조기축구하는 학교 운동장에 녀석을 내려놓으니 아저씨들이 다 보고서는
한마디씩 함. 레종 담배에 있는 그고양이 같이 생겼다는둥
이놈 비싸보인다는둥...
그러자 녀석은 저 멀리 있는 컨테이너박스 밑으로 가서 숨음.
조기축구가 끝나고 컨테이너 앞으로 가서 도도야 이리와 쮸쮸쮸쮸쮸쮸
이렇게 입술 불어터질 때까지 부르니까 나오길래 차에 실음
차에 타고 집에 가는데 또 전화가 옴. 주인분 어머니임
ㅇㅇ아파트 앞에서 보자고... ㅇㅇ아파트면 여기서 차로 이십분 거리임
어제 고양이 찾았던 그 근처임. 그래서 삼촌이랑 곧장 그쪽으로 감
삼촌이랑 가면서 이렇게 말하기로 합의함
순종 고양이니까 찾으면 보상금을 줄건데 그걸 거절하고
고양이랑 기념사진 한장 박아달라고 하자
ㅇㅋ 콜!
그래서 약속장소로 갔는데 그 할머님이 기다리고 계신거임
고양이를 보더니 우리한테 갑자기 신세한탄을 하심
"아니 우리 아들이~ 나이 삼십이 넘었는데~ 갑자기 이놈을 데려와서는! 돈이 백만원이 넘게 깨졌어 백만원이"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관뒀음
역시 예상대로 봉투를 꺼내시길래
"아닙니다 우리는 대단한일 한것도 아닌데 돈 안받습니다"
이러니까 할머니가 바로집어넣으심.
그리고는 휭하니 가심... 사진은? 기념 사진은???????
하여간 터덜터덜 다시 차에 타고... 삼촌이 담배를 피우면서 말함
"뭐가 좀 씁쓸하다"
그러면서 집에가서 삼촌은 소주 두병을 마시고
갑자기 나보고 터보 컴백앨범이나 사러가자길래 알겠다고 했음
음반가게에 가보니 그날이 음반가게 문닫는 날이라 교보문고까지 감
근데 교보문고에도 없음 하하하 시발
그래서 버스 두번 갈아타고 집까지옴
집에 가서 짜장면이랑 군만두를 시켰는데 삼촌이 이렇게 말함
"우리 돈 안받은거 잘한 일이냐?"
나는 대답할수가 없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