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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반도 보고 왔어요.
게시물ID : movie_779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あかねちゃん
추천 : 2
조회수 : 120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0/07/20 02:09:19
간만에 글 쓰네요.

거두절미하고, 예전에 부산행 처음 보고 왔을 때 제가 적은 내용은 좀비물이라기보다는 재난 영화의 군상극이라고 평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 좀비물은 이미 클리셰적인 부분은 월드워Z를 기점으로 거의 대부분 소모를 해버린 한 물 간 장르였지만, 부산행은 기차안이라는 좁은 공간안에서 좀비에 의한 재난물이라는 새로운 클리셰를 만들어 냈죠.

공포나 액션을 기대하고 가신 분들에게는 감독이 무엇을 얘기 하려는 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죠. 무턱대고 소리나 빽빽 지르는 버스 회사 사장이나 상황 파악 못 하는 야구 부원들의 삽질은 이게 대체 무슨 영화인가 이해 하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좀비물이 월드워Z을 기점으로 재난 영화 즉 아포칼립스물의 장르 밑으로 재편이 된 상황이라 해외서는 반응이 사뭇 다르게 일어났죠.

물론 신파는 해외서도 호불호가 갈렸지만요. 

반도는 이런 부산행의 후속작이자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이죠. 

일단 반도의 설정상 오류부터 집고 넘어가죠.

첫째 4년이라는 '너무 긴 시간'을 후속편으로 삼았다는 것이죠. 사실 반도를 처음 봤을 때 느낀 점이 다른 분들은 절대 공감을 못 하시겠지만, 설정이 너무 치밀하다는 점이죠.

재난 상황에서 1시간은 평소의 1년과 맞먹는 일이 일어날 수 있죠. 특히 좀비 아포칼립스의 클리셰의 정석 중 정석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고난은 그저 덮쳐 오기에 개연성을 따지기 보다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반응이 아포칼립스물의 핵심이죠. 부산행에서 소리 지르는 버스 회사 사장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첫 장면, 주인공이 구조를 요청하는 가족을 스쳐 지나가고 다시 만났을 때 가족 구성원 중 아버지는 이미 사망하고 3살 즈음으로 보이던 아이는 6-7살 그리고 모르는 여자 아이 하나와 치매를 앓고 있는 늙은 군인의 조합은 매우 함축적으로 반도에서 사람들에게 무수히 많고 많은 일들이 벌어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앞에서 얘기했죠? 너무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요. 관객들이 보기에는 이건 또 뭔 소리여? 4년 '밖'에 안 지났는데 사람들이 저 모양이 됐다고? 납득 못 하는 게 당연하죠. 무려 4년'이나' 좀비 소굴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이 그 동안 겪은 일은 일반인이 평생 겪은 일보다 많았을 테지만, 그건 감독의 머릿속에서나;;;

그러니 좀비가 주역이 못 되는 것도 당연한 겁니다. 애시당초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좀비 소굴에서 생존한 사람들의 갈등 구도는 좀비보다 더 한 같은 사람들 간의 갈등이 메인이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이 부분은 워킹 데드를 참조 해 보시면 아 하고 감이 오는 부분이 있을겁니다. 여기도 후반부로 갈수록 좀비 보다는 사람 간의 갈등이 메인 인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조차 반도랑 매우 흡사합니다. 아니 애당초 반도가 워킹 데드를 많이 참조한 거겠지만요.

둘째 감정의 농도를 잘 못 잡았다는 것이죠.

부산행의 신파가 짧은 건 부산행이 기차 안에서 감정적인 드라마를 통해 연상호 감독이 얘기하고자 했던 인간을 충분히 보여줬기에 짧았다고 봐야 하죠. 반도라는 작품을 통해서 봤을 때 말이죠.

반도의 캐릭은 닳고 닳아서 더 이상의 얘기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주역인데, 문제는 런닝 타임이 2시간 남짓 밖에 되지 않다는 것이죠. 

단적으로 카 체이싱에 너무 많은 공을 들였어요. 이것도 결국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좀비에게 잔뜩 적응한 사람들인데, 후반으로 갈수록 가뜩이나 풍경 같은 좀비가 숫제 필드몹 신세가 되어서 이 부분은 명백히 연상호 감독의 분량 조절 실패죠. 

부산행에서 사람 얘기 신나게 하고 더 할 것도 없으니 즙으로 마무리였다면 반도에서는 사람끼리 감정을 부딪힐 일이 없죠. 만나면 좋은 친구 총알 한 방씩 교환하면 그걸로 끝이니까요. 

그러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강동원의 트라우마 극복인데,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는데 그놈의 카 체이싱.

결국 반도에서 욕 먹는 내용을 뜯어보면 결국 극렬한 압축으로 중간에 한 편이 더 있어야 하는데 너무 먼 시점을 후속편으로 삼았기에 벌어졌다 뭐 이렇게 정리되네요.

이 부분만 빼면 개인적으로 부산행보다 더 좋게 봤습니다. 후반 즙짜기만 빼놓고요.

특히 CG 티는 많이 났어도 색감이 참 좋았죠. CG 티를 가릴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티가 난 꼴이긴 해도 시종일간 어두운 톤의 색감은 암울한 분위기를 극적으로 상징하는 데 적절했고 설정상으로도 좀비에 적응한 생존자들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니 말이죠.

디테일 적으로 따지면 태클 걸 일이 많기는 하지만 뭐 런닝 타임이 워낙 짧으니까요.

아무튼 저는 재밌게 잘 봤고 연상호 감독이 실사 영화 특히 블록버스터에 익숙해지는 게 좋기는 한데. 투자자 분들이 연상호 감독의 작가 주의가 튀어 나오려는 걸 막던지 아니면 본인 스스로 자제를 하든지 해줬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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