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가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전 쌍둥이입니다.
너무나 바빴던, 아니 지금까지 꾸준히 바쁜 부모님 대신
서로에게 부모이자 친구이자 자매로 자랐습니다.
같이 자고 같은 걸 먹고
같이 공부하고 같이 쉬고
같은 걸 사고 같은 취미를 갖게 되고
중복되는 친구들을 사귀고..
같은 말투와 목소리, 체형, 걸음걸이, 얼굴..
만약 인간이 백지로 태어난다고 한다면
우린 클론 같았겠죠.
언제 어느 순간에서라도 발을 바라보면 늘 같은 쪽 발을 내밀고 있었고 늘 같은 보폭이었어요.
그런데 사람이란 건 역시 신기하더라고요.
그 와중에도 수학에 대한 흥미, 도전의식/ 안정, 대충대충/ 꼼꼼히, 감성적/ 논리적 등등..
성격이 많이 달라집니다.
이 성격차이에 따라 전공도 완전 인문/ 이공계 로 나뉘어 지고,
4년 동안 이 차이가 더욱 커지게 되죠.
우린 서로에게 말하죠.
아마 둘 중 하나가 먼저 죽으면 나머지 한 사람은 평생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할 거라고.
반쪽 영혼이 사라진 기분이겠지요.
그런데도 우린 더 이상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됐어요.
서로에게 너무 많은 비밀이 생겨버렸죠.
오늘은 "네가 아군도 아닌데"라는 말을 들었고.
우리가 서로의 아군이 아니면 뭘까요.
내가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건가요?
글쎄요..
이건 정말 최소의 의미 아닌가요.
적어도 내가 너에게 안 좋을 일을 하지는 않는다는 최소한의 믿음..
나도 그냥
자유분방한 내 쌍둥이 편을 들어서
'억압하고 구속하는' 그 부모님에 대해 같이 불평하면서 반항하고
나도 사실
매일매일 외박을 하든 술을 먹든 회사를 때려치우든
신경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런 생활을 하고 싶노라고
말해줘야 '너의 편'이 될 수 있는 걸까요?
나는 어떻게 해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