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들리지 않는 소녀가 있었다.
순백 같이 하얀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가지고 있는 소녀는 부모가 없이 자랐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그녀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애정으로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바닥에서 자던 그녀에게 새엄마가 생겼고 새 집이 생겼다. 그녀에게 세상은 정말로 편하고 평화로운 세상이었다.
나이가 들어 소녀는 할머니가 되었다.
\소녀는 문득 궁금해졌다. 저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목소리는 어떤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을지.
한 남자가 그녀에게 보청기를 주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세상의 목소리를 들었다.
"장애인 새끼."
"앞에서 지한테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고."
"괜히 데려왔어. 그냥 안락사 시켜버릴까."
"빨리 죽었으면."
처음 들은 세상 소리는 표독스럽고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소녀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소녀는 스스로 귀를 뜯었고 얼마 가지 않아 죽었다.
그녀의 시체는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다.
-페르시안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