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무조건 주변의 큰 나라와 사대를 하지 말자는 주의는 아닙니다. 저번에 글 썼을 때도 고구려가 가능하면 당에 일시적으로라도 사대관계를 맺고 국가가 존속되길 바란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평화시대를 맞아 힘을 축척하여 다시 국제정세와 시대상황이 고구려에게 유리하게 갔다면 고구려는 여러 분야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영토도 확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원나라 침입 전까지 천년이 넘는 국가의 통치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애초에 명과 사대를 시작한 조선도 그렇지 않았던 고려도 결국 건국하고 비슷하게 약 500년이란 기간동안 나라를 영유했습니다. 고려도 사대를 하긴했으나 처음부터 조선처럼 일방적인 사대를 하진 않았죠. 오히려 건국하면서 고구려 계승에 의의를 두고 그 정신을 이어나가겠다고 선포했죠. 고구려 유민들 출신들이 많았던 패서지역 출신이었던 태조 왕건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고려도 원나라 침공 전까지 송과의 동맹으로 요와 금을 견제하면서 솥의 세 다리처럼 힘의 균형을 이루었고 그 당시 엄청난 국가의 발전과 부를 누린 송나라가 고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죠. 결론적으로 전 실리외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애초부터 쫄아서 사대부터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하면서 나중에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그 때 가서 사대를 해도 늦지 않는다는 겁니다.
만약 몽고침입에 고려의 끊질긴 항쟁이 없었다면 동유럽까지 진격하여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하였던 몽고가 고려를 인정하였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좀 일찍 몽고와의 전쟁을 끝나고 피해를 최소화했으면 좋았을텐데란 개인적인 생각은 있지만 고려의 그런 끊질긴 항쟁과 정신들이 없었다면 오히려 이후에 상황이 더 나빠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원나라의 부마국이 되어서 고려도 원나라 하에 지위를 누리게 될 수 있는 바탕이 되게 된거죠. 전 그걸 높이 사는 바입니다. 그리고 고려 후기에 고조선과 고구려의 고토 요동땅 회복에 성공한 마지막 왕조이기도 하구요.
고려가 원나라 치하에 있으면서 몽고말이나 문화를 배우긴 했어도 우리의 문화와 말이 사라졌나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고려가 망하지 않고 항쟁을 통해 원의 부마국이 된 거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애초에 일찍부터 사대를 시작한 조선이나 고려나 우리의 문화를 영유하면서 500년 동안 국가를 존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