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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을 삼성에다 비비는 건 명백한 패착이예요.
게시물ID : sisa_11569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틸하트9
추천 : 14/19
조회수 : 1324회
댓글수 : 100개
등록시간 : 2020/05/22 10:24:27

제가 요즘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동호회 정치'입니다.
같은 취미와 같은 관심사를 갖고 만난 동호회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서로 공감하고 지지해 줍니다.
동호회 사람들끼리 있으면 편하고 행복합니다. 하지만 동호회 밖은 전혀 다른 세상이예요.

동호회 정치가 아닌 대중 정치는 그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동호회 사람들의 아젠다를 공감시키고 그 아젠다가 왜 동호회 사람들 뿐 아니라 그들 모두에게 중요한 일인지 공감시키고 설득시켜가는 과정이예요.

여소 야대로 깽깽거리다가 갑자기 과반을 훌쩍 넘어 180석을 얻었어요.
저 숫자가 가진 무게가 아직 실감 안되시는 분들이 많은가 본데, 저 정도의 의석을 가진 당은 이제 공격이 아닌 방어를 하고, 비판이 아닌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입니다. 불과 몇달 전의 민주당과는 천양지차의 위치인 거예요.

그런데 여전히 님들은 과거 기울어진 운동장 탓하던 시절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물론 알아요. 재벌, 언론과 사법기관은 아직도 그모양 그꼴이라는 거.
하지만 국민들이 제대로 함 해보라고 힘을 실어줬잖아요. 뭐가 그렇게 두려운가요?

한줌도 안되는 당내 동호회 눈치 보다가 그나마 어느정도 확대되어 가던 대중성을 완전히 말아먹고 도로 동호회로 전락한 모 당의 사례를 벌써 잊으셨나요?
사람들이 님들 생각처럼 그렇게 바보인 줄 아세요?
이윤 추구가 목적인 사기업의 회계 부정과,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공익적 대의를 가진 공익법인이자 시민단체인 정의연에 대한 도덕감정이 똑같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단지 금액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이유로? 진짜 웃기고들 앉았네요. 어쩌면 이렇게 포인트를 못 잡으시는 건지 일부러 가슴아픈 팩폭은 피해 가시는 건지...

님들의 그런 모습 자체가 바로 동호회 정치의 폐해인 거예요.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허구헌 날 제한된 공간에 모여서 자기랑 말 통하고 자기랑 공감되는 사람들하고만 이야기하니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바깥 세상의 룰과 감수성과 동떨어진 생각들을 하는 거라고요.

정의연처럼 '최소한 어느 누구도 대놓고 반대하지 않을'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확고한 단체는, 원래부터가 양날의 검 위에서 춤추는 위태로운 사람들이예요. 그 칼이 날카로우면 날카로울 수록 잘 드는 좋은 칼이고 편리한 도구지만, 이렇게 자신들의 실책으로 여론의 향방이 바뀌게 되면 오히려 그 편리한 도구가 더더욱 무서운 책임의 칼날이 되어 살을 파고드는 겁니다.
좋은 일 한다고 칭찬 받고 어디 가서나 우쭈쭈 잘한다 잘한다 해줄 땐 좋았죠? 그게 바로 장부에서 10만원만 비어도 사람들이 빈정 상해하는 원인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이 단순한 이치를 정녕 모르시겠나요?
'
심지어 그 부패한 딴나라당의 이회창조차도 나름 그쪽에선 '대쪽' 이미지로 유명한 인사였는데, 아들 병역비리 문제가 불거지자 오히려 그 대쪽 이미지가 독이 되어 한방에 훅 갔습니다. 좋은 이미지란 결국 상황이 안 좋을 땐 오히려 배신감만 부풀리는 양날의 검이라는 건, 심지어 썩을 대로 썩은 딴나라당 정치인한테에도 적용되는 이치인 겁니다.

대쪽.
예 누가 붙인 비유인지는 몰라도 정말 절묘한 표현이죠.
옆에서 치면 부러뜨리기가 무쇠만큼이나 어렵고 설령 부러진다 해도 완전히 끊어지지 않고 질기게 버티지만,
위에서 조금만 틈을 내고 그 틈 속으로 아기 손만한 힘만 줘도 머리부터 발 끝까지 한방에 쫘아악 쪼개져 버리는
그래서 '대나무, 대쪽'인 겁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돌아갈 돈을 착복했다는 의심을 산 것만으로도
이미 대쪽 위에 칼날은 놓여 있는 상태인 겁니다.
거기에 아기 주먹 힘만 가해도 대쪽은 쫘아악 쪼개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과 정의연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고 형평성 운운하는 게
얼마나 대중 정서와 동떨어진 일인지를 모른다면
동호회 정치 소리 들어도 싼 겁니다.
그리고 180석을 먹은 독점기업 수준의 대기업이 된 대중정당 민주당이 구멍가게 수준의 동호회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다음 대선이나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참패는 미통당이 아닌 민주당의 것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여러분은 잘 모르겠지만 여러분 같은 사이버 공간의 키보드 워리어가 아닌, 현실 속의 대중정당 정치인인 민주당 수뇌부는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이낙연 총리도 '엄중하게 지켜본다'고 한 거고요.

님들이 그토록 원하는 적폐청산을 하려면 최소한 민주당이 10년 이상은 연속으로 집권해야 가능한 목표예요.
그래야 하다못해 검찰 같은 개새이들도 '어차피 네들은 다음 선거에서 나가리야. 그때 가서 보자고'가 아니라 '이 사람들한테 잘못 보이면 나 평생 한직이야'로 바뀌는 거거든요. 개새들은 원래 그래요. 그렇게 길들이는 거예요.

제발 상황 파악 좀 합시다. 제발요. 부자 됐는데도 돈 쓰는 법을 몰라 벌벌대는 가난뱅이 습성 좀 그만 버리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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