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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공중전화
게시물ID : panic_1013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k1223
추천 : 8
조회수 : 16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4/22 10: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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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준: “여보세요~ 우기야. 소개팅 콜?”

 

홍우기: “.. 말도 마라 어제 한 숨도 못 잤다.”

 

박민준: “그래서 뭐? 소개팅 안 하겠다고?”

 

홍우기: “.. 지금은 좀 그래 미안하다.”

 

박민준: “소개팅 해달라고 그렇게 난리 치더니갑자기 뭔 일 있냐?”

 

홍우기: “내가 요즘 장난전화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좀비처럼 산다.”

 

박민준: “니는 생활이 원래 좀비잖아? 낮에 자고 밤에 놀고. 별 일 없네? 근데 뭔 장난전화?”

 

홍우기: “.. 씨댕.. 며칠 전부터 새벽에 이상한 전화가 오는 거야.”

 

박민준: “그래?”

 

홍우기: “근데 전화를 받으면 지지직 소리가 너무 커서 뭐라 하는지 말이 잘 안 들려. 여자 목소리 같은데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

 

박민준: “술 취해서 전화하는 거 아냐? 전여친?”

 

홍우기: “그럴리가... .. 여튼 그렇게 계속 오더라고

 

박민준: “.. 전화번호 뜰 꺼 아냐? 낮에 걸어봐 지금.”

 

홍우기: “근데 전화번호가 휴대폰이 아니었어. 033으로 시작하더라고.”

 

박민준: “033이면 어디냐? 경기도?”

 

홍우기: “아니.. 강원도야. 이틀 동안 계속 같은 번호에서 장난전화가 오더라고.. 114에 물어봤더니, 원주에 있는 어떤 공중전화라는 거야..”

 

박민준: “휴대폰 번호를 안 들키려고 공중전화로 했나? 차단하지 그랬어?”

 

홍우기: “어쨌든 그래서 오늘 새벽에 차단방법 찾아서 차단하느라 제대로 못 잔 거야.”

 

박민준: “.. 그렇구나 알았어 잠이나 더 자라 그럼.. 별 희한한 인간도 다 있네.”

 

홍우기: “잠은 무슨.. 오늘 오전수업 가야 돼. 점심이나 같이 먹자. 내가 너네학교로 갈게.”

 

박민준: “나는 점심에 일이 있어서 안되겠네. 나중에 정신 차리면 전화해. 소개팅 자리 없어지기 전에.”

 

홍우기: “오케이 고마워

 

 

 

나흘 후 한밤중


홍우기: “.. 자냐?”

 

박민준: “.. 자는 중이었지. 무슨 일이냐 새벽에?”

 

홍우기: “.. 자는데 미안하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박민준: “또 무슨 일인데? 소개팅 시켜달라고?”

 

홍우기: “아니.. 또 장난전화가 오더라고.”

 

박민준: “블록했다면서?”

 

홍우기: “전화번호는 차단했는데, 이번에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공중전화에서 또 똑 같은 장난전화가 온 거야.”

 

박민준: “지지직?”

 

홍우기: “..”

 

박민준: “팩스소리 아니야?”

 

홍우기: “아니야.. 사람 소리 같았어. 어쨌든 114에 알아보니까 양평이더라고. 그래서 그 번호도 차단은 했어.”

 

박민준: “그렇구나.”

 

홍우기: “그런데 어제는 하남에서 전화가 온 거야.”

 

박민준: “하남? 참 할 일도 없나 보네.”

 

홍우기: “아 정신병원이나 예약해야 되나.”

 

박민준: “크크 뭔소리야

 

홍우기: “진심으로 심각하다 나는.. 너무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힘들어.

 

박민준: “그냥 장난전화겠지.. 누구 해코지 할 사람이라도 있냐?”

 

홍우기: “몰라아 근데 방금 전에 또 전화가 온 거야. 어제 하남 공중전화도 차단을 했는데..”

 

박민준: “아 그래? 이제는 어디냐?”

 

홍우기: “02번호더라.. 어딘지는 모르겠어.”

 

박민준: “찾아봐~”

 

홍우기: “지금은 좀 그렇고, 아침에 114에다가 또 확인해보려고.”

 

박민준: “.. 그래.. 확인하면 나도 알려줘. 어딘지 궁금하다. 에구.. 미안한데 내가 너무 피곤해서 먼저 잘게.”

 

홍우기: “알았어. 늦게 전화해서 미안하다.”

 

박민준: “괜찮아 별 수 없지..”

 

 

 

이틀 후 저녁

 

홍우기: “야 민준아 뭐하냐? 전화 받을 수 있냐?”

 

박민준: “.. 괜찮아 과제 중이긴 한데 뭐.. 무슨 일이야?”

 

홍우기: “아 장난전화 말이야.”

 

박민준: “아 맞다. 서울에서 전화 온 거. 어디냐? 알아봤냐?”

 

홍우기: “.. 강동구 쪽이였어.”

 

박민준: “또 블록했고?”

 

홍우기: “그랬지..”

 

박민준: “어떤 새낀지 감은 안 오냐?”

 

홍우기: “모르겠어. 여자 목소린데, 아는 목소리도 아니고.”

 

박민준: “전 여친 아니야? 전화 함 해봐.”

 

홍우기: “그럴리가 없어..”

 

박민준: “그냐? 근데 전 여친하고는 왜 헤어졌었냐? 등산도 같이 다니고 잘 맞았잖아?

 

홍우기: “그냥 좀 싸웠어.. 알잖아 걔가 좀.. 성격이..”

 

박민준: “.. 그래 사실 좀 말투도 이상하고 보통은 아니었지.”

 

홍우기: “그 다음부터는 연락 안해 서로.”

 

박민준: “그렇군.”

 

홍우기: “근데.. 아놔.. 어제 또 장난전화가 왔는데..”

 

박민준: “근데?”

 

홍우기: “교대역 근처였어. 우리 집하고 가까운 곳이었거든.”

 

박민준: “.. 점점 가까워지네.. 이거 범인은 너가 아는 사람인가보다.”

 

홍우기: “그런가봐.. 오늘 밤에도 전화가 올 것 같아.”

 

박민준: “그래서? 도망이라도 가려고? 네 전화번호를 바꿔보는 건 어떠냐?”

 

홍우기: “도망은 무슨.. 잡고싶어 나는.. 잡아서 조져버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박민준: “잡는다고? 어떻게?”

 

홍우기: “우리 집 주변에 있는 공중전화 번호들을 다 알아뒀어.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장난전화하는 번호가 뜨면, 얼른 전화기로 달려가서 잡을거야.”

 

박민준: “그게 가능하겠어?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려고? 도른자던가..”

 

홍우기: “그래서 너한테 전화한 거야. 좀 도와줘. 나 혼자로는 좀 무리야.”

 

박민준: “하하하 재밌긴 하겠다. 집에서 같이 밤을 새자는 거지?”

 

홍우기: “아니야. 집 주변을 같이 돌아다니자고.”

 

박민준: “그래? 간만에 재밌는 얘기네. 알았어 그럼 과제 마저 하고 얼른 너네 집으로 갈게.”

 

 

 

한 시간 뒤 박민준은 홍우기의 집으로 찾아왔다.

 

시간은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홍우기: “그럼 나랑 같이 집 주변을 슬슬 돌아다녀 보자.”

 

박민준: “그래? 공중전화 알아놓은 것 보여줘봐. 한 번 보자.”

 

홍우기가 a4종이에 대강대강 그려놓은 지도를 박민준에게 주었다.

 

지도에는 공중전화의 위치와 전화번호들이 적혀 있었다.

 

박민준: “생각보다 전화기가 많구나. 다 없어진 줄 알았는데.

 

홍우기: “그러게..”

 

박민준은 지도를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가 입을 열었다.

 

박민준: “반경이 너무 넓은 거 아니야? 장난전화가 온 다음에 뛰어가도 못 잡을 수가 있잖아?”

 

홍우기: “그럼 뭐.. 다음 기회를 노려야지 뭐..”

 

박민준: “차라리 우리가 따로 다니자. 그러면 그 새끼 잡을 확률이 높아질 거 아니야?”

 

홍우기: “.. 그건 좀…”

 

박민준: “? 혼자서 상대 못할까봐? 찌질하기는. 너는 장난전화 오면 나한테 톡 보내고 뛰어가. 같이 만나서 조지면 되겠지.”

 

홍우기: “.. 그럴까.. 알았어 그럼. 시간이 슬슬 돼 간다. 얼른 가자. 집을 중심으로 해서 내가 북 쪽으로 돌 테니까, 너는 남쪽으로 돌자.”

 

박민준: “알았어. 전화오면 얼른 톡해라.”

 

박민준은 홍우기의 지도를 전화기로 사진찍어 간직했다.

 

민준이의 전화기에 붙어있는 개구리 스티커가 홍우기의 눈에 들어왔다.

 

홍우기: “그건 뭐냐.. 유치하게. 오케이. 어쨌든 고맙다.”

 

홍우기와 박민준은 집에서 나와 근방에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렸다.

 

자정이 지나가면서, 왁자지껄하던 동네는 아무도 없는 곳처럼 점점 침묵해 갔다.

 

생각보다 차가운 밤공기를 버텨가며 한 시간.

 

드디어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진동하는 전화기를 붙잡고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낯 익은 전화번호였지만, 홍우기는 지도에서 그 전화번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서 홍우기는 깨달았다.

 

홍우기: ‘우리집 전화? 우리집에서?’

 

홍우기는 얼른 톡을 켜고 문자를 보냈다.

 

홍우기: [우리집으로 얼른!]

 

홍우기는 급하게 집으로 달렸다.

 

차가 오지 않는 차도를 마음껏 횡단하고 사람 없는 거리를 전력으로 내달렸다.

 

집 현관 앞에 도착했지만, 아직 박민준은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홍우기: ‘민준이를 기다렸다가 같이 들어가야 되나이 자식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홍우기는 급한 마음에 박민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홍우기: “뭐야 어디야? 톡 봤어?”

 

전화기 너머에서는 이상한 침묵만 흘렀다.

 

그렇게 한 참을 지나고서 이상한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박민준: “지지직…. .. 지지직..”

 

홍우기는 장난전화 때 들렸던 그 잡음이 연상하고는 극심한 공포감을 느꼈다.

 

홍우기: ‘집 안에서?’

 

홍우기는 얼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아파트에서 나오려고 했다.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것도 두려워, 홍우기는 계단을 타고 쏜살같이 1층 현관 앞으로 왔다.

 

공동현관에는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붉게 물든 전화기를 가지고 서 있었다.

 

전화기에는 개구리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비현실적으로 밝은 LED조명 아래에서, 그 아주머니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그림자에 숨겨진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홍우기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벽을 짚고 간신히 서 있을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목소리를 합성하는 장치를 목에다가 댔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말소리가 제대로 나올때까지 홍우기는 놀란 눈으로 기다려야 했다.

 

지독히 날카로운 잡음이 홍우기의 귀를 파고들었다.

 

아주머니: “내 딸 예은이랑 원주에 있는 산에 갔다면서? 아직 집에 안 돌아와서 내가 찾으러 다녔어. 너는 아니?”

 

홍우기는 울먹이며 대답했다.

 

홍우기: “제가.. 제가 죽인 게 아니에요. 예은이가 발을 헛디딘 거였어요.”

 

아주머니는 서서히 홍우기에게 다가갔다.

 

공중현관의 불빛이 갑자기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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