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저곳에서 매해 하는 공모전이 우수수 시작되는 시즌이 되니까 또 여태 뭘 했나 뒤돌아보게 되네영
작년 말부터 올해초까지는 다른 때보다 글쓸 시간도 많고 여유도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제대로 써놓은 글이 하낫두 없어요.. 흑흑..
그래도 이번에도 공모전에 참가해보려면 하나라도 써서 완성을 해야겠조..!
여튼 올해 공모전 준비하고 계신분들 다들 화이팅이에여! 문피아 조아라 이런데는 벌써 공지 올라왔구, 브릿지는 이미 하고 있는 모양이드라구영. 외에 다른 이런저런 시험같은거 준비하고 계신분들도 화이팅이구 코로나도 조심하세여.. 아프면 글손실 나요..
---------
뭔가 글을 올리고 싶은데 근래에 썼던게 릴소 사이트에 이었던 글들 뿐이라
링크랑 같이 올려 봐욥!
---------
1.
우리 집 냉장고의 냉동실은 말하자면 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추석에 빚어 먹던 송편이나 재작년에 만들었었을 고기 산적,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내 동생이 태어나던 해 국끓여먹으려했던 미역이나 반세기 전에 냉동보존 된 것이 분명한 제주도 참조기 등등.
아마도 인류의 위기가 닥쳤을 때 쯤에나 냉동에서 깨배기위해 준비된 모양인 탄생년도 불분명한 온갖 식재들이 유통기한을 아득히 초월한 채로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망의 사건은 내가 사생의 결단을 내리고 냉동실 청소를 감행했을 때에 일어났다.
반세기 전의 참조기? 웃음이 나온다. 나는 우리 집 냉장고를 아주 우습게 본 것이다. 겨우 100년도 되지 않았을 냉동 어류가 이 던전과도 같은 냉장고의 최종보스급일 것이라 여겼다니.
나는 조심스레 퍼먹는 아이스크림을 꺼내고, 그 속에 바위처럼 뭉쳐있는 냉동 떡, 그리고 즙이 새어나오다 그마저도 얼어버린 산딸기를 꺼낸 다음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그 아득히 깊은 얼음 굴 속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그 속은 냉장고도 냉동실도 아니었다. 명백히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광활한 공간이 얼음 굴 너머로 엿보이고 있었다.
그렇다. 그날 나는 우리 집 냉장고 속에서, 3만 6천 년 전 가정용 주방가전의 초강력 설한풍 속으로 사라진 눈얼음 속 고대문명을 발견한 것이다.
2.
#사이비#킬러
틀림없다. 이 구봉도라는 기자는 일부러 자신의 승진을 파토시켰었다. 이어졌던 이야기에 따르면 현장 기자에서 중간관리직으로 옮겨가는 아주 중요한 승진 건, 앉게 될 자리가 무덤쯤 되는게 아니라면 절대 제 발로 차버릴 리 없는 건이었다.
"..."
무언가를 느낀 나는 책상 위에 올려둔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오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달칵.
[네 여보세요 정재필 탐정 사무소 대표 정재필입니다.]
"흥신소는 때려치셨습니까."
[아 예 때려쳤읍죠. 그쪽이랑 인간관계도 때려치고 싶은데, 부득이하게도 마침 볼일이 있네요.]
"우연이네. 나도 너한테 평생 안 생길 줄 알았던 볼일이란 게 방금 생겼거든요."
나는 가벼운 설명을 늘어놓았다.
거액의 청부살인 건. 대상은 사이비 종교의 교주.
다른 교단인척 존재하는 그 사이비 종교의 위장단체들.
그리고 그 위장단체에 속해있던 간부와 스스로의 승진 건을 걷어차버린 화제의 기자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
설명을 들은 탐정 정재필은 예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나도 모르겠는데.]
"... 탐정님은 여기까지 듣고도 냄새가 안납니까."
[지금 제 코는 이미 찐한 돈 냄새 맡고 잠시 마비가 왔거든요.]
정재필은 자기가 맡은 일이 더 클 때 지금처럼 거만하고 기분 나쁜 말투를 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무적인 말투를 관두고 평소처럼 물었다.
"..무슨 일인데."
[밀실살인 건. 착임비만 오백짜리 스무 다발 한 가방.]
1억? 내가 제시받은 금액이랑 같다. 그런데 뜬금없이 밀실 살인 건이라니. 게다가 살인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겨우 일어난 살인 조사만 하는데 착임비가 1억?
"그냥 사람 하나 죽은 게 다야?"
[그래. 그냥 사람 하나 죽은 거. 밀실에서 사람이 하나 죽었는데, 근데 죽은 게 킬러야.]
딱. 머릿속에서 경쾌하게 핑거 스냅 튕기는 소리가 났다.
킬러들의 세계에는 여러 가지 빅이슈가 있는데 그 중 하나로 솎아내기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어떤 집단, 기업, 때로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의뢰측이 지정하는 불순물들을 솎아내버리는 작업이다. 물론 이때 솎아낸다는 것은 시체도 찾지 못하게 치워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솎아내기가 가장 많이 실행되는 것이 이른바 역 도미노 작업.
특정 위치에 사람들을 채워 넣고 권력 피라미드의 윗사람 몇의 머리를 따버린다. 그러면 마치 역재생되는 도미노 놀이처럼 그 빈자리에 심어놓은 사람들이 줄줄이 승진해 올라가는 것이다.
규칙이 정해져있는 큐브나 퍼즐놀이처럼 진행되는 일이지만, 이런 식으로 사회가 장악되면 사람들은 이게 인위적으로 이루어진 인사장악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 채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이 첫 한자리를 얼마나 깔끔하고 뒷탈없이 비워주는가. 즉, 킬러의 일.
위에 앉아있을 기득권자가 흔쾌히 자리를 양보해줄 일은 없으니 그 목을 떨어뜨려줄 킬러의 수행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것이다.
현재 국내 곳곳에 위장한 사이비 단체가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그 종교의 교주 주변을 비롯해, 이 좁은 나라에 세계 정상급의 킬러들이 몰려들어있다.
'이건 전쟁이군.'
솎아내기를 시도하려는 집단과 그걸 눈치 챈 집단의 알력 다툼이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벌어지는 것은 서로가 고용한 업자들의 실력싸움. 킬러들의 전쟁이었다.
1억이라는 돈이 다시 보인다. 판의 크기를 깨닫고 보니 터무니없이 적은 돈이다. 이건 킬러로써 고용된 것이 아니라 싸구려 총알받이로 팔려나가면서 목숨값 1억짜리 떠리를 당한 셈이었다.
'사람을 참 순진하게 봤구만.'
나는 이 파격적인 대우에 입고리가 올라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품기 시작한 독기가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길 바라며 말했다.
"재필아 일 하나 같이 하자. 그림하나 찢어버리게."
*그냥 읽어도 알 수 있게 쓰려고 노력해봤는데, 역시 다른 글에 릴레이로 이어진 글이라 앞내용을 모르면 좀 그를 수도 있을 것 같애요.
3.
#디스토피아#인류멸망
도저히 현실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2년 여의 폐쇄된 무인도에서의 생활, 완전한 절멸 앞에 놓인 대한민국, 협소와 희박함 외에는 표현할 단어가 없게 되어버린 인구 수. 나는 대체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
우연히 살아남아, 우연히 살아남은 다른 생존자의 비명이 우연히 들려서, 구하러 가 봤더니? 그랬더니 뭐. 대체 무엇을 기대했느냐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이 들끓는다. 나는 치밀어오르는 구역질을 참기 위해 입을 가렸다.
틀림없이 여성을 봤다. 현재로부터 불과 3초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았다. 저것은 지옥에서도 생존할 이유가 있어 살아남은 존재였다.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까 생각한다. 저것을, 도대체, 무어라고.
알 수 없었다. 곤경에 빠진 여성의 목소리로 있을리 없는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어쩌면 2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저 비명을 반복했을 맥동하는 붉은 살덩어리를 무엇이라고 이름붙여 지칭해야 할지 나는 도무지 모르는 채였다.
그리고 그보다 더 신경을 죄는 것은, 저 끔찍하고 징그러운 존재에 몸서리 치면서도 동시에 점점 더 눈을 뗄 수 없게 되어지는 감각에 지배돼 간다는 사실이었다.
'뭐야, 왜이래.. 내가 대체 왜..'
고민은 혼란스러웠지만 길지 않았다. 이내 그 감각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눈 앞의 존재는 분명히 인영이 아니고, 인간조차 아니지만, 처음 봤을 때의 아주 잠깐 동안은 틀림없이 인간 여성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혐오스러운 광경에 대한 충격이 가시자 점점 저 살덩어리가 처음 본 그 여성의 모습으로 뒤바뀌어 보이기 시작했다.
환상, 환각, 착시. 무엇이라 불러도 상관없다. 눈의 혼란은 단순한 문제였다. 나는 마음 속에 들끓는 감정의 존재 쪽이 두려웠다. 저 끔찍한 살덩어리를 구해내고 싶은 충동이 솟구쳐 오른다. 저 가련한 피해자의 영웅이 되고 싶은 열망이 가슴을 두드린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 정의감에 도취되기 시작했다.
*요 글은 게시판이 사라져서 링크가 업서욘..
4.
#판타지#게임#오크
극도의 혼란 속, 오크 대장의 명령보다 내 머릿속을 강력하게 울리는 메세지가 존재했다.
[『물러서지 않는 자』를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줄 때, 그리고 나를 새로운 종족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줬을때와 같은 시스템 메세지. 자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뜻하는 바는 분명했다.
'나보고 도망치지 말라 이거야..?'
전선을 유지하고 있던 동료 오크들은 대장의 명령에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언데드들은 해일처럼 몰려왔다. 나만 그 가운데 덩그러니 못박힌채로 서있었다. 공포니 두려움이니 하는 변명거리를 찾지 않아도 이 흐름에 거스르는 것은 미친짓처럼 보였다. 나는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이것을 승부사의 기질이라고 해야할지, 도박 중독자의 말로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나 자신의 종족을 바꾸어버렸을 때 처럼 예측할 수 없는 미래로 나아가는 것을 그만 둘 수 없게 돼버린 모양이었다.
결국 다른 오크들이 물러나고 언데드들이 몰려오는 그 사이의 공간. 전선의 한복판엔 나와 내 손에 붙들린 도끼 한자루만 남았다.
" ㅡ ㅡ ㅡ ㅡ !!!"
나는 공포를 초월해버린 전율감을 느끼며 오크의 전투함성을 내질렀다.
[조건 완료. 칭호 『물러서지 않는 자』를 획득합니다. 이어서 유니크 스킬 〈멈출 수 없는 힘〉이 연계 개방됩니다.]
용기와는 다른, 구태여 말하자면 참을 수 없는 강렬한 폭력 충동이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느낄 수 있는 변화는 그런 감정상의 격렬 뿐이었지만, 그정도로 충분했다. 오크는 그런 종족인 것이다.
나는 어느새 본성마저 오크의 그것에 물들어있었다. 발걸음이 전진한다. 몸이 앞선다. 나는 도끼를 들고 달리기 시작해, 언데드의 해일과 부딪치고, 그 군세의 제 1파를 단번의 도끼질로 날려버렸다.
결코 멈추지 않는 바위. 분화를 시작한 화산. 폭발적인 힘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루 게시판이 사라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