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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환님께 드리는 글.
게시물ID : diet_1281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빠별
추천 : 13
조회수 : 686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20/03/27 19:47:37
이전 글에서 저는 세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1. 수피님에 대한 경솔한 자세.
2. 이곳 커뮤니티에 들어온 목적.
3. 빨간피클님의 개인적 취향과 경험에 대한 부정적 댓글.


첫째로 수피님 블로그 글 몇 개 읽으시곤 '운동 전문가'라는 정의를 내리시곤, 그 이후로 식이를 강조하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요요에 대한 얘기, 뚱뚱한 기준에 대한 사회적 시선, 과체중과 비만에서 벗어나는 정도의 식단. 그런데 그 이야기가 모두 수피님 블로그에 있어요. 

녹차환님은 왜 수피님 블로그를 가보셨을까요? 이곳에 계신 분이 추천해주셨기 때문이죠. 녹차환님은 스스로를 자기지식 부족한 초보라 얘기하십니다.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있으시다면 수피님의 글을 꼼꼼히 정독하신 후에 이야기를 나누셨어야 합니다. 그게 배움의 기본이예요. 

하지만 녹차환님께선 수피님 글 몇 개 달랑 읽곤 '운동 전문가'란 딱지 붙인 채로 자신이 하고픈 식이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한 불성실한 토론 방식은 본문 내에서도 발생합니다. 이곳 다게가 헬스에 치우쳐 균형을 잡기 위해 식이를 강조하신다고. 제가 집요하게 질문을 하자 근거로 제시한 것이.... 이곳 글엔 운동일지가 많다는 겁니다. 운동일지가 많기에 균형이 깨졌다라. 이렇게까지 단순하면 곤란하답니다.

그런데 녹차환님과 댓글을 나누다 보면 느껴지는 게 있어요. 키보드 파이터, 좋은 말로 논객을 하고 싶은 것 같아요.
제게 써주신 주옥같은 표현을 모아봤습니다.

이따위 내용말한다고 여기저기 사진퍼다 오려붙이시고 수고가많습니다.
진짜 더럽게 수준낮은 저격이네 
빠가사린가;; 
눈깔뜨고 저격안하실래요?
왜 혼자 개거품물고 달려드세요?
그냥;;;;;;; 숨쉬고 댓글다는게 위험한분 같애요. 갈수록 처량해지시는데 




이런 비아냥의 표현은 굉장히 논리정연한 글에서 힘을 받습니다. 그냥 막 지르면... 흠 쫌 처량해져요.

요즘은 제가 봐도 한심한데, 한 때 날리던 논객이 있어요, 진중권이라고. 조독마시절과 진보누리, 서프라이즈 시절에 구경 많이 했죠.
글을 읽고 독해 해내는 속도와 능력, 검색능력, 글 쓰는 능력이 믿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더 놀랐던 것은, 그 많은 논쟁 글을 우수수 쏟아내며 책을 집필했다는 거예요. 미학과 미술사에 관한 책들은 베스트셀러입니다. 더 놀라운 건 군사독재시절 고등학생 때 자본론 독일어본을 번역해 뿌렸고, 논문 쓸 때 참고하고픈 도서가 한글로 번역되어 있지 않자,러시아어를 배우며 번역하여 논문을 썼다는 거죠. 어쨌든 논리와 언어에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인데...

진중권의 논쟁 스타일을 여러가지로 분석할 수 있지만, 시비걸고 비꼬고 비아냥거려 상대를 흥분시켜 논리적 사고에 브레이크를 거는 겁니다. 그리고 물타기를 정말 잘하고요. 그가 논쟁에서 대부분 이겼던 것은 패배할 만한 싸움은 시작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포지션을 진짜 잘 잡아요. 이 모든 건 글 밖에서부터 이어지는 맥락파악을 잘하고, 논리력이 갑이고, 논쟁을 위해 엄청 부지런해요. 자료수집과 상대의 글을 무지 많이 읽고 분석합니다. 비아냥이는 독설은 이 모든 것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한 겁니다. 그냥 할 수 없어요.

이런 것이 뒷받침 되지 않은 채로 비꼬고 호통치면 반응은 두 가지로 나옵니다. 피하거나 짜증내거나.

진중권이 처음 등장해 조독마를 초토화시키고 '이문열과 애마부인'을 쓸 때 쯤, 수퍼스타로 등극했습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좌파 측에선 뭔가 잘못 되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죠. 옳은 말만 했다 해서 정치적 지지자가 늘어나지 않는 다는 것, 오히려 반대로 지지자를 잃고 적을 견고히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정치의식이 확고한 사람이 아닌 이상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정치사회에 대한 판단을 도움 받는데, 사람은 본능적으로 감성을 통해 긍정적 메시지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그 감성 위에 합리적 이성을 쌓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비아냥이고 비꼬는 모습엔 먼저 반감이 오릅니다. 그 반감 위에 합리적 이성으로 내용을 받아들이는 건 어지간한 고수가 아니면 어려워요, 합리적 이성은 짜증에 구겨집니다. 결국 진중권의 싸가지 없는 논쟁 스타일은 적을 늘리고 적을 견고히 했을 뿐입니다. 같은 편의 가슴은 시원했을지 몰라도요.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논쟁을 가장 잘하는 사람으로 유시민을 꼽습니다. (글이 아닌 티븨 토론회 국한)
굉장히 부드럽고, 싸워서 이겨야 하는 상대의 마음까지 헤아려줍니다. 내용과 상관 없이 정말 매력적이예요. 제가 유시민 팬이라 오해할 수도 있겠어요, 아닙니다. 저는 노동당 당원이며 녹색당도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시민과 정치적으로는 거리가 매우 멉니다. 제 친구들은 유시민을 증오할 정도예요. 그 정도로 거리가 멉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쟁하는 모습을 보면, 저게 답이다, 논쟁은 저렇게 해야 정치적 위치가 확고하지 않은 회색층을 아우를 수 있겠다 싶습니다.

빨간피클님 글에 제가 딴지 건 것은 이러한 맥락입니다.
'내가 틀린 말을 했냐?'하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이 '공감의 언어'입니다.
저도 아이 키우면서 이것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어요. 그리고 공감의 언어는 이상하게 여성에게 발달되어 있습니다. 
반론과 지적이 있더라도 공감이 먼저고 그다음에 반론과 지적이 이어져야 한다는 거죠. 그것도 매우 부드럽고 상대가 다치지 않게.
굳이 반론과 지적이 필요하지 않은 '개인의 취향과 경험'의 이야기라면 삼켜야만 합니다. 그 내용이 '건강, 안전'등과 같이 위험성이 있는 게 아니라면 특히 말이죠.
대부분의 남성들은 이런 것에 약해 스스로 훈련을 해야만 합니다. 제가 그렇고요.
그래서 더더욱 유시민이 대단한 논객이라고 저는 얘기해요.

녹차환님이 이곳 커뮤니티에 오신 목적? 알 수 없습니다. 그대가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어느 누구도 진실을 알 수는 없지요.
외람된 말씀이오나... 녹차환님은 논객할만한 분은 아닙니다. 이런 논객질을 잘한다 해도 그대에게나 누구에게나 좋은 것도 없고요.
진보누리 시절부터 물어뜯고 짓밟는 논쟁을 저도 어지간히 해봤지만, 싸워 이긴 쾌감 후에 남는 건 바싹 건조해진 영혼 뿐이었습니다. 

이곳 다게에 오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상처입은 영혼일 겝니다. 그 상처가 육체에 드러나고, 그 육체의 문제 해결이 다이어트와 운동이라 처방받았기 때문이죠. 정작 자신은 그 영혼의 상처가 무엇인지, 언제 무엇으로부터 받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요.
7년 넘게 이곳에 상주하는 제가 보는 다게는 늘 일관됩니다. 서로를 격려하고 아픔을 함께하고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하루 폭식했다고 뭐라 하는 사람 없고, 운동 쉬었다고 뭐라 하는 사람 없고, 먹토하고 병원 갔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늘 이렇게 얘기하죠.

"괜찮아요. 잘하셨어요. 길고 긴 여정 중에 일어나는 작은 점에 불과한 사건일 뿐입니다. 내일부터 다시 잘 하면 되죠 뭐."

이곳에 오셨다면 이곳 분위기를 마음껏 즐겨 보세요. 부드러움을. 포근함을. 나누는 사랑을.

아이를 키우며 인생을 배웁니다.
아이에게 하는 얘기를 제가 스스로에게 하는 얘기로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요즘 딸아이 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얘기는 이러한 겁니다.
"실수해도 괜찮아, 실수했다고 비난하는 사람 없어. 다만 내가 의도 하지 않았더라도 남에게 피해가 갔으면 사과하면 돼. 사과했는데도 뭐라하면 그 사람이 부족한 거야. 반대로 너를 미워해서, 너에게 피해를 주겠다는 나쁜 마음을 먹고 너를 괴롭혔다면 그 사람을 미워해도 좋아. 하지만 실수로 그랬다면 절대 그 사람 미워하면 안돼. 싫은 표현도 하지 마. 네가 받아서 싫었던 것은 남에게 주지 말고, 네가 받아서 좋았던 것은 남에게도 주라는 건 그런 의미야."



덧)
아이를 키우기 전, 아주 예전에 해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자신의 자식을 살해한 청년을 양아들로 받아들여 사랑해준 부모.
그 사건을 보고 이해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아이가 생기니 조금은 알겠습니다. 
행복한 아이들과 함께 놀면 딸아이 별이도 덩달아 행복합니다. 하지만 증오로 가득찬 아이들 속에 놀면 딸아이 별이는 불안감에 불행합니다.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세상 모든 아이들이 더 행복해야 해요."

어린이 집에 처음 갔을 때, 두 여아이가 제가 달려와 안기고 무릎에 앉고, 뽀뽀까지 시도했습니다.
선생님께 조심히 얘기 드렸죠. 저기 두 아이가 그런 행동을 했으니 잘 얘기해 주시길.
그러자 놀라운 답변이 왔습니다.

"정확히 드러나네요. 저 아이들이 가정에 문제가 있어요. 한 아이는 결손 가정이고, 한 아이는 부모가 속상할 정도로 신경써주지 않아요. 별이 아빠께서 힘이 되신다면 아이들을 좀 받아 주세요."

그 이후로 그 중 한 아이가 별이 얼굴을 할퀴어 살점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이거였어요.

별이에게 얘기했죠, "별이는 아빠가 많이 안아주지? xx언니는 그렇게 안아줄 사람이 없다는구나. 어린이집에서 만큼은 xx언니를 안아줄께." 
별이는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싫다고 하진 않았고, 그 아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할 때까지 저는 매일 만날 때마다 안아줬습니다. 그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야 제 딸이 행복할 테니까요.

저는 이곳에 오는 모든 분들이 이곳 게시판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그 모든 분들 중엔 녹차환님도 속해 있고요. 행복하세요. 
다이어트의 기본은 행복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변화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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