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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밥
게시물ID : readers_346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누라사생팬
추천 : 1
조회수 : 65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3/26 17: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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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어머니는 야속하게도 그렇게 자식 생일날 돌아가셨다. 언제 가겠다는 말도 없이 그야말로 멀쩡하던 하늘에 날벼락이 친듯 어의없이 떠나셨다.
머리 한줌 빠진만큼 이제야 먹고 살만해서 조금만 더해보자고 눈감으면 자고 눈뜨면 일하고 입열면 밥먹고 사느라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몰랐다.

정신없이 지나갔다 차가운 장례식장 바닥에서 울다가 자식새끼들 오면 이런 모습에 놀랠까바 목구녕으로 삼키고 앉았다.
나는 정신없어 연락 한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 손님들 오면 "저분이 누구더라... 쟤가 누구더라..." 누군지도 기억안나서 우물쭈물했고 그럴때마다 마누라가 몰래 귀뜸해줘서 고개숙여 인사하곤 했다. 생각해보니 회사놈들이랑 만식이 친구새끼 빼고는 아무도 기억안난다
당숙어른이 그러다 쓰러진다며 뭐라도 먹으라고 했지만 입에 뭐 들어갈거 같지 않았다.
이래저래 셋째날까지 지나가고 하나둘씩 내손을 한번씩 잡고 지나가더니 이내 주변이 조용해 졌다.
마지막에 만식이 새끼가 악수 하면서 손에 뭘 쥐어줬는데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슥 넣었더니 녀석이 눈인사 한번 하고는 어기적 어기적 가버렷다. 주머니에 담겨있는 느낌만으로도 담배인거 같아 마누라가 있나 없나 괜히 기지개 펴는 척하면서 둘러보다가 눈이 마주쳤을때 심장이 덜컹 거리는게 이실직고 해야 하나 싶다가 몸에서 냄새 나니까 집에가서 씻고 한숨 자라는 말에 어색하게 끄덕이고는 곧바로 차에 올라탓다

이걸 어디서 피워야 하나 한참 고민하면서 집에 온거 같다.
신호등에 걸려있을때 누가 보는것도 아닌데 몰래 꺼내서 코에 대고 냄새를 킁킁 맡으니 꾸리꾸리 한 냄새가 잊고 있던 담배 욕구를 더욱 깨워서 목이 탓다

주차하고 나서면서 골목길에서 피우까 생각하며 걷는데 아무 생각없이 편의점에 들려 소주한병 들고 나오려니 빈속에 먹었다가는 골로갈까 싶어 한참을 서성이다 요즘엔 편의점에서 삼겹살도 파네 하고 신기해 하며 들었다
털레 털레 걸어가면서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켜는데 오랫만이라서 그런건가 불이 잘 붙지 않아 한참 욕하다가 겨우 허연 연기가 뿜어나오고 깊숙히 빨아드린 연기가 바람에 휘날린다.
계단에 걸터 앉아 천천히 담배 한대 피는 중에 이제서야 실감이 나는가 울컥올라오면서 메어지려는 순간 동네 사람이 지나가는것을 보고
도둑질 하다 걸린마냥 담배를 비벼 끄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몇일동안 비웠는지 캐캐한 냄새가 나서 문을 열어놓고 허리에 손을 댄채로 멀뚱히 서있다가 소주병을 따서 그냥 한모금 마셔보니 오늘따라 왜이렇게 쓰디쓴지 바닥에 앉아 소반 펼 생각도 안고 잔하나 두고 아까산 삼겹살포장뜯을려고 온갖 염병을 떨다가 육시럴 욕하며 가위찾아 아주 조사놔버렷더니 쓸데없는데에 힘만 빼서 머리가 어지럽다.

해는 어느새 뉘엿 뉘엿 지나가고 벽에 기대서 소주 한병다 따라 마실때쯤 꼬로록 한게 술이 들어가서 그런건가 인제 정신이 좀 들은건가 이와중에 배고프다고 밥달라는 배때지는 귀찮게도 울려댄다
어기적 어기적 일어나서 라면이라도 끓여먹어야 하나 하고 찬장 몇번 열어보다가 아무 의미없이 밥솥으로 가서 뚜껑을 열었는데
한솥 지어놓은 밥이 고대로 앉아 누렇게 떠서는 쉰내가 풀풀 나는거다
"이게 뭔가 이놈의 여편네가 정신이 없어서 밥은 왜 해놔가지고" 순간 짜증이나서 마누라 한테 전화했더니 자기는 밥해놓은적이 없다는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마누라도 친정에서 애들이랑 갑자기 달려왔으니 밥할사람이 없는데...

떨리는 손으로 냉장고를 열었더니 내가 좋아하는 두부조림이랑 제육볶음에 시금치 나물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작은 냄비에 미역국이 냄새 풀풀 풍긴채로 담겨있었다.

한참동안 가만히 앉아있다가 소반을 펴고 쉰내 풀풀나는 밥을 한공기 크게 떠서 반찬이랑 놓고 한숟가락 크게 입에 넣으니 입속에 알알이 부서지는 밥풀이 유난히 짜디 짜서 목구멍으로 넘어가지를 못해 방바닥만 한참동안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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